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 - 장석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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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장석남 시인. 올해로 등단 35년 차를 맞은 그는 끊임없이 글을 쓰고 사유를 한다. 세상의 구부러진 지점에 주목하고 노래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장석남이 발견한 지혜의 문장들을 엮은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가 출간됐다.
두 번째 산문집에서 시인은 예리한 칼 같은 시선으로 단단하게 굳어 있는 대상의 내면을 해체하고 틈을 응시한다. 감정 이면을 세세하게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독자에게 낯선 대상과 감정을 맞닥뜨리게 하려는 의도다.
“역시 글이라는 것은 맨땅에서 파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요즘에 와서 더더욱 절감한다. 묻은 게 없으면 나오는 게 없다는 것은 만고진리지만 그 토양마저도 굳고 거칠면 도통 좋은 씨앗도 배겨나질 못한다. 아무리 깊이 파서 땅을 뒤집어놓아도 비 한 번 오고 나면 굳어져서 호미조차 들어가질 않는다.”
특히 시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어휘 가운데 슬픔, 고요 등이 눈에 띈다. 시인이 보여주는 슬픔과 고요는 어딘지 다른 구석이 있을 것 같다. 감각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것은 이 산문집의 장점이다. 물 긷는 소리부터 날아가는 새의 깃털까지, 서정에 닿아 있는 표현들은 읽는 이에게 또다른 감성의 결을 선사한다.
그의 문장에는 세상의 천태만상, 우여곡절을 보고 겪으며 다져진 상흔이 겹쳐 있다. ‘모과 향기 속’이라는 글에 나오는 “그런데 온 방을 물들이는 이 향기는 상처에서부터 쏟아져 나온 것이리라. 상처가 향기를 짙게 만들어낸다”는 그런 느낌을 환기한다. <마음의 숲·1만3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역시 글이라는 것은 맨땅에서 파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요즘에 와서 더더욱 절감한다. 묻은 게 없으면 나오는 게 없다는 것은 만고진리지만 그 토양마저도 굳고 거칠면 도통 좋은 씨앗도 배겨나질 못한다. 아무리 깊이 파서 땅을 뒤집어놓아도 비 한 번 오고 나면 굳어져서 호미조차 들어가질 않는다.”
특히 시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어휘 가운데 슬픔, 고요 등이 눈에 띈다. 시인이 보여주는 슬픔과 고요는 어딘지 다른 구석이 있을 것 같다. 감각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것은 이 산문집의 장점이다. 물 긷는 소리부터 날아가는 새의 깃털까지, 서정에 닿아 있는 표현들은 읽는 이에게 또다른 감성의 결을 선사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