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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영산강 국가 정원’ 조성을 제안한다-박용수 한신대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2021년 09월 15일(수) 06:00
광주에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광주는 광주천의 도시인가? 영산강의 도시인가? 답은 간단명료하다. 광주는 영산강의 도시다. 오랜 세월 광주의 상징, 무등산과 더불어 광주천이 광주의 젖줄로 각인돼 있지만, 눈 떠 보니 광주는 영산강의 도시다. 서울이 한강의 도시, 평양이 대동강의 도시, 뉴욕이 허드슨강의 도시인 것처럼 광주는 영산강의 도시다. 아름답고 장대한 영산강이 광주 한복판을 관통하니 당연한 얘기다. 더 이상 광주를 광주천에 가둬 둘 수는 없다. 영산강은 담양 가마골 용소에서 발원해 광주를 관통하고 나주 목포까지 장장 115.5km를 힘차게 내달린다. 그 물줄기를 따라 신창동 선사 문화와 마한, 백제문명이 부침했다. 오늘은 끝없는 탐방길과 생태숲, 넉넉한 쉼터와 공원, 운동장은 물론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제공한다.

그런데도 영산강은 여전히 광주와 무관한 전남의 강으로 치부되고 있다. 왜 그런가. 1988년 광산군과 송정리가 광주에 편입되기 전까지 오랜 세월 행정구역상 전남 땅이었기 때문이다. 광주에 편입된 지 33년이 지났는데도 우리의 의식 속에 여전히 영산강은 광주와 무관하다. 그동안 광주를 무등산과 광주천의 도시로 상징화한 결과다. 무서운 고정관념이 아닐 수 없다.

광주를 영산강의 도시로 받아들일 때 광주의 놀라운 변화는 시작된다.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광주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인정할 때 가능하다. 광주는 아파트 건설 공사로 날을 새고, 아파트 광고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는 ‘탐욕의 아파트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단의 각오로 도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영산강 수변에 국가 정원을 조성해 광주를 친환경 생태도시로 대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2025년까지 전국에 국가 정원 2400곳을 조성하려는 산림청의 제2차 정원진흥 기본계획과도 부합하는 프로젝트다.

그렇다면, 영산강 국가 정원으로 적합한 후보지는 어딘가. 광주 영산강 수변에는 신창동 선사 유적공원에서 시작해 용산야구장까지 국가 정원에 적합한 부지가 널려 있다. 산동교 친수공원과 북구종합운동장, 첨단종합운동장, 첨단생활체육공원, 광주시민의 숲과 용산야구장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체육, 생태공원이 산재해 있다. 이중 40만 평에 집단지성과 전문가적 식견을 동원해 아름다운 친환경·친시민 생태 국가 공원을 디자인하면 된다. 관련 법규상 먼저 3년간 광주시가 지방 정원으로 지정해 운영한 뒤 국가 정원 지정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중 핵심은 신창동 선사유적지다. 한국 고대문화의 보고, 신창동 선사유적지는 영산강에서 반경 1.3㎞ 이내에 있다. 탐방로를 통해 영산강과 연결된다. 신창동 선사유적지가 어떤 곳인가. 초기 철기시대에서 삼한시대에 걸쳐 형성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복합 농경마을이다. 퇴적된 볍씨가 500톤을 넘는 동북아 최대 벼농사 지대였다. 신창동 사람들은 2천 년 전 가죽신에 비단옷을 입고, 칠기를 사용하고, 현악기를 켜며, 고급 마차를 탔다. 2016년 가수 김원중은 신창동 처녀 마지를 소환해 ‘옛 산동교에서 마지를 기다리다’는 노래를 불렀다. 신창동 선사문화가 오늘의 문화예술, 창작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영산강 문명의 발상지라는 역사성과 상징성, 다양한 출토 유물과 스토리는 영산강 국가 정원 조성에 최적의 여건이다. 광주공항이 이전할 경우, 이전 부지중 30만 평에 상상 그 이상의 아름다운 국가 정원을 추가로 조성하고, 인근 제1호 국가 지정 도심 습지인 장록습지와 연계하면 금상첨화다. 장기적으로 영산강을 따라 담양·장성·화순·나주, 영암 솔라시티까지 연결해 초광역 역사·문화·생태·관광 벨트를 조성하면 서남권 메가시티가 구축된다. 사람들은 영산강에서 끊임없이 치유와 회복, 활력과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깊어 가는 가을에 영산강 수변을 거닐며, 영산강의 도시 광주를 음미해 보자. 친환경 생태도시의 나래를 활짝 펴 보자. 옛 산동교에서 다시 마지를 만나는 꿈에 가슴 설레지 않는가. 영산강은 우리에게 가장 오래된 미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