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광주에 깃든 정겨운 풍경과 역사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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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주에 깃든 정겨운 풍경과 역사의 아픔
고흥 출신 김용휴 시인 ‘남광주에 가리’ 펴내
2021년 02월 28일(일) 17:00
광주의 새벽을 여는 곳은 어디일까? 저마다 삶의 경험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지목한다면 대체로 공감할 것 같다. 바로 ‘남광주’다.

남광주역이 폐역되기 전에는 새벽기차를 타고 순천, 고흥 등 남도에서 올라온 ‘할매’들이 싣고 온 생선과 과일, 푸성귀 등이 넘쳐났다. 누군가에게는 오랜 흑백 사진 같은 정겨운 풍경들로 남아있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신산한 삶의 모습이 겹쳐질 것이다.

고흥 출신 김용휴 시인의 시집 ‘남광주에 가리’(솔아북스)에는 정겨운 광주의 풍경과 단상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풍경과 단상은 5·18의 아픔이 겹쳐지면 역사적 상흔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시인은 1975년 광주일보(옛 전남매일신문사) 직원으로 입사해 이후 5·18을 겪었고 83년 언론 통폐합 여파로 퇴사를 한다. 이후 도서출판 규장각을 설립해 월간 ‘어린이문학세계’를 17호까지 발행했다.

작품집은 5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분노의 무등산’, ‘내 고향 광주 무등산’, ‘자연, 그리고’, ‘사람, 그리고’, ‘無知에서 思考로’는 다채로운 작품의 결을 선사한다.

시인에게 5·18은 “말만 들어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자신의 사고를 통째로 바꾸어 놓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1장의 부제를 ‘분노의 무등산’이라고 정한 것은 그러한 연유다.

‘‘새벽’의 절규’라는 시는 마치 항쟁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5월 27일 새벽의 무참하면서도 참혹한 장면이 스치는 것 같다. “무아의 가슴에 파문 지듯/ 아스라한 기인 절규// 콩 볶듯이 들려오는 총성/ 그때의 회피는 뒤늦은 죄인이 되었다”

그러나 3장과 4장은 자연과 고향 그리고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풍경만큼이나 깊다.

“스치는 바람이라도/ 기적의 여운이라도/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회상시켜 볼 수 있다면/ 광주의 아침을 여는/ 남광주에 나는 가리/ 삶의 질곡을 푸는/ 시골 할매들의/ 먼 숨결 소리라도 들으러”

표제시 ‘남광주에 나는 가리’는 남광주 새벽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지난 기억 속 남광주는 남도인들의 모습이자,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복원된다. 옛 시간의 관조를 넘어 삶의 체온이 느껴지는 오늘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실제 시 ‘남광주에 나는 가리’는 남광주역 인근에 세워져 있다.

한편 김 시인은 95년 한맥문학에 ‘백제인’ 등으로 등단했으며 4·19혁명 호남역사편찬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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