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책 쓰기] “나의 첫 책, 감동의 시작이죠”
[백수지 저, 사랑에 대한 습작]
나의 글에 대한 굶주림 해소
내 마음대로 만든 책 내고
작가로서 자신감 생겼어요
[최김미나 저, 여행 에세이]
모험하듯 도전한 책 쓰기
쌓아뒀던 여행의 기록 정리
독자와 연결되는 감동 얻어
나의 글에 대한 굶주림 해소
내 마음대로 만든 책 내고
작가로서 자신감 생겼어요
[최김미나 저, 여행 에세이]
모험하듯 도전한 책 쓰기
쌓아뒀던 여행의 기록 정리
독자와 연결되는 감동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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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지 저, 사랑에 대한 습작 ‘너와 나 사이에 바퀴벌레가 지나가고 있어’
“작업실에서 일을 하던 어느날 바퀴벌레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바로 잡아서 버렸는데 바퀴벌레가 있던 그 자리가 계속 찜찜한 거에요. 쓸고 닦고 흔적을 지웠지만 그 자리를 쳐다보면 자꾸 생각이 나는 거죠. 누구에게나 그런 존재가 있을 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런 흔적이 왔다가 지나가면 없던 시절로 돌아가기 힘들 거에요. 서로 상처를 크게 주고 받았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백수지(34)씨가 펴낸 ‘너와 나 사이에 바퀴벌레가 지나가고 있어’는 20대 초반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에 대한 습작들을 모아 펴낸 에세이다. 수지씨는 책을 통해 ‘30대인 언니가 감히 충고를 하건데, 누구를 좋아하든 너 자신을 사랑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다른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얘기했다.
“사랑에도 단계가 있잖아요. 설렘, 순수한 사랑, 빛바랜 사랑, 애증의 사랑, 지지부진하면서도 고단함을 많이 느꼈던 찰나의 느낌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했어요. 사랑얘기가 대부분인, 개인적인 경험 중심의 글이에요. 제가 쓰고 싶은 내용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게 독립출판물의 장점이지 않을까요.”
제목이 주는 강렬함 때문에 궁금증을 갖게 하는 이 책은 크기나 종이 질, 디자인 등 하나부터 열까지 수지씨가 직접 고르고 선택했다. 지난해 하반기 독립책방 ‘러브앤프리’에서 진행한 ‘책 만들기’ 공모사업에 도전해 얻은 결과물이다.
“방송작가로 일을 하면서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오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기회를 갖게 됐어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습작을 해오던 글이 있었기에 미흡하나마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인쇄된 책을 처음 받던 날, 박스 채 짊어지고 작업실로 와서 열어보는데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혼자서 자축하며 나에게 ‘고생했다’ 이야기해 줬습니다.”
수지씨는 책을 만드는 데 있어 글이 중심이겠지만 출판 과정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몸소 경험했다. 종이 종류도 무수히 많고 글씨 크기나 글씨체 하나까지 직접 만져보고 느끼면서 책 한 권이 나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 그만큼 첫 책에 대한 애정도 깊다.
“글쓰는 걸 좋아했고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작가라고 불리는게 좋았어요. 하지만 직업상 제 의견보다는 타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원고를 작성하다보니 스스로 진짜 작가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죠. 나의 글, 나의 목소리에 대한 굶주림이 있었는데 책을 내고 나서야 진짜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것 같았고 두 번 째 책을 낼 수 있다는 열정과 자신감이 생겼어요.”
많지 않은 수량이었지만 SNS나 지인 등을 통해 직접 홍보하면서 한 달 만에 모두 판매됐다. 그리고 올해 4월 러브앤프리의 제안을 받고 개정판을 펴냈다.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출판 절차를 거쳐 표지와 내부 디자인을 조금씩 수정했다. 그렇게 나온 ‘너와 나 사이에 바퀴벌레가 지나가고 있어’ 개정판은 현재 전국 서점에 당당하게 진열돼 있다. ‘여행지에서 내 책 만나기’. 수지씨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올해 이뤄졌다.
“개정판이 나오고 제 책이 판매되고 있다는 강원도 한 서점을 찾아가본 적이 있어요. 과연 어느 라인에 진열돼 있을까,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구요. 광주도 아닌 머나먼 곳에서까지 제 책을 진열해 주시는 게 감사해서 일부러 인사도 드렸어요.”
