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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한국의 단청 1-화엄의 꽃, 노재학 지음
자연의 꽃, 단청 예술로 꽃피다
2021년 07월 30일(금) 00:00
순천 송광사 국사전 천정반자의 단청.
미황사 단청 문양은 여느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다. 주도면밀한 대칭 구도와 짜임새, 그런 가운데서도 변화를 추구한다. 단청 장엄의 소재는 선학, 연꽃, 모란, 범자 등이다. 비록 네 종류에 불과하지만 소재마다 다른 채색 안료, 개성적인 구성으로 반복과 차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연꽃 묶음엔 바람의 기운이 담겨 있다. 꽃잎은 한쪽으로 쏠렸고, 연잎도 바람에 가장자리가 뒤집혔다. 몇몇 우물반자에선 갈대 같은 수초들과 함께 바람 타는 장면을 묘사하기도 한다. 맑고 향기로운 연향 가득한 법계임을 암시한다. 모란꽃은 따스한 색감이 무척이나 맑고 다정하다. 특히 봉긋봉긋한 꽃잎에 베푼 주홍색 계열의 자연스러운 바람이 매력적이다. 모란꽃도 연꽃만큼이나 다양한 표정들을 묘사했다.”

해남 미황사 대웅보전 천정반자의 단청.
전통 건축에 입힌 고전의 빛을 ‘단청’(丹靑)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문양과 오방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질적인 단청의 중심은 “색상이 아닌 문양에 있다”고 한다. 노재학 사진작가의 견해다. 20년간 단청 문양을 카메라에 담아온 그는, 단청에 담긴 형이상학의 세계를 실증적으로 풀어왔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사진, 건축, 불교, 철학, 미술사학 등을 독학하면서 단청의 신비에 푹 빠졌다.

이번에 나온 ‘한국의 단청 1-화엄의 꽃’은 단청문양과 사진, 해석을 아우른다. 그동안 저자는 ‘한국 산사의 단청 세계’를 펴냈으며 2019년엔 ‘한국 산사의 단청 문양 전국 순회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사찰에서 시선을 끄는 것 가운데 하나가 단청이다. 붉고 푸른 빛이라는 뜻을 지닌 단청은 청적황백흑의 오방색 중심을 이룬다. 동양철학 음양오행론에 기초해 정립한 색 체계로 “우주순환의 시간과 공간 방위, 만유상생의 원리, 사람의 기질까지 연결된 심오한 철학적” 배경을 담고 있다.

보성 대원사 극락전 천정반자의 단청
남도의 사찰은 저마다 특징적인 단청을 자랑한다. 앞서 언급한 해남 미황사 외에도 순천 송광사, 여수 흥국사, 구례 천은사, 보성 대원사, 영광 불갑사, 순천 선암사 등도 저마다 미적 상징이 드리워져 있다.

순천 송광사 국사전 천정반자의 단청.
순천 송광사 국사전의 단청은 육엽범자연화문이다. 육엽연화에 범자를 심은 네 겹의 꽃잎을 감추고 있는 육엽연화는 “안쪽 세 겹은 안으로 오므려 씨방자리를 감싸고, 가장자리 커다란 꽃잎은 활짝 펼쳐”진 형상이다. 원래 연꽃은 청색 계열 색을 입혔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먹빛에 가깝다. “어둠에서 솟구친 붉은 해의 금빛 햇살”은 마치 ‘무명(無明)에 놓는 광명의 빛’으로 다가온다.

여수 흥국사 대웅전 단청은 ‘대칭과 비대칭의 대칭’으로 구현한 장엄예술의 전형이다. 저자에 따르면 1행은 넝쿨연화문-금니 넝쿨연화문-넝쿨연화문의 대칭 구도, 2행은 연꽃꽃꽂이-팔엽연화문-모란꽃꽂이의 비대칭의 대칭, 3행은 봉황문-구름·별자리-봉황문의 대칭 구도로 조영했다.

구례 천은사 극락보전의 천정 단청은 선학, 연꽃, 모란, 범자를 소재로 삼았다. 서남해안 지역의 법당장엄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특징이다. 보성 대원사 극락보전, 구례 천은사 극락보전 단청 문양은 장엄의 구조와 소재, 채색 원리, 표현 등에서 친연성이 드러난다.

나주 죽림사 극락보전 천정반자의 단청.
“한국 산사 천정 단청장엄에서 예술의 자유로움과 창조성, 화려함, 부드러움, 여성스러움 등이 어우러진 낭만주의적 한 흐름을 펼친다. 17, 18세기 서남해안 지역에서 부흥한 ‘단청에서의 진경시대’라 부를 만하다.”

저자는 이 같은 단청에는, 심리학자 융이 말하는 ‘인간의 집단 무의식 속엔 미적 상징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것을 ‘꽃’이라고 본다. 즉 ‘범화경’, ‘화엄경’의 경전 이름에도 꽃의 이미지로 장엄했으니 단청 문양은 자연 현상계 꽃이 아니라고 부연한다. 바로 꽃으로 이룬 ‘화엄 세계’, 즉 ‘화엄의 꽃’이라는 것이다. <미진사·5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