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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고 포용적인 가족관이 필요하다-정인경 전남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팀장
2021년 12월 06일(월) 05:00
정인경 전남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팀장·전남저출산극복사회연대회의 위원
2020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4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미 지난 2018년 0.98을 기록하여 1명 미만으로 하락한 데 이어 더 떨어진 것이다. 전남도의 합계 출산율은 1.15로 서울 0.64, 부산 0.75, 대구 0.81 등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에 ‘저출산 극복’을 의제로 행정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무엇을 문제로 인식하고 어떠한 대안을 마련할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각종 조사와 변화하는 인구·가족 구성을 보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당연한 생애 과업으로 여기지 않으며, 설령 그렇게 여긴다 하더라도 이를 미루거나 기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컨대 한국의 ‘초저출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만혼 경향과 비혼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 ‘인구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세, 여성 30세로 지난 30여 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혼인 건수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결혼하지 않은 인구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혼외 출산율이 2.3%로 OECD 최저이며, 혼외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만혼 경향과 비혼의 증가는 출산율 하락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출산율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더 중요한 요인은 가족 규범의 약화, 특히 젊은 층의 의식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결혼·동거·출산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줄고 있으며,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늘고,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줄고 있다. 특히 결혼 의향에 관한 인식에서 성별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미혼 남성은 40.8%인데 반해, 미혼 여성은 22.4%에 불과하다.

2020년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드러난 성별 차이는 더욱 극적이다. 30대 미혼 남녀 각 500명에게 결혼 의향을 물은 결과 남성의 18.8%, 여성의 30.3%가 부정적인 응답을 했는데 그 이유로 남성은 절반 가까이가 현실적으로 결혼을 위한 조건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한 반면, 여성은 ‘혼자 사는 것이 행복’(25.3%)하거나 ‘양성 불평등한 문화 때문’(24.7%)이라고 답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저출산의 근인(近因)이 만혼·비혼이라면 그 배경에는 전통적인 결혼·가족관과 실천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이 가사·돌봄을 전담하는 결혼·가족 제도가 청년 남성에게는 ‘부담’을, 청년 여성에게는 ‘불만’을 유발하면서 결혼을 기피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그 어느 때보다 중시하는 시대에 결혼의 비용과 기회비용이 점점 더 상승하고 있다면, 결혼 축하금과 출산 지원금이 저출산 경향을 역전시킬 수 있을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며 서로 돌보는 관계로 가족을 유연하게 정의하고, 그 자녀를 차별하지 않는 국가들로 눈을 돌려보자. 스웨덴은 1988년에 동거인법을, 프랑스는 1999년에 시민 연대 협약을 도입했다. 이 법의 핵심은 비혼 동거 커플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서 비혼 동거 커플의 임신·출산·양육 시 법률혼 관계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들 나라는 혼외 출산율이 높다. 합계 출산율은 한국의 두배이다. 2018년 기준 프랑스와 스웨덴의 혼외 출산율은 각각 60.4%, 54.5%, 합계출산율은 1.84, 1.76이다. 여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법률혼 중심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부터 탈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