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시설물 아닌 생태계 자산”…가로수 인식 전환 절실
1m 남짓 좁은 생육 공간 문제
성장 빠른 수종, 매설물 얽힐 수도
도심 환경에 맞는 수종 개발해야
이식·벌목 비용은 발주처 부담
예산·조례 등 총체적 변화 필요
성장 빠른 수종, 매설물 얽힐 수도
도심 환경에 맞는 수종 개발해야
이식·벌목 비용은 발주처 부담
예산·조례 등 총체적 변화 필요
![]() 광주시 동구 계림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현장(왼쪽)과 서구 중앙근린공원 2지구 개발 공사 현장에 베어진 나무들.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
#. 광주시의 가로수는 보호틀(가로 1.5·세로 1.5m) 안에서만 자란다. 폭 2.5m 이상인 인도에만 설치되고 그나마 가로수를 뺀 보행 공간(최소 1.5m)을 확보해야 하는 국토교통부의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을 고려하면 가로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은 최소 1m 남짓에 불과한 공간에서만 가로수가 성장하는 셈이다.
광주 도심의 가로수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예산 구조부터 조례, 행정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광주 지자체가 가로수 벌목, 이식을 결정하는 구조를 넘어 생육 환경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도시숲 조성은 커녕 생색내기식 가로수 식재만 무한 반복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지자체 차원에서 가로수 유지·관리에 대한 충분한 계획과 예산을 갖추고 생태적 가치를 고려한 행정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15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가로수를 벌목·이식하는 데 대한 별도의 계획이나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지관리비 예산도 생색내기 수준이다. 가지치기, 병해충 방제, 화단 관리 등으로만 책정돼 있다. 공사로 인한 가로수 이식이나 벌목 비용은 사업 발주처가 모두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자치구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치구 관계자들 설명이다.
사업 발주처는 이식보다 벌목하는 비용이 더 저렴한 만큼 벌목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벌목, 이식 비용은 수종, 가로수의 상태와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이식을 할 경우 벌목 시보다 2배의 비용이 투입된다고 한다.
원상회복비용도 나무의 생태적 가치를 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치구는 최근 공사 과정에서 가로수 65그루를 제거하면서, 흉고직경(가슴높이 지름) 25~45㎝에 해당하는 대경목의 평균 가치를 1그루당 약 390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 자치구는 이 점을 토대로 흉고직경 12㎝ 이상 나무 56그루를 재식재하는 데 든 비용을 제외하고, 나무 원상회복비용으로 총 2억 1000여만 원을 발주처에 부과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현재 원상회복비용이 수십 년간 축적된 탄소 흡수와 미세먼지 저감 등 생태적 가치를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가로수 훼손 시 미래 생태 가치와 대체 부지 확보 비용을 포함한 ‘녹지 손실 부담금’ 도입과, 가로수 제거 결정 과정에서 심의위원회 의무화,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각 자치구가 지하 매설물에 뿌리가 얽혀서 “어쩔 수 없이 벌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도, 결국 제도와 행정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애초 가로수를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욱여넣어 키우는데다 그늘을 빨리 만들겠다며 성장 속도가 빠른 수종을 선호하다 보니 뿌리 얽힘 문제는 자연스럽게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가로수를 심을 공간을 1.5~2m까지 넓히기도 하지만, 조례에 명시된 기준은 없어 자치구 판단에 맡겨져 있다.
더욱이 가로수를 심을 공간의 폭, 너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산림청 매뉴얼은 재해 중심이고, 광주시와 자치구 조례에도 세부 기준은 없다”며 “광주시 차원에서 가로수 제거·이식·보존에 대한 공통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는 “1.5m 남짓한 공간에서는 나무 뿌리가 충분히 뻗을 수 없어 오래 살기 힘든 구조”라며 “나무 생장을 전제로 한 생육 공간 확보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종도 문제다. 광주시 도심에 주로 심어진 수종은 은행나무, 느티나무, 왕벚나무, 플라타너스 등인데, 이들은 생장이 빠른 만큼 뿌리도 빠르게 자라 지하 매설물에 얽힐 가능성이 높다.
