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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그들은 ‘가상 인간’이었다
광고모델부터 아이돌·기상캐스터까지‘가상인간’ 열풍
‘언택트 문화’ 확산, ‘메타버스’ 인기 등으로 성장세 지속
보험광고 22세 오로지·美 미켈라…20년전 ‘아담’ 진화
2021년 07월 13일(화) 21:30
오로지
22세 여성 인플루언서 ‘오로지’가 화제다. 오로지는 SNS에 소소한 일상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3만 4500여명을 끌어모은 인기인이다. 최근에는 신한라이프 광고 모델로 발탁돼 화려한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과 영상만 보면 영락없는 20대 청년이지만, 사실 오로지는 실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겉보기만으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상 인간’이다.

‘가상 인간’이 ‘실제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딥러닝부터 모션캡처, 3D 그래픽 등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가상 인간들은 실제 인간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날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문화’ 확산, ‘메타버스’인기 등으로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릴 미켈라’(Lil Miquela)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이다. 미국 브러드사가 2016년 선보인 가상 인간으로, 미국 LA에 거주하는 19세 여성이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영향력도 상당하다. 릴 미켈라는 현재 300만명의 SNS 팔로워를 이끌고 있으며 샤넬·프라다·루이뷔통 등 명품브랜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온라인 쇼핑몰 ‘온바이’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그가 후원 게시물 1건을 올리는 데 받는 비용만 8500달러(약 975만원), 지난해 총 수익은 1200만 달러(약 1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국내 1호 사이버 가수로 데뷔한 ‘아담’으로 첫 걸음을 뗐다. 아담은 지금의 ‘버추얼 유투버’와 비슷한데, 겉모습은 3D 캐릭터지만 목소리는 실제 사람이 내는 형식이었다. 아담은 기술력 부족·관심도 하락 등 이유로 잊혀졌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일취월장’한 가상 인간들이 등장했다.

래아
LG전자는 올 초 소비자가전쇼(CES 2021)에서 가상 인간 ‘래아’를 공개했다. 23살 여성 음악가인 래아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기자회견 발표를 하기도 하고, 한강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며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직접 작곡한 곡을 공개하기도 했으며, SNS에 댓글을 남겨두면 답글을 달아 팬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래아 역시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 수만번의 반복 학습을 통해 얼굴, 목소리, 몸동작을 구현해낸 가상 인간이다.

디오비스튜디오의 가상 인간 ‘루이 리’는 몸이 아닌 얼굴만 가상인 경우다. 루이 리는 7명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한 뒤 AI 기계학습 기술로 합성한 가상 얼굴을 갖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에 노래하는 영상과 브이로그 등을 올려 구독자 2만여명을 끌어모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상 기상캐스터를 선보였으며, 한국 딥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가상 인간 남성 아이돌 그룹 ‘YOURS’를 창단하기도 했다.

실제 사람 모습보다는 ‘캐릭터성’에 집중한 가상인간도 있다. 삼성전자 브라질 법인이 선보인 가상비서 ‘샘’은 실제 사람보다는 디즈니 만화 캐릭터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샘은 ‘삼성 걸’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틱톡·트위터 등 SNS에서 인기를 끌었고, 세계 각지에서 팬아트나 코스튬 플레이 사진을 받고 있다.

가상 인간이 갖는 장점은 뚜렷하다.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전무한 것은 물론, 실제 사람과 달리 나이를 먹지도 않고, 외모가 변할 일도 없다. 초상권에서도 자유롭고 사생활이 없다 보니 구설수에 휘말릴 일도 없으며 시·공간 제약 없이 세계 어느 장소에서든 활동할 수 있다.

다만 가상 인간이 우리 삶에 완전히 녹아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올 초 AI챗봇(채팅 봇) ‘이루다’로 촉발된 ‘AI 윤리 문제’가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이루다’는 20대 여성을 모티브로 제작돼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동성애·장애인 혐오·성차별적인 표현 등을 학습하거나, 사용자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등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주의해야 한다. 가상 인간은 딥러닝 기술로 수많은 얼굴 데이터를 비교해 가며 최적의 얼굴을 만들어내곤 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AI로 합성해 범죄에 악용하는 ‘딥페이크’ 기술과도 맥을 같이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AI 윤리기준을 발표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존엄성 원칙, 사회의 공공선 원칙, 기술의 합목적성 원칙을 지켜야 하며, 인권 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