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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투어’
2021년 06월 02일(수) 01:00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올 여름 근사한 여름 휴가를 세웠다며 자랑했다. 코로나19로 이번 여름 휴가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건너 뛰려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녀의 마음을 들뜨게 한 주인공은 바로 ‘이건희 컬렉션’이었다. 지난 4월 고 이건희 삼성회장 유족으로 부터 2만3000여 점의 작품을 기증받은 국·공립 미술관이 오는 6월부터 내년 3월까지 릴레이 형식으로 작품을 공개하기로 하자 이들 미술관을 둘러 보는 전국투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건희 컬렉션’은 세기의 컬렉션 답게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문화재 9797건 2만1600여 점을 기증 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기증작 리스트에는 겸재 정선(1676~1759)의 ‘정선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1757~1806?)의 마지막 그림 ‘김홍도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컬렉션 역시 ‘명작의 향연’이다. 기증작 총 1천488점 가운데에는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 이응노, 박수근, 권진규 등 한국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들의 작품들이 골고루 들어 있다. 특히 외국 미술관에서나 접할 수 있는 모네,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드로 달리, 마르크 샤갈 등의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

지방의 공립미술관도 예외가 아니다.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이응노 등의 작품 30점을 기증받은 광주시립미술관을 필두로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강원도 양구 박수근 미술관도 1점에 수십 억 원에 달하는 대가들의 컬렉션을 품에 안았다. 이 때문에 문화애호가들은 이들 미술관을 돌며 지역과 인연이 있는 기증작들과 만나는 특별한 ‘나들이’를 꿈꾸고 있다.

그래서일까.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에 예정된 일정을 앞당겨 이달 부터 ‘고 이건희 회장 소재 문화재 특별공개전’을 시작으로 10월 ‘문화재 명품전’를 개최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은 7월 ‘한국미, 어제와 오늘’ 전(덕수궁관), 8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명품’(서울관)전, 12월 ‘이건희 컬렉션 2부: 해외거장’전, 내년 3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을 일제히 선보인다. 대구미술관 역시 근대미술작품 12점을 공개하는 ‘웰컴 홈’(6월29~8월29일)을 통해 올 여름 관광객들을 대구로 불러 들인다는 복안이다.

최근 광주시립미술관도 오는 29일 부터 8월15일까지 ‘이건희 컬렉션 기증작품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당초 내년 8월께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다른 미술관들이 일정을 앞당겨 공개하자 서둘러 이번 전시회를 꾸리기로 한 것이다. 하마터면 이건희 컬렉션의 열기를 놓칠 뻔했지만 뒤늦게 나마 전시일정을 앞당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이건희 컬렉션’을 오는 9월 개막하는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일정에 맞춰 기획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 인프라와 문화콘텐츠(전시·공연)를 연계시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이는 곧 광주시가 지향하는 ‘예술관광’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문화와 관광이 윈윈하는 큰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떤가.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