독립출판에 도전했던 수지씨는 평소 독립출판물을 챙겨본다고 전했다. 기성 출판사에서 펴내는 책들은 한결같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출판사별로 디자인이나 색깔이 분명한 것도 많고 책들마다 비슷비슷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반면 독립출판물은 젊은 층이 많이 펴내기 때문인지 글이나 디자인, 소재도 도전적이며 완성도를 떠나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 최김미나 저, 여행에세이 ‘자기탐구생활’
평소 여행과 모험하기를 좋아한다는 최김미나(36)씨가 지난 봄 여행에세이 ‘자기탐구생활’을 펴냈다.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과 메모를 엮었지만 여행안내서는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발생하거나 감정의 동요가 있을 때마다 자책하는 대신 따뜻하게 안아주는 법을 전하는 작가의 자기 탐구 생활이다.
“사실 작가가 되어보겠다고 책을 냈던 건 아니에요. 메모하고 사진찍는 걸 좋아해서 기록해 뒀다가 우연한 기회에 출간까지 하게 됐습니다.”
서른이 되던 해, 미나씨는 조금 긴 여행을 떠났다. 모아둔 돈은 넉넉지 않았지만 퇴직을 해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던 그는 3개월 동안 북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떠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절박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스톡홀름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무엇이든지 천하무적으로 잘 헤쳐나갈 것 같았던 나의 20대는 그렇지 못했다. 억압과 자책은 자주 반복되었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을 잊어버리곤 했다. 여행을 하며 그런 내 모습을 발견했고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해 갔다…” 그가 책머리에 남긴 글이다.
여행 속 풍경은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처럼 아름다웠고 그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틈틈이 느낀 그대로를 메모해갔다. 메모리 칩에만 저장해 두었던 미나씨만의 기록은 3년 후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됐다. 미나씨가 직접 펴낸 책을 통해서다.
2018년 지인을 통해 독립출판물을 알게 된 미나씨는 직접 책 만드는 작업에 도전했다. 편집을 위한 프로그램을 익히고 디자인을 배웠다. 일하는 틈틈이 시간을 내야했고 자료를 모으고, 메모한 내용을 정리하고, 다른 독립출판물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공부도 해야했기에 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첫 책 ‘자기탐구생활’. 저자 이름은 본명 대신 ‘미나봄’으로 했다. 나 자신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인들과 함께 작은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지난해는 광주독립책방 ‘러브앤프리’의 제안으로 ‘자기탐구생활’ 개정판을 발간했다. 개정판은 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독립서점에 비치돼 있고 얼마전에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에도 입점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모험하는 걸 좋아해서 책 작업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과 메모를 통해 나의 10대, 20대 시절을 반추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공감된다는 이들이 많았어요. ‘나만 힘든게 아니었구나’ 위로를 받기도 했지요. 나를 바라보려고 쓴 글이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몇몇 독자들과 서로 탐구해가는 과정이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책을 펴낸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이었다.
“쌓아두었던 여행의 기록을 정리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함께 자신감이 생겼어요. 어떤 일이 발생하거나 감정의 동요가 있을 때 자책하거나 또는 그런 형태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과정을 많이 겪었는데 거기에서 오는 해방감이랄까요. 자책 대신 이제는 바깥으로 나를 표현했다는 것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구입해 가신 분들이 읽고 좋아하더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느 서점에 책이 재입고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의 부끄러운 글과 사진을 읽어준다는게 감사하고, 그렇게 모르는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신기했다.
“자기 자신을 반영하고 성찰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미나봄이라는 사람은 자기 성찰의 과정을 이렇게 겪었구나’라고요. 20대 초·중반의 청춘들이 책을 읽고 자기 자신을 정리해 나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작업실에서 일을 하던 어느날 바퀴벌레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바로 잡아서 버렸는데 바퀴벌레가 있던 그 자리가 계속 찜찜한 거에요. 쓸고 닦고 흔적을 지웠지만 그 자리를 쳐다보면 자꾸 생각이 나는 거죠. 누구에게나 그런 존재가 있을 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런 흔적이 왔다가 지나가면 없던 시절로 돌아가기 힘들 거에요. 서로 상처를 크게 주고 받았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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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단계가 있잖아요. 설렘, 순수한 사랑, 빛바랜 사랑, 애증의 사랑, 지지부진하면서도 고단함을 많이 느꼈던 찰나의 느낌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했어요. 사랑얘기가 대부분인, 개인적인 경험 중심의 글이에요. 제가 쓰고 싶은 내용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게 독립출판물의 장점이지 않을까요.”
