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저항시인 6명 작품 엮은 시집 日서 출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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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저항시인 6명 작품 엮은 시집 日서 출간 눈길
윤동주·이육사·한용운 외 심훈·이상화·조명희 첫 포함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편역…주요 작품 10편씩 게재
2021년 09월 08일(수) 19:00
김정훈 교수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심훈, 이상화, 조명희….

일제강점기 독립 정신을 추구하고 시로 저항했던 대표 시인들의 작품을 모은 시집이 일본에서 출간돼 눈길을 끈다.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시집은 출간된 바 있지만 이들 외에 심훈, 이상화, 조명희가 묶여 그들의 주요 작품이 한글과 일본어로 일본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조선 시인의 독립과 저항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작품집은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편역했으며, 일본 후바이샤에서 출간했다.

책은 조선의 저항 시인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이상화, 심훈, 조명희의 주요 작품을 10편씩 게재했으며 각 시인의 생애와 활동도 간략하게 정리했다. 독자들에게 익숙한 작품도 있지만 다소 생소한 시들도 있다.

김정훈 교수는 “이들 시인들은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저항 시인들”이라며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일본에서는 윤동주 시인 외에 이들 시인들이 소개되고 있다”며 “K문학을 좋아하는 일본인에게 읽히는 것은 저항 시인의 세계에 내재하는 작품의 가치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민족문학이나 저항문학, 민중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대학 입학을 위해 광주 대성학원에서 고 문병란 시인에게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그때 들었던 문병란 시인의 시대에 대한 아픔과 민중을 향한 사랑에 감동해 문학연구로 진로를 정하게 됐다.

강의도 재미있었지만, 조선 시인의 저항과 독립정신을 통해 신군부세력 지배 현실을 은유적 화법으로 지적하던 문 시인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민주·민중 의식과 민족통일을 강조하는 결연한 의지에 뭉클했던 기억이 있지요.“

김 교수는 지금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배웠던 문학적 감성이 체내에 깊숙이 배어 불쑥불쑥 솟는다고 한다. ‘저항문학’ ‘역사의식’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시대 상황은 물론 부조리와 불의의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구체적인 시는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이육사), ‘자화상’(윤동주), ‘현해탄’(심훈),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절정’(이육사), ‘알 수 없어요’(한용운), ‘나의 고향이’(조명희) 등이다.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十二星座)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때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친하고 그 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미래를 꾸며 볼 동방의 큰 별을 가지자// 중략//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다만 한 개의 별일망정/ 한 개 또 한 개의 십이성좌 모든 별을 노래하다.”

이육사 시인의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는 자주 독립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희원한다. 시집 전체 제목을 대표하는 표제시는 ‘한 개의 별’에 담긴 우리 민족의 해방의 절실함과 ‘동방의 큰 별’로 나아가자는 강렬한 열망을 포괄한다.

이에 앞서 김 교수는 ‘문병란 시집-직녀에게’, ‘김준태 시집-광주로 가는 길’, ‘마쓰다 도키코-시집 조선 처녀의 춤’을 번역 출간한 바 있다. 또한 나주 출신 저항시인 이석성이 발굴돼 논문을 작성 중이었다.

그는 “일련의 작업을 계기로 의식의 저변에 잠재하고 있던 조선의 저항 시인들을 일본에 소개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많은 이들이 일제강점기 저항시인들의 독립 정신을 시를 매개로 계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집을 펴내게 되는 과정에서 김 교수는 시인이자 문병란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 리명한 대표와 논의 등을 거쳐 책을 완간하게 됐다. 향후 남도가 배출한 민족민중시인인 문병란 시인의 뜻과 유지를 기리는 기념사업회에도 함께 협력할 예정이다.

한편 리명한 시인은 “민족정신을 수호하기 위한 실천운동과 민족운동에 헌신했던 저항시인들과 남도가 배출한 문병란 시인이 숭고한 뜻을 이어받는 작업들이 다채롭게 전개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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