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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지능’ 경이로운 세계로 떠나는 지적 모험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지능의 역사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윤승진 옮김
2021년 02월 27일(토) 00:00
인간은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점차 도구를 사용하고 종교를 숭상하며, 창조적이며 긍정적인 생성지능을 가지게 됐다. <라이팅하우스 제공>
“사피엔스는 그들을 둘러싼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 이러한 가상의 이야기들을 과학 이론으로 대체해 가는 과정이었다. 신화에서 과학으로, 상상에서 이성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인간 지능을 길들이는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해하고 설명을 구했던 인류의 열망이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근원적 동력이 아니었겠는가.”(본문 중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아니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지능은 무엇일까?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는 어떻게 펼쳐질까?

인간과 인간의 지능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인간 지능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세계이자 우주이므로.

다음은 인간과 지능을 아우르는 적확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현실과 비현실을 동시에 살며 실질적인 것과 이상적인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매우 이상한 창조물’

스페인의 지성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의 견해다. 그의 책 ‘지능의 역사’는 인류의 기원부터 인공지능까지를 다룬다. 저자는 사피엔스의 본질을 상징체계(문화) 창조능력으로 규정한다. 현실과 비현실 세계를 동시에 사는 이 특이한 종을 가리켜 ‘영적 동물’이라고 부른다.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인기를 능가한 스페인 인문 베스트셀러다. 인공지능 기술이 불러올 포스트휴머니즘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그 인공지능의 토대가 되는 지능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면 사피엔스의 신비는 무엇에서 연유할까. 사물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능성’을 발견하는 능력에 있다. 일테면 이런 것이다. 길가에 뒹구는 돌을 단순한 돌멩이가 아닌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조각 형상을 찾거나 건축물을 상상한다. 저자는 사물로부터 얻어지는 표상을 다루는 능력을, 다시 말해 상징적 사고를 사피엔스가 동물과 다른 큰 차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구성은 사뭇 이색적이다. 미래에서 온 ‘우스벡’이라는 이가 인류의 지능이라는 주제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여정이다. 인간지능의 창조물인 언어와 수, 그림을 토대로 인포그래픽, 마인드맵 등을 적절히 가미했다.

사피엔스가 유목에서 경작으로 전환한 시기가 첫 번째 축이다. 우스벡은 확장된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을 본다. 더 잘 살고 안락하고자 하는 욕망이 정착으로 이어졌다. 큰 촌락에 인구가 집중되고 도시로 이어졌다. 사피엔스는 더 큰 집단을 이루고 “모르는 사람들과 협동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 중요해졌다.

두 번째 축은 종교를 매개로 인간 내면으로 회귀한 시대다. ‘위대한 영적 혁명’은 종교와 정치, 경제 영역에서 자성에 관한 관심이 일어났다. 물론 종교는 사피엔스가 하나의 종으로 역사에 등장했을 때부터 함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영적인 대상 외에도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과 관련돼 있다.

세 번째 축은 창조적이며 긍정적인 생성 지능을 보유한 점이다. 우스벡이 감지한 것은 “자기만의 선택기준을 만드는 것은 창조자의 위대한 창조물”이라는 점이다. 창조자는 그것을 개인화하는 존재다. 이러한 능력은 선택 기준의 품질을 결정하는 종교나 도덕, 정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마지막 축은 영구히 개선된 인류, 다시 말해 포스트휴먼의 시대다. 흥미롭게도 책은 그 초입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 다른 무엇보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발명한 인간이 인공지능을 베끼려 하는 위험한 현실을 목도한다.

“우리는 인간의 지능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중략) 우리는 생물학적 종과 강력한 기술의 결합 그리고 그 윤리에 대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라이팅하우스·1만6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