“방송작가로 일을 하면서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오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기회를 갖게 됐어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습작을 해오던 글이 있었기에 미흡하나마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인쇄된 책을 처음 받던 날, 박스 채 짊어지고 작업실로 와서 열어보는데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혼자서 자축하며 나에게 ‘고생했다’ 이야기해 줬습니다.”
수지씨는 책을 만드는 데 있어 글이 중심이겠지만 출판 과정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몸소 경험했다. 종이 종류도 무수히 많고 글씨 크기나 글씨체 하나까지 직접 만져보고 느끼면서 책 한 권이 나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 그만큼 첫 책에 대한 애정도 깊다.
![]() 백수지씨는 평소 사랑에 대한 다양한 느낌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한다. |
많지 않은 수량이었지만 SNS나 지인 등을 통해 직접 홍보하면서 한 달 만에 모두 판매됐다. 그리고 올해 4월 러브앤프리의 제안을 받고 개정판을 펴냈다.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출판 절차를 거쳐 표지와 내부 디자인을 조금씩 수정했다. 그렇게 나온 ‘너와 나 사이에 바퀴벌레가 지나가고 있어’ 개정판은 현재 전국 서점에 당당하게 진열돼 있다. ‘여행지에서 내 책 만나기’. 수지씨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올해 이뤄졌다.
“개정판이 나오고 제 책이 판매되고 있다는 강원도 한 서점을 찾아가본 적이 있어요. 과연 어느 라인에 진열돼 있을까,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구요. 광주도 아닌 머나먼 곳에서까지 제 책을 진열해 주시는 게 감사해서 일부러 인사도 드렸어요.”
독립출판에 도전했던 수지씨는 평소 독립출판물을 챙겨본다고 전했다. 기성 출판사에서 펴내는 책들은 한결같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출판사별로 디자인이나 색깔이 분명한 것도 많고 책들마다 비슷비슷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반면 독립출판물은 젊은 층이 많이 펴내기 때문인지 글이나 디자인, 소재도 도전적이며 완성도를 떠나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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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여행과 모험하기를 좋아한다는 최김미나(36)씨가 지난 봄 여행에세이 ‘자기탐구생활’을 펴냈다.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과 메모를 엮었지만 여행안내서는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발생하거나 감정의 동요가 있을 때마다 자책하는 대신 따뜻하게 안아주는 법을 전하는 작가의 자기 탐구 생활이다.
“사실 작가가 되어보겠다고 책을 냈던 건 아니에요. 메모하고 사진찍는 걸 좋아해서 기록해 뒀다가 우연한 기회에 출간까지 하게 됐습니다.”
서른이 되던 해, 미나씨는 조금 긴 여행을 떠났다. 모아둔 돈은 넉넉지 않았지만 퇴직을 해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던 그는 3개월 동안 북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떠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절박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스톡홀름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무엇이든지 천하무적으로 잘 헤쳐나갈 것 같았던 나의 20대는 그렇지 못했다. 억압과 자책은 자주 반복되었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을 잊어버리곤 했다. 여행을 하며 그런 내 모습을 발견했고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해 갔다…” 그가 책머리에 남긴 글이다.
여행 속 풍경은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처럼 아름다웠고 그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틈틈이 느낀 그대로를 메모해갔다. 메모리 칩에만 저장해 두었던 미나씨만의 기록은 3년 후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됐다. 미나씨가 직접 펴낸 책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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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탄생한 첫 책 ‘자기탐구생활’. 저자 이름은 본명 대신 ‘미나봄’으로 했다. 나 자신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인들과 함께 작은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지난해는 광주독립책방 ‘러브앤프리’의 제안으로 ‘자기탐구생활’ 개정판을 발간했다. 개정판은 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독립서점에 비치돼 있고 얼마전에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에도 입점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모험하는 걸 좋아해서 책 작업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과 메모를 통해 나의 10대, 20대 시절을 반추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공감된다는 이들이 많았어요. ‘나만 힘든게 아니었구나’ 위로를 받기도 했지요. 나를 바라보려고 쓴 글이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몇몇 독자들과 서로 탐구해가는 과정이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책을 펴낸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이었다.
![]() 최김미나씨가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쌓아두었던 여행의 기록. |
출판사를 통해 책을 구입해 가신 분들이 읽고 좋아하더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느 서점에 책이 재입고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의 부끄러운 글과 사진을 읽어준다는게 감사하고, 그렇게 모르는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신기했다.
“자기 자신을 반영하고 성찰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미나봄이라는 사람은 자기 성찰의 과정을 이렇게 겪었구나’라고요. 20대 초·중반의 청춘들이 책을 읽고 자기 자신을 정리해 나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