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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예산 신속 집행하라”
질병청 사업 예산 불용 추진에
‘호남인 14년 숙원’ 위기 봉착
광주·전남 지역민 청와대 앞 시위
2021년 11월 30일(화) 17:50
삭발하는 유두석 장성군수.
장장 14년간의 도전 끝에 올해 정부예산 반영에 성공한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사업이 질병관리청의 사업예산 불용 추진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장성 주민들은 질병청의 이러한 처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연일 센터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 읍시가지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청와대와 질병관리청까지 찾아가 항의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센터 설립을 염원하는 지역 민심을 전달했다. 그간 장성군이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을 위해 노력해 온 과정을 살펴보고 향후 추이를 전망해본다.

심뇌혈관질환이 암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2위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07년 심뇌혈관질환의 권위자인 전남대 의대 정명호 교수와 유두석 장성군수는 호남권에 심뇌혈관질환 연구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국가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성군민들도 1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힘을 실었다.

사업 대상지로는 광주연구개발특구 내 장성나노산업단지가 물망에 올랐다. 해당 지역은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인공지능센터, 한국심혈관스텐트연구소 등 연구시설이 밀집되어 있어, 첨단의료분야 연구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센터가 설립되면 충북 오송, 대구 의료단지와 함께 대한민국 의료연구분야의 삼각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되며, 국가 균형발전에도 일조할 수 있다.

입지조건도 좋다. 장성군은 150만 광주광역시의 배후도시로, 대도시의 인프라를 공유하고 있으며 KTX가 경유하는 호남선철도와 호남고속도로를 보유한 교통의 요충지다. 또 치유 여행지로 정평이 난 축령산 편백숲이 있어, 국립심뇌혈관센터와 연동한 의료사업 확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일자리는 물론 막대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된다.

센터 설립에 대한 논거와 사유는 충분했지만 사업이 빛을 보기까지는 1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광주·전남 상생공약에 채택된 데 이어, 당선 후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국정 100대 과제에 선정돼 사업 실현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유두석 장성군수와 이개호 국회의원도 청와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를 수십 차례 방문하며 센터의 조속한 설립과 협조를 당부했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의 1·2차 용역 보고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을 위한 실시설계비 등 총 43억 7000만원의 정부예산이 2021년도 예산안에 반영되는 쾌거를 이뤘다.

문제는 그 이후에 불거졌다.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관련 업무를 이관받은 질병관리청이 자체 용역을 실시해 기존 규모(부지 1만 3500㎡, 사업비 490억원)보다 3배 이상 확대된 3만 8000㎡ 부지, 사업비 1900억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직원 역시 570명을 운영해야 해 앞서 반영됐던 정부예산 43억 7000만원을 불용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갔다. 이는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장성군을 비롯해 광주시, 전남도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장성군과 장성군의회, 광주시의회, 전남도의회는 물론 전남도 의사회도 성명서를 내 질병관리청의 일방적인 행보를 비판하고 조속한 설립 재개를 강력히 촉구했다.

대책위위원회를 꾸린 장성군민들이 지난 22일 장성역 앞 광장에서 질병관리청의 일방적인 행보를 규탄하는 거리 행진을 진행했다.
장성군민들은 즉각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2일 장성역 앞 광장에서 전 군민 궐기대회를 가졌다. 이어서 질병관리청과 청와대 등을 방문해 항의집회를 지속했다. 집회에는 농업인단체와 새마을회 등 지역사회단체들도 동참해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24일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감행한 유두석 장성군수는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정부예산은 장성군민들이 14년 노력으로 빚어낸 산물”이라면서 “장성군민은 물론 340만 광주·전남도민의 눈물겨운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신속히 센터 설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사업이 장성군에서 최초로 시작됐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자체 용역 결과에 입각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인력과 시설을 갖춘 정부연구기관으로 설립하겠다는 뜻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의 용역 결과만을 고집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사업을 추진하기가 요원해지며, 이는 다시 질병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성군 관계자는 “기존의 보건복지부 용역 결과대로 490억원 규모 사업으로 우선 추진하고, 추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며 성난 지역민심을 수습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한편 장성군민들은 읍·면 이장협의회와 지역사회단체 회원들을 주축으로 국립심뇌혈관센터의 조속한 설립이 관철될 때까지 촉구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