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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테이프
2021년 09월 09일(목) 01:30
지난 주말 계림동 헌책방 거리를 걷는데 어디선가 김광석의 노래가 들려오더니 곧바로 조용필의 노래가 이어졌다. 나도 모르게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은 레코드 가게 ‘명음사’였다. 가게 밖에 놓인 스피커는 가요·클래식·경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내보내고 있었다.

LP판매점인 명음사는 1980년 문을 연 뒤 남동성당 옆에서 오랫동안 영업하다 2019년 계림동으로 이사했다. 과거 이곳을 취재한 적이 있어 잘 알고 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수천 장의 LP판과 CD, 마리아 칼라스와 카랴얀 등의 브로마이드는 여전히 넓은 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인상적인 건 빼곡히 꽂혀 있는 수천 개의 카세트테이프.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아직도 당당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 용돈을 쪼개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둘 사 모으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면 DJ 멘트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며 공테이프에 녹음하던 일, 레코드 가게에 ‘듣고 싶은 곡 리스트’를 주고 ‘나만의 베스트 음악 테이프’를 만들곤 했던 일도 그 시절 소중한 추억 중 하나다.

카세트테이프는 네덜란드 필립스 엔지니어 루 오텐스가 1960년 그의 연구 팀과 함께 개발했다. 1963년 베를린 라디오 전자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인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1천억 개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카세트테이프는 1979년 소니가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을 출시하면서 더욱 인기를 모았다. 당시 청소년들에겐 소니 ‘워크맨’과 1981년 출시된 삼성전자 ‘마아마이’를 갖는 게 로망이었다.

최근 ‘레트로’ 열풍을 타고 카세트테이프가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레이디 가가나 방탄소년단 등 가수들이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했고, 얼마 전 KT는 카세트플레이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레코드 가게에 들렀던 그날, 우리 일행은 어머니를 위해 남진과 이미자 히트곡 테이프를 구입했다. 혹시 카세트플레이어와 테이프가 집안 어딘가에 있다면 이 가을, ‘추억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