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
지난 주말 계림동 헌책방 거리를 걷는데 어디선가 김광석의 노래가 들려오더니 곧바로 조용필의 노래가 이어졌다. 나도 모르게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은 레코드 가게 ‘명음사’였다. 가게 밖에 놓인 스피커는 가요·클래식·경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내보내고 있었다.
LP판매점인 명음사는 1980년 문을 연 뒤 남동성당 옆에서 오랫동안 영업하다 2019년 계림동으로 이사했다. 과거 이곳을 취재한 적이 있어 잘 알고 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수천 장의 LP판과 CD, 마리아 칼라스와 카랴얀 등의 브로마이드는 여전히 넓은 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인상적인 건 빼곡히 꽂혀 있는 수천 개의 카세트테이프.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아직도 당당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 용돈을 쪼개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둘 사 모으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면 DJ 멘트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며 공테이프에 녹음하던 일, 레코드 가게에 ‘듣고 싶은 곡 리스트’를 주고 ‘나만의 베스트 음악 테이프’를 만들곤 했던 일도 그 시절 소중한 추억 중 하나다.
카세트테이프는 네덜란드 필립스 엔지니어 루 오텐스가 1960년 그의 연구 팀과 함께 개발했다. 1963년 베를린 라디오 전자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인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1천억 개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카세트테이프는 1979년 소니가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을 출시하면서 더욱 인기를 모았다. 당시 청소년들에겐 소니 ‘워크맨’과 1981년 출시된 삼성전자 ‘마아마이’를 갖는 게 로망이었다.
최근 ‘레트로’ 열풍을 타고 카세트테이프가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레이디 가가나 방탄소년단 등 가수들이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했고, 얼마 전 KT는 카세트플레이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레코드 가게에 들렀던 그날, 우리 일행은 어머니를 위해 남진과 이미자 히트곡 테이프를 구입했다. 혹시 카세트플레이어와 테이프가 집안 어딘가에 있다면 이 가을, ‘추억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 용돈을 쪼개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둘 사 모으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면 DJ 멘트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며 공테이프에 녹음하던 일, 레코드 가게에 ‘듣고 싶은 곡 리스트’를 주고 ‘나만의 베스트 음악 테이프’를 만들곤 했던 일도 그 시절 소중한 추억 중 하나다.
최근 ‘레트로’ 열풍을 타고 카세트테이프가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레이디 가가나 방탄소년단 등 가수들이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했고, 얼마 전 KT는 카세트플레이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레코드 가게에 들렀던 그날, 우리 일행은 어머니를 위해 남진과 이미자 히트곡 테이프를 구입했다. 혹시 카세트플레이어와 테이프가 집안 어딘가에 있다면 이 가을, ‘추억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