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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창 박사 “사투리도 소중한 문화재, 기록으로 남겨야죠”
‘사투리 사전-전라도말 모음’ 펴낸
20여 년간 수집한 자료 바탕 3만5000개 어휘 수록
‘전라도 방언’ 편견 없애고 우리말 이해에 도움 되길
2021년 07월 22일(목) 01:30
“한 할머니가 ‘거그 새아지 잡아주씨요’ 하는데, 그 말을 들은 청년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죠. 그 사이 송아지(새아지)는 멀리 달아나 버렸습니다. (웃음) 벌써 50년도 더 된 일이네요. 미래 세대는 차츰 옛 사투리들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되고, 자연스레 잊어가겠죠. 이 시기를 놓치면 우리 지역 사투리를 기록할 기회가 더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정현창(75·사진) 전남대 문화유산연구소 박사가 최근 ‘사투리 사전-전라도말 모음’을 펴냈다.

광주 출신인 정 박사는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호남의병연구소, 문화유산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는 화순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20여년 동안 광주, 전남·북 곳곳을 돌며 사투리를 수집해 왔다. 지역민들을 만나 새로운 사투리를 들을 때면 메모장을 꺼내 기록하고, 휴대전화에 녹음해 뒀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고, 교육을 받지 못하는 등 외부 요인을 적게 받은 어르신들이 중심이 됐다. 순수한 지역어를 채록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2012년에도 1만7000개 어휘를 정리해 사투리 사전을 펴낸 적 있었다. 이번에는 어휘를 3만 5000개로 늘리고, 현대말부터 고대 한국어까지 사전 등을 참고해 근거 자료까지 확보했다.

정 박사는 “나는 언어 전문가도 아니고, 학술적인 책을 쓴 것도 아니다. 단지 언어 또한 하나의 문화재라는 관점에서 우리 지역 말을 수집해 책으로 묶었을 뿐이다”며 웃었다.

“여러 사전을 뒤지면서 ‘아름다운 우리 말이 이렇게 많았구나’ 새삼 깨달았죠. 전라도 말에는 우리 조상들의 얼이 녹아 있습니다. 초가집이 지금까지 남아 있으면 민속촌으로 되살아나듯이, 사투리 또한 귀중한 문화 유산입니다. 우리가 책임지고 지켜나가야 할 문화재라는 것이죠.”

책에는 전라도 방언을 바라보는 편견을 극복하고 싶다는 뜻도 담겼다. 서적부터 TV, 드라마 등 여러 매체에서 전라도 방언을 ‘무식한 사람이 쓰는 말’로 그리거나 희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라도 방언은 ‘무지의 상징’이 아니라 옛 조상들의 언어를 오롯이 간직한 ‘전통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어휘마다 어원이 되는 옛말을 함께 적어 음운변화를 살펴볼 수 있게 한 것도 그 때문이다.

“표준어라는 것도 결국 시대에 따라 변하는 거에요. 예컨대 조선말큰사전(1929·한글학회)에는 전라도 방언이 표준어로서 많이 등재돼 있는데, 국어대사전(1961·민중서관)을 보면 현저히 줄었어요. 최근에는 문명 이기가 발달하면서 전국 소식을 금방 접할 수 있게 됐고, 언어 또한 전국적으로 일원화되고 있죠. 사라져가는 사투리를 기록하는 게 절실한 이유입니다.”

정 박사는 “‘사투리 사전’이 다정다감하고 아름다운 우리 사투리를 익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는 전라도 사투리를 바로 알고, 나아가 우리 지역 사람들의 언어와 심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