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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깊이,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세상의 숨은 공간들을 만나다
정태종 지음
2021년 01월 22일(금) 11:00
건축학자 정태종(단국대 건축학부 교수)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서울대를 거쳐 성모병원 치과교정과 수련의와 의학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진료실에 앉아 있지 않은 때는 늘 여행을 했고, 자연스레 건축과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치과의사가 될 때까지 주어진 길을 살았다면 이제 스스로 길을 내며 탐험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본격적으로 건축을 공부하겠다 다짐했고 미국 사이악과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에서 공부했다.

‘도시의 깊이-공간탐구자와 함게 걷는 세계 건축 기행’은 그가 처음 내놓는 건축 인문서다. ‘건축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언제나 상상 이상을 보여주는 도시 속에서,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세상의 숨은 공간들을 소개한다.

이번 책은 다채로운 건축물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안내서이자 그의 오랜 여행의 기록이기도 하다. 도심 구석구석을 지나는 트램을 타고 도시와 친해진 그는 ‘본격적인 여행이자 건축 공부’에 나선다. 꼭 보려고 마음 먹었던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보러가고, 도시에 머무는 동안에는 시간대를 달리해 여러 차례 방문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별 계획 없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이전에 알지 못했던, ‘내 맘에 드는’ 건축물이나 디자인을 발견하고는 즐거움에 빠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는 이들이 모두 가우디의 건축물을 만나러 갈 때 그는 엔릭 미라예스가 설계한 ‘산타 카테리나 시장’도 함께 방문해 즐겨볼 것을 권한다.

책은 건축 공간을 국가·도시별로 나누지 않고 현대 건축에서 중요한 다섯 가지 키워드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1장 ‘도시는 일상이 아닌 것을 상상한다: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에서는 독일의 홀로코스트 기념관, 아코디언이 꼬여 있는 듯한 기하학적 형태가 돋보이는 로열발레 학교 공중다리 등을 소개한다.

2장 ‘도시는 오감 그 자체다:현상학(Phenomenology)’에서는 빛, 색과 향기, 물과 유리 등으로 오감을 극대화하는 공간들이 등장한다. 도시 전체가 푸른색에 싸여 있는 포르투갈의 포르투를 비롯해 건축 입면에 사용한 유리가 주변의 모든 거리 풍경을 반사해 외부와 내부가 경계 없이 연속된 것처럼 느껴지는 일본 센다이 미디어테크, 안도 다다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3장 ‘도시는 공간을 실험한다: 구조주의(Structuralism)’에서는 기존의 원이나 삼각·사각형 같은 기하학에서 벗어나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같은 실험적인 건축 공간이 소개된다.

4장 ‘도시는 자연에서 배운다: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 5장 ‘도시와 건축과 사람은 하나다:스케일(Scale)’에서도 다양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한겨레 출판·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