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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광주사직공원
2021년 04월 14일(수) 09:00
“뉴요커들은 악명 높은 땅값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산다. 그럼에도 뉴욕은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 하는 도시다. 집 밖으로 나오면 1㎞ 간격으로 센트럴파크 같은 크고 작은 공원이 많다. 삶의 질을 높이는 건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과 도서관이다.”

지난해 7월 광주일보 주최로 열린 ‘제8기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강연한 건축가 유현준(홍익대 교수)씨는 쾌적한 도시로 맨하튼을 꼽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와 수천만 명이 밀집해 있는 이 곳을 주목한 것은 ‘소비’할 수 있는 문화공간들이 많아서다. 작은 아파트에 살아도 밖으로 나오면 공원, 광장, 미술관, 도서관이 도시 곳곳에 실핏줄 처럼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예술의 도시로 알려진 런던, 파리, 뉴욕은 공통점이 있다. 화려한 건축미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뽐내는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도서관 등의 인프라와 시민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원이 그것이다.

맨하튼의 숨은 보석이라고 불리는 브라이언트 파크를 들여다 보자. 센트럴파크 보다 규모는 작지만 맨해튼 42번가에 자리한 장소성과 다양한 콘텐츠는 일상에 지친 시민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즌별 페스티벌은 브라이언트 파크의 자랑거리다. 매년 6∼8월 추억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제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뮤지컬 갈라 페스티벌, 클래식 썸머 페스티벌은 ‘한 여름 밤의 감동’을 안겨준다. 특별한 입장권이 없어도 슬리퍼를 끌고 간단한 먹을거리와 돗자리를 챙겨 공원에서 일상을 보내는 건 모든 이의 로망인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수도를 지향하는 광주는 어떤가. 스케일면에서는 이들 도시와 비교할 수 없지만 광주의 도심에도 남부럽지 않는 금남공원, 광주공원, 사직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충장로와 금남로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사직공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민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다. 외국의 도심공원들 처럼 시민들이 편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볼거리가 부족한 탓이다.

물론 사직공원에도 다양한 역사·문화자원들이 숨쉬고 있다. 지난 1924년 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한때 어린시절 최고의 나들이 장소였던 동물원을 비롯해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올렸던 사직단, 42종의 나무, 관덕정(활터), ‘빈집’(폴리), 통기타 거리 등 매력적인 공간이 많다. 특히 광주 도심과 양림동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인 여건은 올해 하반기 완공되는 AMT(미디어아트 플랫폼)와 2023년 건립되는 사직공원 야외공연장을 잇는 ‘컬처브릿지’로서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구슬이 많더라도 꿰어야 보배일 터. 그런 점에서 최근 광주시의회가 주최한 제95차 정책토론회 ‘사직공원 활성화 방안 모색 토론회’는 매우 의미있는 논의의 첫장(場)이었다. 지금부터라도 도시의 방치된 공간이 아닌, 지역의 정체성이 살아 숨쉬는 예술공원으로 가꾸는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공원은 한 도시의 삶의 질과 품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