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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안의 섬 고흥 연홍도 ‘지붕없는 미술관’
해수부-한국어촌어항공단 추천 ‘고흥 연홍도’를 가다
거금도 신양선착장서 100m거리 시간마다 배로 3분이면 닿는 곳
지역·외지 작가들, 해변·골목마다 폐어구로 만든 예술품 장식
가고 싶은 섬·어촌체험휴양마을 지정…스마트 관광지 급부상
2021년 06월 22일(화) 00:40
가까이 보이는데 배 아니면 갈 수가 없다. 꼭 시간을 맞춰 하루 일곱 번만 들어갈 수 있는 섬, 고흥 연홍도다. 고흥 도양(녹동)에서 소록대교, 소록도, 거금대교를 거쳐 거금도에 들어와 신양선착장에 서면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50가구 73명이 살고 있는 조그만 섬이 하나의 작품처럼 하늘 아래 바다 위에 떠 있다. 벽에도, 거리에도, 건물 안에도 그림, 조각, 조형물, 화분 등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섬 유일의 미술관이 자리하니 연홍도를 섬 안의 섬, 지붕 없는 미술관 등으로 부른다.

지난 17일 12시 30분 배를 탔다. 겨우 2~3분이면 운행을 마치는 ‘연홍호’는 선장 진성용(61)·신미경(57) 부부가 5년째 운항하고 있다. 40대에 잠시 외지로 나갔다가 17년을 살고 다시 돌아온 연홍도는 더 깨끗해지고 볼거리가 다양해졌다. 진 선장은 “다시 와보고 싶은 섬”이라고 자신의 고향을 정의하며, 마을을 찾는 관광객 5명 중 2명 정도는 꼭 다시 마을을 찾는다고 말했다. 반기는 표지석을 뒤로 하고 섬 안으로 들어가면 소라껍데기 조형물, 자전거 타는 모습의 빨간색 철 조형물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연홍도 지도와 벽들을 가득 채운 그림들 역시 부담감 없이 다가선다. 관광안내소, 커뮤니티센터 맞은 편에는 벽 전체가 주민들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돼 있는 동네 어르신의 군입대 시절, 귀여운 손자·손녀, 결혼식장에 선 어르신들의 과거 등 누구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사진들이 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걷기에 너무 아름다운 섬입니다. 누구나 와보면 반할 수밖에 없어요. 바닥을 볼 수 있는 깨끗한 바다를 옆에 두고 걸으면서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맑은 하늘, 길가에 서 있는 조각·조형·벽 그림 등에 가끔 눈길을 돌리면 그냥 그 자체가 힐링이 되는 느낌이죠.”

3년째 연홍도 관광안내소에서 해설사로 일하고 있는 김유하(66)씨와 황수연(여·63)씨는 점심을 먹다 말고 일터 자랑에 여념이 없다.

만나기로 약속한 최완숙(여·53) 연홍도 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은 커뮤니티센터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경기도 부천에서 살다가 남편 진명회(62)씨의 고향인 연홍도에 10년 전 함께 귀어했다. 이장이자 어촌계장인 남편을 도와 어엿한 관광지가 된 연홍도 어촌체험휴양마을의 발전에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센터 내 한 쪽 벽면은 주민들의 자화상이 걸려 있고, 나머지는 특산물 판매코너, 주방, 회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15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뒤 관광지로 변모하기 시작한 이 섬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가고 있었다. 또 지난 2020년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의 지원을 받는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받아 본격적으로 어촌체험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 공동으로 숙박시설과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고, 우뭇가사리를 활용한 음식 만들기, 공예체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를 운영하고, 외연을 넓혀갈 젊은 인력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주민 대부분이 70대 후반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마을을 홍보하는 축제도 열고, 다양하게 홍보하고 싶은데 젊은 사람이 없는 게 제일 힘듭니다. 올해는 해수부에서 스마트 어촌 지원 사업으로 IT 청년 인력을 마을로 보내줘서 홈페이지도 만들고 SNS에 홍보도 해주고 있는데, 11월이면 끝나는 한시적인 사업이라 아쉬워요.”

