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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발달장애인도 대통령 뽑고 싶다”
선관위, 인권위 권고에도 지적·자폐 장애인 투표 보조 불가
광주·전남 발달장애인 2만1000명 참정권 보장 요구 나서
2022년 01월 26일(수) 20:05
발달 장애인단체들이 오는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인단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발달장애인들이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없도록 매뉴얼을 고치는 바람에, 오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6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부모연대 등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부터 신체·시각 장애인만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명을 기표소에 동반할 수 있게 매뉴얼을 고쳤다. 이때문에 지적·자폐 장애를 앓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은 가족 등 투표를 도와줄 투표 보조인을 동반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시각·신체 장애인만 투표 보조인력을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발달장애인을 투표 보조 인력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체·시각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글을 읽지 못하거나, 손 떨림 등으로 혼자서는 투표가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에게 투표보조 인력은 필수라는 게 장애인단체들의 주장이다.

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매뉴얼이 수정되고 나서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가족과 함께 기표소를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적지 않았다”며 “손 떨림이 심하거나 손에 힘이 없어 도장을 들고 기표한 뒤 용지를 접는 것도 어려워하는 장애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달장애인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선관위의 결정은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놓았음에도 선관위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 선관위에게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 방안을 마련하고, 모든 선거사무원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발달장애인들이 투표보조인의 도움으로 기표를 할 경우, 비밀투표의 원칙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대리투표의 우려도 있어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단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판에도 청원글을 쓰고 선관위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장애인단체들은 ‘20만 발달장애인도 대통령을 뽑고 싶다! 투표보조를 지원하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발달장애인도 대통령을 뽑고 싶습니다. 투표를 한다는 것은 민주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숭고한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하는 것입니다”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장애인들은 지난 18일 장애인들이 공직선거 접근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선거공보물 등을 제공하라는 차별 구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성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장은 “장애인들은 투표과정에서도 많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 게다가 사전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선거사무원이 장애인의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와 전남지역 발달장애인은 2만 1336명(광주 8282명·전남 1만 3054명)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