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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에 꼬막 집단폐사…벌교의 절규
[꼬막 집단폐사 벌교 현장 가보니]
속 텅텅 빈 꼬막에 망연자실…어민들 “올해 농사 다 망쳤다”
남획으로 어획량 줄어드는데 종패 비용 등 적자 쌓여 한숨만
2021년 09월 27일(월) 00:00
벌교에서 어민들의 새꼬막 집단폐사 신고가 이어지자 지난 24일 보성군과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이 벌교 양식장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벌교 어민 제공>
“다 죽었습니다. 내년에 키울 꼬막 종묘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황폐화된 갯벌에서 인공종묘 생산 기술로 아둥바둥 꼬막을 생산해오던 벌교 어민들이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26일 벌교에서 만난 어민들은 싹쓸이 남획으로 갯벌이 황폐화된데다, 그나마 양식해오던 꼬막마저 이상 기후 등으로 집단 폐사하면서 바다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날 오전, 양식장을 찾은 박종모 벌교 어촌계협의회장은 “벌교지역 새꼬막 양식장의 90% 이상에서 새꼬막 집단폐사가 발생하고있다”면서 “올해 꼬막양식에 의존하고 있는 벌교 어민들의 수입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촌계가 어민들의 피해 신고를 접수받아 파악한 내용은 “추석을 앞두고 제사상에 올릴 꼬막을 출하하기 위해 9월 초 양식망을 끌어올렸는데, 그물망 속 새꼬막 대부분이 속살이 없고 입을 벌린 빈 껍질만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보성지역 새꼬막 양식 면적은 1만 623㏊. 꼬막 종묘를 생산하는 양식장 면적도 627㏊에 달한다. 꼬막 종묘는 전국의 98%를 보서에서 공급한다.

그만큼 보성에 의존하는 게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꼬막 생산량이 급감, 사실상 멸종상태에까지 이르는 등 이른바 ‘금꼬막’이 되면서 자원 회복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보성이 지난 2017년 벌교꼬막 명성 회복을 위한 ‘벌교갯벌 꼬막자원 회복 종합계획’ 10년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가 한몫을 했었다. 보성군은 당시 오는 2026년까지 꼬막자원을 회복, 생산량을 1만t으로 늘려 1500억원에 이르는 지역소득과 1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표 특화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세웠었다.

벌교꼬막은 수산물 지리적표시 전국 1호로, 헤모글로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노약자나 산모, 어린이 성장발육촉진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올해 95% 가량 폐사해 생산량도 300t에 못 미칠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연간 벌교에서 생산하는 새꼬막이 5000t 가량 된다. 자칫 가격 급등 우려도 나올 수 밖에 없다.

당장, 새꼬막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20㎏ 한망에 7만원 하던 가격이 10만원까지 뛰었다.

어민들은 “생산량이 줄어들었지만 코로나로 꼬막을 찾는 식당 수요 등도 감소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꼬막종묘까지 집단으로 폐사하고 있어 내년 양식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꼬막 폐사 신고가 잇따르면서 보성군과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은 지난 24일 현장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보성군 수산진흥계 직원들과 전남도 해양수산 과학원 연구원은 이날 새꼬막 양식 어장 3군데를 찾아 집단 폐사 상황을 확인했다. 양식 어망을 들췄더니 심한 악취로 썩어가는 꼬막 냄새에다, 입을 벌린 채 속살이 없는 하얀 껍데기만 가득하고 검게 썩어가는 속살을 가진 꼬막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현장을 둘러본 보성군 등 관계자들 설명이다.

어민들은 폐사의 원인을 고수온을 지목한다. 올해의 경우 남해안 함평만 전역에 지난 7월 20일부터 고수온 경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첫 고수온주의보 발령 시점(8월 14일)보다 한 달 빨랐다. 기간도 지난달 26일까지 이어지면서 전년도에 견줘 무려 2배 가량 길었다. 특히 보성 득량만 일대는 고수온 주의보가 지속됐는데, 이같은 현상으로 물 속 산소량이 부족해 집단 폐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보성군과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은 일단,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로 28일 남해수산연구소의 공식 현장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장을 조사한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허승준 연구원은 “집단 폐사의 원인은 7~8월 산란기 이후 약해진 꼬막들이 고수온과 부족한 강수량 등의 원인으로 죽기 시작했고, 양식망에 몰려있어 독소에 의해 도망가지 못한 꼬막들까지 한꺼번에 죽고 있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미친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정확한 원인은 추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폐사한 새꼬막을 그냥 버리지 못하고 따로 처리하는 비용까지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018년 여수 일대 새꼬막 생산량 감소원인을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새꼬막이 산란 직후 7∼8월 고수온에 노출될 경우 먹이활동 저하 및 스트레스로 생체 에너지량이 감소하고 활동이 약화되는 등 에너지 균형이 무너져 결국 생산량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당시 수산과학원 분석이다.

/보성=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