강기호 백두대간수목원 나무의사는 “싱가포르나 프랑스는 도시를 계획할 때부터 나무에 3m 이상의 충분한 공간을 부여하는데, 우리나라는 그에 못 미치고 있다”며 “더구나 그늘을 빨리 만들기 위해 성장 속도가 빠른 수종 위주로 가로수를 선택하다 보니 전선과 하수관 등 기반시설과 얽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광주, 나아가 우리나라 도시 환경에 맞춰 도시숲을 조성하고 가로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도심 환경에 맞는 가로수 전용 수종 개발과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윤구 전남대 조경학과 교수는 “단순한 이식 여부가 아니라, 어떤 가로수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가치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전문가들은 광주 지자체가 가로수 벌목, 이식을 결정하는 구조를 넘어 생육 환경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도시숲 조성은 커녕 생색내기식 가로수 식재만 무한 반복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지자체 차원에서 가로수 유지·관리에 대한 충분한 계획과 예산을 갖추고 생태적 가치를 고려한 행정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15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가로수를 벌목·이식하는 데 대한 별도의 계획이나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 발주처는 이식보다 벌목하는 비용이 더 저렴한 만큼 벌목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벌목, 이식 비용은 수종, 가로수의 상태와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이식을 할 경우 벌목 시보다 2배의 비용이 투입된다고 한다.
원상회복비용도 나무의 생태적 가치를 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치구는 최근 공사 과정에서 가로수 65그루를 제거하면서, 흉고직경(가슴높이 지름) 25~45㎝에 해당하는 대경목의 평균 가치를 1그루당 약 390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 자치구는 이 점을 토대로 흉고직경 12㎝ 이상 나무 56그루를 재식재하는 데 든 비용을 제외하고, 나무 원상회복비용으로 총 2억 1000여만 원을 발주처에 부과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현재 원상회복비용이 수십 년간 축적된 탄소 흡수와 미세먼지 저감 등 생태적 가치를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가로수 훼손 시 미래 생태 가치와 대체 부지 확보 비용을 포함한 ‘녹지 손실 부담금’ 도입과, 가로수 제거 결정 과정에서 심의위원회 의무화,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각 자치구가 지하 매설물에 뿌리가 얽혀서 “어쩔 수 없이 벌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도, 결국 제도와 행정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애초 가로수를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욱여넣어 키우는데다 그늘을 빨리 만들겠다며 성장 속도가 빠른 수종을 선호하다 보니 뿌리 얽힘 문제는 자연스럽게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가로수를 심을 공간을 1.5~2m까지 넓히기도 하지만, 조례에 명시된 기준은 없어 자치구 판단에 맡겨져 있다.
더욱이 가로수를 심을 공간의 폭, 너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산림청 매뉴얼은 재해 중심이고, 광주시와 자치구 조례에도 세부 기준은 없다”며 “광주시 차원에서 가로수 제거·이식·보존에 대한 공통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는 “1.5m 남짓한 공간에서는 나무 뿌리가 충분히 뻗을 수 없어 오래 살기 힘든 구조”라며 “나무 생장을 전제로 한 생육 공간 확보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종도 문제다. 광주시 도심에 주로 심어진 수종은 은행나무, 느티나무, 왕벚나무, 플라타너스 등인데, 이들은 생장이 빠른 만큼 뿌리도 빠르게 자라 지하 매설물에 얽힐 가능성이 높다.
강기호 백두대간수목원 나무의사는 “싱가포르나 프랑스는 도시를 계획할 때부터 나무에 3m 이상의 충분한 공간을 부여하는데, 우리나라는 그에 못 미치고 있다”며 “더구나 그늘을 빨리 만들기 위해 성장 속도가 빠른 수종 위주로 가로수를 선택하다 보니 전선과 하수관 등 기반시설과 얽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광주, 나아가 우리나라 도시 환경에 맞춰 도시숲을 조성하고 가로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도심 환경에 맞는 가로수 전용 수종 개발과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윤구 전남대 조경학과 교수는 “단순한 이식 여부가 아니라, 어떤 가로수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가치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