문화전당재단 사태, 논평하기도 부끄러운··· -김미은 편집부국장 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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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마 논평을 발표하기조차 부끄럽다.” 최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정상화 시민연대’를 비롯한 80개 문화 단체가 내놓은 논평의 첫머리다. 그동안 기자 생활하며 많은 성명서를 받았다. 주장을 드러내는 게 성명서이다 보니 강렬한 언어로 비판하고 분노하며 문제 제기를 한다. 한데 이번 성명서는 지금까지 받은 그 어떤 성명서보다 강렬해 앞으로도 한동안 잊기 어려울 듯하다.
문체부의 인사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나 어리둥절했고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성명서에 적힌 저 ‘문장’의 의미를 알고도 남았다. 아마도 광주시와 국회의원까지 ‘한목소리’로 이번 인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감대 전혀 없는 ‘꽂아 넣기 인사’
다시 복기하자면 지난달 1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재단 이사장과 사장에 각각 최영준 전 MBC사장과 김선옥 전 광주시의원을 임명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파동은 지금도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문화단체는 임명 무효 가처분신청 등 법적 조치와 함께 인사를 주도한 이가 누구인지 밝힐 것을 요구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15년 개관 후 박근혜·이명박 정부의 홀대 등 우여곡절을 거친 전당이 새로운 출발을 앞둔 시점에 터져 더욱 뼈아프다.
문화기관 수장의 인사를 둘러싼 세간의 관심은 언제든지 지대하기 마련이다. 한데 이번 인사는 문화계는 물론이고 문화와는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까지 비판의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 좀 색다르다. 사실 문화계 인사라 해도 자기 분야가 아닌 다른 장르일 경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도 이번 사태에 문화계 바깥쪽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김 사장을 ‘정치인’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서일 터이다. 지난 2010년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 나섰던 그는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민주당 공천을 받고도 무소속 후보 등에게 두 번이나 패했다. 당시 민주당은 공천과 관련해 큰 비판을 받았었다.
인사가 터진 후 모든 의견은 “문화와는 관계가 없고, 적임자가 아니며, 너무도 뜬금없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그렇다 보니 ‘인사 실행자’에 대한 비판과 함께 많은 이들이 호명되는 중이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청와대가 소환되고, 정치적 연줄에 대한 이야기가 수없이 떠돈다. 더불어 문체부가 의견을 들었다는 ‘지역 인사’는 도대체 누구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이번 문체부 인사의 문제점은 단순히 재단의 경영진 차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솔직히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 후 이어질 인사가 걱정스럽다. 선거 캠프에 들어가야 ‘한 자리’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고, 누군가 임명될 때마다 능력과 비전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줄’을 타고 내려왔는지 캐느라 정신이 없는 게 지역 현실이다.
조직의 수장이 이상과 비전을 공유하는 이들과 일을 해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적정한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선거철만 되면 ‘제 밥그릇’ 찾으려고 창궐하는 인사들을 가려내는 선구안을 갖고, 당사자의 능력을 살려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것이야말로 리더가 갖춰야할 조건 아닌가.
구설수에 오르며 입성한 이들은 늘 마무리도 개운치 않았다. 정치인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었던 광주문화예술회관장은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사퇴했다. 최근에는 광주관광재단 초대 사장이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사표를 냈다. 관광이 도시를 살리는 대세라는 점을 감안해 의욕적으로 출발한 단체 수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뒤에는 선거 출마설이 떠돈다. 공공기관은 누군가의 스펙을 쌓는 곳이 아니다. 공공기관이 마음대로 들어왔다 마음대로 나가는 곳인가. 임명자의 책임도 면키 어렵다.
