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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빈 대장 가파른 절벽에서 탈출위해 사투
중국령 쪽으로 우회로 찾던 중 실족 추정
무전기 방전…캠프 연결 안돼 한국에 위성전화
2021년 07월 21일(수) 21:20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지난해 4월 17일 영암군 월출산 시루봉 암벽장에서 암벽등반 훈련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한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57) 대장의 실종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다. 파키스탄 현지의 궂은 기상 여건으로 인해 김 대장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각종 추측과 설이 나돌고 있을 뿐 정확한 사고 경위도 파악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까지 광주시 사고수습대책위가 밝힌 조난 개요와 현지 원정대 관계자 등의 전언을 종합하면 김 대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오후 4시 58분 히말라야에서 12번째로 높은 브로드피크(8047m) 정상에 올라섰다.

앞서 오전 11시 30분 제4캠프(7200m)에서 정득채 대원과 정하영 KBS촬영감독, 고소포터들이 함께 정상을 향했지만 정 감독은 7700m에서, 정득채 대원은 8000m에서 체력 고갈로 제4캠프에 먼저 복귀했다.

홀로 하산하던 김 대장은 19일 새벽 0시께 능선의 마지막 구간인 콜(col:봉우리 사이의 움푹 들어간 안부) 부근 7900m 지점에서 러시아 원정대원이 고정 로프를 몸에 건 채 지체하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이 때문에 하산길이 막히자 우회로를 찾던 김 대장은 중국령 쪽으로 길을 잡던 중 실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김 대장은 무전기로 베이스캠프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통신 사정과 배터리 방전 등으로 실패하고 밤을 꼬박 지새운 뒤 위성전화를 통해 오전 5시 55분 한국에 있는 후배 산악인과 가까스로 연결된다. 그동안 그는 장비를 김 대장의 손에 꼭 맞게 개조하고 히말라야 기상 상황을 파악해 알려주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해 왔다.

김 대장은 통화에서 “조난을 당해 밤을 지샜다. 많이 춥다. 주마(등강기) 두 개와 무전기를 보내 달라”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김 대장은 중국 쪽 비탈면 30m 아래쪽 암릉이나 설벽 턱에 걸려 있었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마를 두 개를 요구한 것도 경사도가 가파른 벽을 탈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게 산악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대장의 연락을 받는 한국의 후배 산악인은 곧장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로 연락했고, 대원들이 러시아 원정대에게 도움을 요청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주마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조에 나선 러시아 원정대는 오전 11시께 김 대장을 발견한다. 당시 김 대장은 대화가 가능하고 물을 마시는 등 의식이 또렸했다고 한다. 두 시간가량 구조 활동이 이어진 오후 1시 42분께. 김 대장은 러시아 원정대에 의해 약 15m 가량 끌어올려졌다. 그 이후 전달받은 주마를 이용해 스스로 오르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구조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한편 파키스탄 육군 항공구조대는 김 대장 구조를 위해 헬기 등을 띄울 준비를 마쳤으나, 기상 상황이 나빠 아직 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