최 사무장의 한탄을 뒤로 하고, 연홍도의 진짜 매력인 골목 탐험에 나섰다.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버려진 어구나 폐품 등을 소재로 만든 작품들이 삭막한 시멘트 벽면과 좁은 길들을 더없이 특별한 공간으로 채우고 있다. 고흥이 낳은 프로레슬러 ‘박치기왕’ 김일, 아버지 고향이 고흥인 축구선수 박지성 등 명사들도 만나볼 수 있다. ‘만수무강 경로당’을 끼고 마을 안길로 접어 들면 말뚝 박기 놀이하는 아이들, 조개껍질로 만든 꽃송이, 생선을 굽는 부엌, 물고기를 잡고 소라피리를 부는 아이들의 조형물 등 일일이 세기도 어려운 작품들이 이어졌다.

골목길을 지나 섬의 반대편 바닷가로 나오면 잔잔한 파도소리가 귀에 감긴다. 천천히 이것저것 생각하며 걷다보면 ‘환경 스틸 작은 조각공원’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살펴보다 올려보니 연홍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이 지금 연홍도의 시작점이다. 15년 전인 2005년 9월 김정만 화백 등 지역 예술인들이 연홍도의 폐교를 매입해 문화예술 활동 작업장, 숙소, 공연장, 전시장 등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화가, 시인, 소설가, 음악가, 조각가 등 250여명을 유치해 이들에게 작품 활동의 공간을 제공하고 갯벌·바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섬마을의 문화 체험도 겸하게 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50여점의 조각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해안길 등 2개의 산책로를 만들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시기도 이 때다.

연홍도의 전경. 지붕없는 미술관이자 섬 속의 섬인 고흥 연홍도는 지난 2020년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의 지원을 받는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받으면서 어촌체험관광을 본격적으로 추진, 관광객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섬의 지형이 말과 닮았다고 해서 마도라고도 불렸다.
2005년 연홍도 출신 고 김정만 화백에 이어 2009년 여수 출신 선호남(60)·장경심(60) 부부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선 관장은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로 연홍미술관을 개관한 김정만 화백과 고흥 민예총 사무국장 시절에 만났다. 16년째 한 자리를 가꾸고 있는 그는 “이 곳은 예술의 농사를 짓는 작은 섬”이라며 “조용한 섬이 누구에게나 힐링과 치유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관 옆길로 접어들어 걷다보면 연홍도 공방이 나온다. 예술인들이 섬 방문객들을 상대로 양초를 만들거나 해양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체험을 할 수 있게 교육하는 곳으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현재는 문을 닫았다. 주말에만 문을 열었고,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부자(浮子)를 주워오는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화분으로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었다. 공방 앞에는 앙증맞은 재활용 화분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홍도미술관은 지난 2005년 연홍도 출신 고 김정만 화백에 이어 2009년 여수 출신 선호남·장경심 부부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연홍도에서 즐길 수 있는 산책길은 모두 세 개다. 연홍미술관에서 출발해 해변길을 거쳐 좀바끝으로 가는 코스(약 940m·40분 소요), 연홍미술관에서 연홍교회를 지나 마을회관까지 걷는 연홍도 골목길(약 1.16km·30분 소요), 마을회관에서 섬 가장자리인 아르끝 숲길(약 1.76km, 40분 소요) 등이다. 또 섬 뒤편에는 바다 건너편의 금당도, 동쪽 편으로는 이순신 장군의 절이도 해전지 및 몽돌해변, 연홍미술관과 50m 떨어진 곳의 100m 백사장도 대표적인 명소다.

1970년대 후반 지주식 김 재배가 한창 인기를 끌었을 당시 135호가 거주할 정도로 북적였던 이 섬은 30년 이상 쇠락만 계속하다가 최근 고흥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외지인들을 위한 카페, 팬션 등도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연홍큐브팬션은 저렴하고 뛰어난 전망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으며, 섬 입구에는 VR(가상현실)기념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 첨단시설까지 섬 한 켠에 들어서고 있다. 미역과 김, 톳 등 지역 특산물을 로컬 푸드로 개발하고, 노약자를 위한 어르신 케어 프로그램 도입,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마을방송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고흥 연홍도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처럼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섬으로 계속 존재하기를 몇 안 남은 주민들과 위로받기 위해 찾은 외지인들은 마음 속 깊이 바라고 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