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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길들이다, 시간 측정 2만5000년 역사 고스란히 응축
니컬러스 포크스 지음, 조현욱 옮김
2021년 08월 21일(토) 19:00
고딕 양식의 화려함을 뽐내는 웨스트민스터의 대형 시계 빅벤. <까치 제공>
‘시계는 부품으로 구성된 소우주’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시계 전문 잡지 ‘온 타임’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니컬러스 포크스다. 그는 시계에 관한 24권 이상의 책을 펴낸 이 분야 전문가다. 아울러 그는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뉴스위크’ 등에 시계를 주제로 한 글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포커스의 신작 ‘시간을 길들이다’는 그러한 연장선의 결과물이다.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해 노력해온 2만5000년 역사가 고스란히 응축돼 있다.

사실 인류는 태초부터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태양이나 탈, 별의 움직임을 이해하든 중요한 회합을 기억하든, 이 과정에서 시간은 중요한 요인이었다.

저자는 시계의 매력에 빠지면 끝없이 마음을 빼앗기는 세계로 들어선다고 말한다. 물론 사람과 시대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집트의 파라오, 18세기 프랑스 여왕, 20세기 재계의 거물, 혹은 좀더 겸손한 사례로는 197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저자도 포함된다.

인류가 태양력과 태음력을 맞추는 데 수천 년이 걸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은 두 종류의 역법(曆法)이 19년마다 한 번씩 일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예로 아테네 메톤은 자신의 이름을 부여한 역법을 고대 그리스부터 기원전 46년까지 사용하는 데 기여했다.

최초의 시간 측정 장치는 구석기 시대 유물인 ‘이샹고 뼈’로 추정된다. 표면의 장식용 홈은 2만5000년 전 파여졌다. 3차원 바코드와 비슷하며 빗살처럼 새겨져 있는데 “기록을 위한 눈금막대의 일종으로서 선사시대의 계산자 혹은 계산기”로 보인다.

이집트 초기 물시계는 ‘구멍이 있는 양동이’이다. 이집트 카르나크신전에서 발견된 이 화분은 기원전 1415~1380년의 것으로 추정된다. “화분에 채운 물은 바닥 근처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천천히 새어나오는데 이때 남아 있는 물의 수위”를 매개로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의 시간 측정에 대한 열망은 기술력을 갖춘 시계로 전이된다. 중국 송나라의 천문학자 소송이 만든 천문시계는 물이라는 동력을 이용했다. 시계 역사에서 ‘잃어버린 고리’로 조명을 받고 있다.

영국 세인트 올번스 성당에 설치된 천문시계는 처음으로 “똑딱”이라는 소리를 내며 돌았다. 기계식 시대를 연 것인데, 이를 계기로 유럽 도시들은 경쟁적으로 웅장한 천문시계를 제작한다.

이후부터 시계는 공적인 영역을 넘어 사적인 영역으로 확장된다. 초기의 개인용 시계는 정확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소장자 기품을 높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신성 로마 제국 황제 루돌프 2세는 만찬자리에 배 모양의 시계를 올려놓고 시선을 끌었다.

시계는 기능을 넘어 아름다움을 표상한다. 시계공 브레게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위해 보석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정교하게 설계된 탓에 그녀 사후 34년이 지나서야 완성됐다.

오늘날 최고 시계 브랜드는 파텍 필립, 롤렉스, 예거 르쿨트르, 오메가, 브레게, 카르티에 등이다. 특히 세계 빈티지 시계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파텍 필립, 손목시계를 대중화한 카르티에, 우주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하는 시계를 만든 오메가까지 정밀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시계 등은 관심의 대상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놀라운 시계의 파노라마를 만날 수 있다. 한 가지 우리나라 해시계, 물시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까치·3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