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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터질 게 터진, KBO 코로나 사태
김 여 울 체육부 차장
2021년 07월 11일(일) 22:00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위해 착석 방지 테이핑이 부착된 챔피언스필드 관중석. [KIA 타이거즈 제공]
지난 시즌 KBO리그는 코로나 시대의 ‘희망’이었다.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열었고, 리그 축소 없이 144경기 전체 일정을 완주했다. 2군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나왔지만 큰 영향 없이 KBO리그는 기적 같은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는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세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일 NC 선수단에서 두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10일에는 두산 1군 선수단에서도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NC에서는 재검 결과 확진자 1명이 추가됐다.

그 여파로 8·9·10일 리그 일부 경기가 취소됐다.

앞서 6월 29일에도 KT 코치와 두산 전력 분석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두 경기가 취소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1군 선수단에서 이틀 연속 확진자가 나오면서 상대 선수단도 연달아 검사를 받았고, 두산·NC 선수단 전원이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서 리그 중단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11일 오전 KBO 실행위원회가 소집돼 경기 진행 여부를 놓고 회의를 했다. 일단 잠실 LG-두산, 고척 NC-키움 경기를 제외한 3경기는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두산 선수의 확진 때문에 전날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았던 KIA 선수단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은 점 등이 작용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고려해 12일 KBO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코로나19 방역 대책 및 리그 운영에 대해 의논하기로 했다.

사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이상조짐을 보이고 처음 KT와 두산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야구단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팬들과 달리 선수단에서는 방역 수칙 위반 논란이 불거지는 등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었다.

며칠 전 겪은 일이다.

경기가 끝난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위해 인터뷰실로 가는 과정에서 원정 선수단 관계자 두 명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게 됐다. 한 관계자의 말을 듣고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끝나고 뭐하냐?”며 다른 관계자에게 말을 건 문제의 관계자는 “나는 술 한 잔 하고 들어갈 생각이다”는 말을 남기고 원정팀 라커룸 방향으로 이동했다.

소속팀의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지 며칠 되지 않았던 만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정말 술을 마시러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시국’에 대한 선수단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놀라운 장면이었다.

황당한 장면을 목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KBO는 코로나19 초비상 상황을 맞았다.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게 코로나19의 무서움이다. 조심 또 조심해도 모자랄 시기에, 며칠 전 아찔한 상황을 겪었음에도 내부의 인식은 달랐던 탓이 크다.

프로 야구계는 코로나19로 여러 수고로움을 감내하면서 ‘치맥’도 포기하고 관람석을 지켰던 팬들이 안중에 있기는 할까. 결과적으로 팬들만 가슴 졸이며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KBO리그의 선수단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무슨 일 없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