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확률 0%’ 아이템 10년간 판매...국산 게임 ‘로그아웃’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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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 확률 0%’ 아이템 10년간 판매...국산 게임 ‘로그아웃’ 위기
넥슨 ‘메이플 스토리’ 논란...유저들, 항의 문구 트럭시위
결제 한도·안전장치 없이 결제액 극대화 시스템 문제
넷마블, 모바일 한국 서버 차별.NC, 노골적 결제 유도 등
게임 3社 잇단 잡음에 성토 목소리 높아
2021년 03월 16일(화) 21:00
‘종합 예술’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국내 게임 업계가 ‘사기 도박’ 등 조롱을 받으며 휘청이고 있다.

‘3N’(넥슨·넷마블·NC소프트)을 중심으로 최근 논란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한국 서버 차별 논란에 휩싸였고, 엔씨소프트는 소비자 요구를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건 ‘국산 게임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던 넥슨 ‘메이플스토리’다. 이 게임에서는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일부 아이템이 문제가 됐다.

지난 10년여간 판매됐던 이들 아이템은 사용 시 의도적으로 유저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게 하는 ‘장치’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가령 3개 칸으로 이뤄진 ‘슬롯머신’에서 첫째 칸에 좋은 옵션이 나올 경우, 다음 칸에서 좋은 옵션이 나올 확률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식이다. 또한 최상위 옵션이 3개 연속으로 나올 확률은 아예 ‘0%’로 설정돼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변칙적인 확률 시스템이 어디에도 명기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잭폿’이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내려면 많은 돈을 내고 수없이 룰렛을 돌려봐야만 하는 구조다.

확률 공개 이후 인터넷 등지에서는 “1등 당첨자가 아예 안 나오는 복권을 팔았던 것인가”, “확률을 조작해 부당이익을 취했던 17년 전 ‘바다이야기’와 다를 게 뭔가” 등 반응이 터져나왔다. 유저들끼리 돈을 모아 게임사에 항의 문구가 적힌 차량을 보내는, 이른바 ‘트럭 시위’도 이어졌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대형 게임 업계에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게임 시스템이 결제액을 극대화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이어졌다. 결제 한도나 안전 장치조차 없는 경우가 많으며, 뽑기로 얻은 아이템을 정해진 기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2000~3000만원을 써야 한다는 조언, 게임 상위 랭커가 되기 위해 10~2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경험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는 그동안 결제한 돈이 아까워 게임을 끊지 못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한국 게임 대다수가 채용한 수익 모델(BM)이자 주 수입원인 만큼,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게임 이용자들을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한국 게임 이용자들이 스스로를 ‘개돼지’라 자조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게임을 계속하는 것을 비아냥대는 것으로, 사행성이 심한 게임에서 더 자주 쓰인다. 게임 내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유저 이탈을 막고자 보상 명목으로 지급하는 아이템을 ‘사료’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그동안 이용자들이 소비자로서 권리를 내세우지 못하도록 억제했다며 게임사에게 합리적인 상품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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