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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古都의 찬란한 역사 품은 1500년 고찰
<6> 공주 마곡사
“설법 때 마(麻) 심어진 것처럼 인파 몰려”
마곡사라는 사찰의 명칭 유래돼
640년 백제무왕 때 자장율사 창건
보물 대왕보전·대웅보전·5층석탑 등
역사적 유물들, 불교 건축미학 일품
2021년 07월 26일(월) 02:30
마곡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도시’ 공주에 자리한 조계종 6교구 본사로, 경내에는 다양한 유물이 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푹푹 찌는 폭염이 만만치 않다. 조금만 손을 대기라도 하면 화상을 입을 것처럼 아스팔트도 뜨겁다. 시원한 그늘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가끔씩 구름 한 조각이 햇볕을 가릴 때, 짧은 순간이나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가장 추울 때, 가장 더울 때, 한없이 왜소해진다. 쉽게 지치고, 쉽게 무력해진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매일매일 다른 날씨가 펼쳐지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마음이 자꾸만 그것에 좌우된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구름이 몰려오면 구름이 몰려오는 대로, 그저 그렇게 여일한 마음을 지닐 수는 없을까.

요즘처럼 땡볕이 내리쬐는 날은 수행(修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말 그대로 행을 닦는 것이 수행이다. 말을 단속하고, 행을 제어하며, 마음의 생각을 다스리는 것이 요체다. 여름 한철 이 더위를 적절하게 이겨내는 것도 하나의 ‘수행’일 수도 있겠다. 수행이란 결국 스스로 행을 바로잡아, 나로부터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닐지.

공주 마곡사(麻谷寺) 가는 길, 간간히 구름이 길을 덮는다. 무시로 쏟아지는 햇볕 사이로 구름조각이 그늘을 만든다. 이편이 어찌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날씨인데, 그 어찌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해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날씨다. 한여름 구름이 그렇게 보시를 하나보다.

늘 깨어있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목어.
공주는 백제의 도시다. 백제의 숨결이 숨 쉬는 고도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백제 무령왕릉을 비롯한 송산리고분, 백제 고도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공산성, 고즈넉함 속에 선인의 지혜가 깃든 마곡사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도시 어느 곳을 가도 백제의 혼을 느낄 수 있고, 백제의 숨결을 호흡할 수 있다.

마곡사. 사찰의 명칭이 자못 특이하여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마’(麻)란 삼, 삼베 등을 일컬으며 ‘곡’(谷)은 계곡을 뜻하기에 ‘마곡’(麻谷)이란 말 그대로 마가 촘촘히 펼쳐진 계곡을 말한다. 무릇 언어란 그것이 표상하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환기하는 법이다. 좀더 그 의미를 탐색해보자. 1851년에 나온 ‘마곡사사적입안’에는 ‘보철화상의 설법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마처럼 촘촘히 많았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마곡사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당나라에서 마곡보철선사에게 배우고 귀국한 무염 스님이 스승을 기려 마곡사를 지었다는 내용이다.

지금으로부터 1500여 년 전의 이야기이니, 그것이 정확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팩트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진실은 보증할 수 있다’는 쯤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그만큼 부처님 말씀을 듣기 위해 산자락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의미일 게다. 또한 그런 곳에 사찰이 건립되는 것은 당연지사였을 터다.

그러나 좀더 신빙성 있는 창건 내력은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와 관련돼 있다. 640년, 즉 백제무왕 때 자장율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온다. 이후 1172년 고려 명종 때에 이르러 보조국사가 중수했으며 범일 대사가 재건하였다고 전해온다.

신록이 우거진 응진전 모습.
창건에 관해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마곡사를 소개하는 일주문 안내판이나 홈페이지에는 자장율사의 창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울러 명칭과 관련해서는 설법을 들으러 계곡에 모인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에서 마곡사라고 붙여졌다고 기록돼 있다.

마곡사는 태화산 기슭에 자리한 조계종의 제6교구 본사이자 충남지역을 대표하는 명찰이다. ‘春마곡’으로 불릴 만큼 봄 풍경이 아름답다. 신록이 아름다워 봄이면 ‘신록축제’가 열린다. 봄에서 한철이 지났으니 지금은 절정을 넘어버린 시간이다. 그럼에도 ‘夏마곡’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파릇파릇 물이 오르는 봄철의 싱그러움에 비할 바는 아니나, 수목이 무성히 우거진 지금의 풍광도 무엇에 비할 바 없이 풍요롭고 아름답다.

일주문에서 경내까지는 걸어서 십여 분 남짓 거리. 계곡 물 소리를 들으며 테크를 걷는 길은 자연의 화음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옆구리를 스쳐 흐르는 것처럼 물 소리가 청아하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생각만큼 물빛은 맑지 않지만, 소리는 천상 화음이다.

소원을 적은 종이로 밝힌 연등.
마곡사의 가람 배치는 세 개의 원으로 구성돼 있다. 양산 통도사의 그것과 다소 흡사하다. 통도사는 상로전이 중심을 이루지만 마곡사는 전체적으로 가람 구성이 자유롭다. 무질서 속의 조화라고 할까. 질서를 초월한 자연스러운 구도로 수렴된다. 단정하고 정연한 산문의 구도를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당혹스러울 법도 하겠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부조화 속의 조화, 일탈 속의 합일, 다양함 속의 통일을 지향하는 구조라는 사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불교의 본질이자, 다름을 수용하는 자비의 근간인지 모르겠다.

특히 대광보전(보물 제 802호), 뒤편의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그리고 5층 석탑(보물 제799호)의 구도는 여느 절과는 다른 구도의 묘미를 선사한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인 대규모 전각인 대광보전의 아름다움과 2층 건축양식의 대웅보전의 입체미는 불교 건축의 미학을 보여준다. 파란 하늘을 가르는 희끗희끗한 구름과 어울려 산사는 하나의 작품으로 화한다.

이밖에 마곡사에는 영산전(보물 제800호), 범종(지방유형문화재 제62호), 청동 향로(지방유형문화재 제20호)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 많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