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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치유 글 쓰는 정신과의사 문요한 “코로나 시대, 우리의 몸과 마음은 유연해져야 합니다”
2021년 01월 26일(화) 10:00
광주 출신인 문요한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최근작 ‘관계를 읽는 시간’과 ‘오티움’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겪는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여러 대안들을 제시했다. 또한 새해에는 학습공동체인 ‘심리학 대안 대학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는 시대이다. 지난해 1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사람들을 더욱 지치고, 우울하게 만든다. 최근 ‘오티움(Otium)-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을 펴낸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 작가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 경제적 고통, 사회적 격리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 돼 나타나고 있지만 무엇보다 ‘불확실성’ 자체가 우리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시대, ‘심리적 유연성’ 필요해”=‘코로나 19’는 현재진행형이다. 1년여를 겪으며 사람들은 지쳤고, 불안해한다. ‘코로나 블루’이다. ‘백신’ 개발 못지않게 사람들의 불안감과 우울함, 지친 마음을 다독여줄 ‘심리 방역’이 절실하다. 정신과전문의인 문요한(55) 작가를 만나 도움말을 꼭 들어보고 싶었던 이유이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초,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3차 대유행이 시작됨에 따라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한다

“단지 ‘코로나 블루’라는 이름으로 묶어놓기에는 그 양상이 너무나 다양하고 심각성이 점점 더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색깔로 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울과 불안을 주로 보이는 ‘코로나 블루’, 분노와 혐오를 주로 보이는 ‘코로나 레드’, 답답함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그레이’, 그리고 절망과 암울함을 특징으로 하는 ‘코로나 블랙’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겪는 정신적 문제가 이 중의 하나라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증상으로 발전하고 있고 결국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으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가정폭력이나 자살률과 같은 지표 또한 나빠지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코로나 19’가 계속 되고 있는데 어떻게 ‘코로나 블루’를 극복해야 할까.

“안타깝지만 코로나로 인한 위기는 단발성에 그칠 것 같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입니다. 어떤 미래학자도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사실은 ‘우리는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조절하는 전략으로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이겨나가는 힘을 길러나가는 것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심리적 처방을 한다면.

“무엇보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크게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 앞으로 계획을 세워 어떤 일을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가파른 시기에는 계획성보다 즉흥성이 중요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고, 실행을 하고, 평가하는 등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계획이나 준비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틈에 세상은 금방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하고,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주력하고, 잘 안되면 궤도나 방법을 수정해서 재시도 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즉흥적인 문제해결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한마디로 ‘심리적 유연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보다 유연해져야 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 작가가 펴낸 책들. 책을 쓰면서 갖는 세가지 원칙은 '에어지'와 '불편함','새로움' 이다.
◇안식년 여행 통해 ‘삶의 현재성’ 회복=전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1995년부터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문요한 작가는 ‘굿바이, 게으름’(2007년)을 시작으로 ‘스스로 살아가는 힘’(2014년), ‘여행하는 인간’(2016년), ‘관계를 읽는 시간’(2018년), ‘이제 몸을 챙깁시다’(2019년), ‘오티움(Otium)’(2020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책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해왔다. 여러 권의 책들을 꿰뚫는 일관된 주제는 ‘자기로서 살아가는 것’, ‘자기로서 사는 삶’이다. 그는 오랫동안 운영하던 정신과의원 문을 닫고 2014~2015년 떠났던 안식년 여행을 계기로 ‘삶의 현재성’을 회복했다고 말한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만나는 길이었다. 그는 오지 트레킹을 통해 ‘진정한 휴식은 여유시간이 많을 때가 아니라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을 때 찾아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안식년 여행을 하며 트레킹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몸의 감각이 깨어나고, 걷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속도중독 때문에 아무리 해도 천천히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풍경을 보고 땅과 만나는 발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걷다보니 나중에는 빨리 걸어야 할 때 빨리 걷고, 천천히 걸어야 할 때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머리로 세상을 이해하고 머리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트레킹을 통해 몸이 깨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안식년 여행을 통해 자신이 일상에서 무엇을 할 때 기쁨을 느끼는지를 알게 됐다. ‘걷기’와 ‘미술 감상’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2020년 출간한 ‘오티움’(위즈덤하우스 刊)으로 확장됐다. ‘오티움’(otium)은 ‘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 여가활동’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자신에게 ‘오티움’이 되려면 시간을 내서 고생해 배우는 난이도 있는 여가활동이어야만 ‘난지행’(難持幸·난이도가 있지만 지속적인 행복)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오티움’에서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것은 바로 ‘놀이의 결핍’때문”이라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놀이와 같은 여가”라고 분석한다. 오티움은 그가 제안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힘을 주는 자기만의 휴식, 쉬는 방법이다.



‘몸의 심리학-삶의 중심으로서의 몸 바로 세우기’를 주제로 한 인문독서 아카데미 온라인 강좌(2020년 7월).
◇하반기에 ‘심리대안대학원’ 운영할 계획=어느 때보다 정신과 의사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한 때다. 세월호 같은 대형 사고 뿐만 아니라 ‘코로나 19’, 실직, 경제난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물 치료’보다 ‘심리 치유’에 집중하는 그의 이론과 실천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걷기만으로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닫힌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가 들어와 환기가 이뤄지듯이 몸을 움직이면 마음의 창문이 열리고 환기가 일어납니다. 특히 몸의 감각과 풍경에 주의를 기울이며 걷는 것은 더욱 마음을 흐르게 합니다. 평화와 행복을 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의 분비도 촉진됩니다. 걷다보면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가라앉습니다. 문제나 상처 자체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나 상처에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굳이 그 상처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는 ‘인생 멘토’로 고(故) 구본형(1954~2013) 변화경영연구소 대표를 꼽는다. 구 대표가 운영하는 변화경영연구소 제1기 연구원으로 등록해 공부하고, 병원 문을 닫고 안식년 여행을 떠나는 두 차례의 ‘터닝 포인트’마다 구 대표의 지대한 영향이 있었다. 올 하반기 준비 중인 ‘심리학 대안 대학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승의 길을 잇는 것이다. 그는 ‘문요한 마음연구소’ 페이스 북(2020년 12월 7일)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간’ 글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2021년도에 새로운 학습공동체를 만들려고 한다. 이곳이 15년 전 나처럼 누군가에게는 삶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삶으로 거듭날 수 있는 창조적 산실이 되기를 바란다. 삶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아보면 삶은 순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