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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게’ 응원하는 ‘착한 소비’…선한 바이러스 퍼진다
다양해지는 기부문화-선한 마음 밀어주는 정의로운 ‘돈쭐 생활’
선행 베푸는 착한 가게 매출 올려주기
온라인 통해 사연 퍼지며 온정 줄이어
방송 프로그램까지 등장 훈훈한 세상
광주 대인시장 천원 백반 ‘해뜨는 식당’
나눔 실천에 ‘돈쭐 내고픈’ 0순위 꼽혀
전국 곳곳서 후원금·식재료 등 답지도
2022년 01월 03일(월) 18:00
철인7호 홍대점 사장이 SNS에 올린 고등학생 편지.
#“저는 18살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편찮으신 할머니와 7살 차이나는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치킨이 먹고 싶다고 조르는 동생을 보고 가슴이 아파 집 근처 치킨집을 찾아다녔습니다. 철인 7호 수제치킨 전문점 가게 앞에서 쭈뼛쭈뼛하는 저희를 보고 사장님께서 들어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5천원밖에 없는 사정을 말씀드렸는데 치킨세트 메뉴를 내어주셨습니다. 나중에 와서 계산하라고 하시며 치킨값을 받지 않으셨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했습니다. 이후로도 저 몰래 찾아간 동생에게 치킨을 내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2월 TV 뉴스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 하나가 화제가 됐다. 온라인을 통해 사연이 퍼지면서 착한 가게를 응원하고 싶다는 온정이 줄을 이었다. 이후 해당 사장님은 SNS를 통해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돈쭐’ 내주시겠다며 폭발적으로 주문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매장으로 찾아와주시는 분들, 주문하는 척 들어와 선물 주고 가시는 분들, 좋은 일에 써달라며 봉투 놓고 가신분도 계시다”며 근황을 올렸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후 ‘돈쭐’나고 있는 남해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 대표. <방송화면 캡처>
#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2년 가까이 등굣길 아이들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주고 있다는 남해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 사장님. LG의인상을 받은데다 지난해 10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면서 그의 선행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방송 당일에도 새벽 3시부터 일어나 빵을 만들어 미리 밖에 내놓고 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후 빵가게는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돈이 없어서 요구르트를 구입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빵만 제공해 미안했다’는 사장님의 말 한마디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요구르트와 음료수를 후원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온라인에는 ‘행복 베이커리’에 돈쭐 내고 왔다는 인증도 잇따랐다.

전남소방본부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 멀리 속초시민이 해남소방서에 닭갈비를 선물로 보내줬다.
#“오늘 소방서로 이름모를 택배가 전달되었습니다. 발송하신 분은 한 속초시민. ‘강원도 산불 진압을 위해 가장 먼 곳에서 밤새 달려와주신 해남소방서 소방관들께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닭갈비를 동봉해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잊지 않고 감사 인사와 함께 선물까지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2019년 4월 전남소방본부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이다. ‘천리길을 지나 전달된 감사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선물을 받은 소방대원이 올린 글이었다. 사연인즉슨, 그 즈음 강원도 고성에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전국에서 2000여 명의 소방관이 진화에 참여했는데 해남소방서에서도 6명의 소방관이 출동했다. 570㎞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출동해 준 해남소방서에 감사하다는 뜻으로 해당 지역 닭갈비 업체 대표가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보내왔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해당 닭갈비 업체를 알아내 ‘돈쭐’을 내기 시작했고, 하루만에 100건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는 후기도 들려왔다.

‘돈쭐’은 최근에 생겨난 신조어다. 포털 시사상식사전에는 ‘돈’과 ‘혼쭐내다’의 합성어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나 업체에 ‘착한 소비’로 보답하겠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소개돼 있다. “감히 선행을 저질렀으니 정신없이 돈을 벌게 해 혼쭐을 내주겠다”는 역설적인 의미다.

잘못한 이에게 강하게 꾸짖음으로써 혼을 낸다는 의미의 ‘혼쭐’이 착한 가게나 기업의 물건을 팔아주며 돈으로 혼을 내준다니, 이같은 훈훈한 선행이 입으로 전해지며 선한 영향력이 곳곳에 퍼져가는 모양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돈쭐’을 검색하면 다양한 돈쭐 사례가 소개된다. ‘피자나라치킨공주 구월만수점 돈쭐 동참’, ‘돈쭐 내러 왔습니다 신촌피자집 네이버후드 다녀왔어요’, ‘잠실 신천 맛집 진원조닭한마리 돈쭐 나야 하는 보양 밥집’ 등 전국의 ‘돈쭐 나야하는’ 착한 가게들의 사연이 줄줄이 등장한다.