경고음 울리는데 외면하는 민주당
이번 문화전당 인사 사태와 정치권이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체 없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지난 1월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찾은 송영길 대표는 한때 피해 가족들로부터 면담을 거부당했다. 문화계에서는 “광주 사람들을 뭘로 보는지 모르겠다” “민주당 지지 철회 선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 대선 때면 90%에 육박하던 지지율은 60%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2010년 시민단체 단일 후보들은 ‘민주당에 채찍을’이라는 구호를 외쳤었다. 경고음이 수없이 울리는 데도, 절박함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건 자만이거나 무능함의 극치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짜일 새 판을 기대해 본다.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철 지난 인사 대신 광주와 전남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갈 참신한 인물의 등용을 고대한다. 눈에 뻔히 보이는 실패 사례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이것처럼 불행한 일도 없다. 제발 이번 사태가 ‘인사권자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전일빌딩 245’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전당의 모습이 더없이 쓸쓸해 보이는 건 단지 내 기분 탓일까.
/mekim@kwangju.co.kr
공감대 전혀 없는 ‘꽂아 넣기 인사’
다시 복기하자면 지난달 1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재단 이사장과 사장에 각각 최영준 전 MBC사장과 김선옥 전 광주시의원을 임명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파동은 지금도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문화단체는 임명 무효 가처분신청 등 법적 조치와 함께 인사를 주도한 이가 누구인지 밝힐 것을 요구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15년 개관 후 박근혜·이명박 정부의 홀대 등 우여곡절을 거친 전당이 새로운 출발을 앞둔 시점에 터져 더욱 뼈아프다.
인사가 터진 후 모든 의견은 “문화와는 관계가 없고, 적임자가 아니며, 너무도 뜬금없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그렇다 보니 ‘인사 실행자’에 대한 비판과 함께 많은 이들이 호명되는 중이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청와대가 소환되고, 정치적 연줄에 대한 이야기가 수없이 떠돈다. 더불어 문체부가 의견을 들었다는 ‘지역 인사’는 도대체 누구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이번 문체부 인사의 문제점은 단순히 재단의 경영진 차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솔직히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 후 이어질 인사가 걱정스럽다. 선거 캠프에 들어가야 ‘한 자리’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고, 누군가 임명될 때마다 능력과 비전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줄’을 타고 내려왔는지 캐느라 정신이 없는 게 지역 현실이다.
조직의 수장이 이상과 비전을 공유하는 이들과 일을 해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적정한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선거철만 되면 ‘제 밥그릇’ 찾으려고 창궐하는 인사들을 가려내는 선구안을 갖고, 당사자의 능력을 살려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것이야말로 리더가 갖춰야할 조건 아닌가.
구설수에 오르며 입성한 이들은 늘 마무리도 개운치 않았다. 정치인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었던 광주문화예술회관장은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사퇴했다. 최근에는 광주관광재단 초대 사장이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사표를 냈다. 관광이 도시를 살리는 대세라는 점을 감안해 의욕적으로 출발한 단체 수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뒤에는 선거 출마설이 떠돈다. 공공기관은 누군가의 스펙을 쌓는 곳이 아니다. 공공기관이 마음대로 들어왔다 마음대로 나가는 곳인가. 임명자의 책임도 면키 어렵다.
경고음 울리는데 외면하는 민주당
이번 문화전당 인사 사태와 정치권이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체 없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지난 1월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찾은 송영길 대표는 한때 피해 가족들로부터 면담을 거부당했다. 문화계에서는 “광주 사람들을 뭘로 보는지 모르겠다” “민주당 지지 철회 선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 대선 때면 90%에 육박하던 지지율은 60%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2010년 시민단체 단일 후보들은 ‘민주당에 채찍을’이라는 구호를 외쳤었다. 경고음이 수없이 울리는 데도, 절박함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건 자만이거나 무능함의 극치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짜일 새 판을 기대해 본다.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철 지난 인사 대신 광주와 전남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갈 참신한 인물의 등용을 고대한다. 눈에 뻔히 보이는 실패 사례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이것처럼 불행한 일도 없다. 제발 이번 사태가 ‘인사권자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전일빌딩 245’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전당의 모습이 더없이 쓸쓸해 보이는 건 단지 내 기분 탓일까.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