TV에는 ‘돈쭐내러 왔습니다’ 방송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8월부터 방영중인 iHQ 예능 ‘돈쭐내러 왔습니다’는 코로나19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한 푸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자영업자의 가족이나 지인의 의뢰를 받아 도전 먹방 목표를 정하고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비밀리에 방문해 사장님이 웃을때까지 음식을 주문해 먹으며 매출을 올려주겠다는 계획으로 시작됐다. 단순히 자영업자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힘든 시기에 성실하게 이겨내고 꾸준히 선행까지 베푸는 착한 가게가 대상이다.

광주 대인시장내 ‘해뜨는 식당’에 고객들이 써놓은 감사의 편지가 붙어 있다.
◇돈쭐 내고픈 천원 백반 ‘해뜨는 식당’

광주에 첫 눈이 내렸던 지난해 12월 중순 찾은 광주 대인시장내 ‘해뜨는 식당’. ‘1000원 백반집’·‘천원식당’으로 알려진 이곳은 ‘돈쭐 내고픈’ 0순위 식당으로 꼽힌다.

‘해뜨는 식당’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선자씨가 사업 실패 등으로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던 시절 주위로부터 받은 도움을 되갚기 위해 시작한 곳이다. 암 투병으로 2015년 세상을 떠나면서도 마지막까지 식당 문을 닫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해졌다. 어머니의 뜻을 이어 지금은 딸 김윤경(48)씨가 운영하고 있다. 벌써 6년째다.

김윤경씨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식당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매일 아침 보험회사에 출근했다가 오전 10시 무렵 다시 식당으로 출근한다. 100인분의 밥을 하고 당일 차려낼 반찬 준비가 마무리 되면 오전 11시부터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끔 봉사하러 오는 분들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혼자서 서빙을 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80~90명의 점심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식당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70대 이상 어르신들로 길에서 가판 장사를 하는 이들도 있고 멀리 평동공단에서 지하철을 타고 걸어걸어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 단골처럼 식당을 이용하는 이들 중에는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즉석밥보다 싸다며 20여 분 거리를 일부러 찾아온다.

메뉴는 잡곡밥과 된장국, 세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백반 한상이다. 전라도에서 먹는 백반치고는 단촐한 구성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어느 곳에서보다 마음 편히 따뜻한 한 끼를 먹고 간다.

손이 부족한데도 손수 밥을 푸고 반찬을 준비해 서빙까지 해준다. 대부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오니 직접 가져다 드리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다.

테이블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등 잠시도 쉴 틈은 없어보인다. 주방 한쪽에는 다음날 제공될 갈치가 놓여 있다.

“거제도에 살고 계시는 어느 분이 TV를 통해 좋은 일 하는거 봤다면서 갈치를 보내주셨어요. 제가 생선 손질을 잘 못해서 앞에 홍어집 사장님이 대신 손질해 주셨어요. 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식당을 운영해 나가기 힘들 거에요.”

설거지를 마치고 다음날 사용할 재료준비를 하고나면 오후 3~4시가 되는데 다시 본래 일을 하러가는 시간이다.

해뜨는 식당에도 ‘돈쭐’ 내러 오고 싶다는 이들이 많지만, 너무 ‘착한 가격’인지라 돈쭐은 커녕 많이 사먹을수록 오히려 손해보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까지 한다. 김윤경 사장은 걱정말고 누구라도 와서 맛있게 먹고 가주면 그게 가장 감사하다고 전했다.

대신 이곳에는 사먹는 돈쭐 대신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식당 상인들 중에 식재료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전국 곳곳에서 쌀을 보내주는 분들도 많다.

후원금을 보내주는 기업이나 단체도 있다. 최근에는 신협중앙회 사회공헌재단과 광주전남지역본부, 광주신협두손모아봉사단이 식당을 찾아 2000만원 상당의 주방시설 수리비와 내·외부 인테리어, 식자재 등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멀리서 보내온 응원의 메시지도 윤경씨에게는 큰 힘이 된다.

‘경기도 광주에서 작게 자영업하는 사람입니다. 천원백반집을 운영하신다는 사장님을 보고 감동받아 작게나마 보태고 싶어 김 몇 개 보내드립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이라 많이 못 보내드려 죄송하지만 제작은 성의이니 너그럽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경남 마산의 수산물 유통업체입니다. 방송을 보고 작지만 도움이 되고자 불쑥 물건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배고픔, 힘듦없이 편하게 사는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의 배와 마음을 부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