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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목싸목 남도 한 바퀴] 영암으로 힐링여행
살아 숨쉬는 자연…역사의 보물 찾아
백룡산 기슭 5만평 ‘덕진 차밭’ 자연이 주는 선물
월출산 청정 웰빙 관광지 ‘기찬랜드’엔 문화공간도
왕인박사와 도선국사, 민휴공 만나는 구림마을
2020년 12월 15일(화) 10:00
한겨울에도 짙푸른 녹차밭과 어우러진 월출산을 조망할 수 있는 한국제다 영암 제2다원(덕진차밭).
영암은 ‘기(氣)의 고장’이다. 월출산의 기(氣)를 느낄 수 있는 친자연적 힐링 산책로인 ‘기찬묏길’을 비롯해 영암문화의 타임캡슐인 구림 전통마을 등지에 영암만의 역사·생태 향기가 배어있다. 한해의 끝자락, ‘기(氣)의 고장 영암’으로 겨울 비대면 힐링 여행을 나선다.



◇ 겨울에 피어나는 새하얀 녹차꽃=영암군 덕진면 운암리 백룡산(해발 418m) 남쪽 산기슭 차밭에서 월출산을 마주한다. 전통차 제조기업인 한국제다에서 1979년부터 조성한 차밭으로 5만여 평 규모이다. 정식 명칭은 ‘영암 제2다원’이지만 대부분 ‘덕진 차밭’이라고 부른다. 광주에서 차밭까지는 60㎞ 1시간 거리. 차밭은 산비탈 등고선을 따라 자연스레 조성돼 있다. 차나무들은 이미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어 드물게 녹차 꽃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녹차는 지난해 맺은 열매(實)와 올 늦가을에 핀 꽃(花)이 서로(相) 만나는(逢) ‘실화상봉수’라고도 한다.

다원 상단에 오르면 시야가 시원스레 툭 트인다. 차밭의 초록빛과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의 노란빛, 그리고 멀리 월출산의 실루엣, 하늘의 푸른 빛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드넓은 평야에 바위산이 길게 뻗어있다. 자연이 연출하는 그린과 블루의 조화는 여행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어느 누구도 완벽히 흉내 낼 수 없는, 색깔과 풍경이 안겨주는 선물이리라. 햇살을 받으며 한없이 퍼질러 앉아 바라보고픈 ‘힐링’ 풍경이다. 굳이 산에 오르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영암군 덕진면 운암리 143-1)

여행을 하면서 질주하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다. 영암군 덕진면 덕진리 영암천변에 자리한 ‘대석교 창주 덕진지비’(大石橋創主德津之碑)가 그러하다. 현재 덕진교 콘크리트 교량에 놓인 자리에 통일신라말께 돌다리가 놓여있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돌다리는 이곳에서 주막을 하던 덕진이라는 여인의 선행으로 세워졌다. 현재 석비는 1813년(조선 순종 13년)에 주민들이 돌다리를 놓은 덕진 여인의 거룩한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매년 단오에 덕진면장이 초헌관이 돼 이곳 덕진제각에서 제향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한국 트로트가요센터’.
◇ 트로트 센터 등 볼거리 많은 ‘기(氣)찬랜드’=영암군은 ‘기(氣)의 고장’ 브랜드를 2015년 10월, 특허청에 공식으로 등록했다. ‘기찬묏길’은 숲길을 거닐며 월출산의 기(氣)를 느낄 수 있는 친자연적 힐링 산책로이다. 군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연차사업으로 공사를 추진해 천황사 주차장부터 기체육공원~기찬랜드~대동제~왕인박사 유적지~학산면 용산천까지 총연장 40㎞의 둘레길을 조성했다. 산과 들판의 경계에 조성된 둘레길은 경사가 완만한데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정도로 폭도 넉넉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호젓한 오솔길이여서 ‘코로나 19’ 상황에서 비대면 도보길로 적격이다.

‘기찬랜드’는 월출산 청정 계곡물을 이용한 자연형 풀장과 실내 수영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웰빙관광지로 매년 여름철에 피서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영암군은 국비를 확보해 내년부터 월출산 주변 관광자원을 활용한 체험형 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월출산 용추폭포에서 가까운 영암읍 회문리에는 국민여가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캠핑장 데크예약은 영암군 홈페이지(https://www.yeongam.go.kr)내 주요 서비스 중에서 ‘OK통합예약 사이트’를 통해 한다. (문의 061-471-8500)

특히 ‘기찬랜드’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관광 자원이 집적화돼 있다. ‘트로트 센터’와 ‘가야금산조 기념관’, ‘조훈현 바둑 기념관’과 같은 문화공간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한국 트로트가요센터’ 1층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발표된 트로트 인기곡 등을 연도별로 소개하는 ‘한국 전통가요 역사관’으로 운영된다. 2층은 하춘화 단독 전시관이다. 영암 출신 가수 하춘화와 선친인 고(故) 하종오 씨가 60년 가깝게 모아온 트로트와 한국 대중음악사 관련 자료 2000여점을 센터에 기증했다.

‘가야금산조 기념관’에서는 악성(樂聖)으로 불린 영암 출신 김창조(1856~1919) 선생의 발자취와 친손녀 김죽파(1911~1989)를 비롯해 강태홍, 최옥삼, 김병호 등 여러 유파의 가야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기찬랜드 내에 김창조 선생의 생가 터가 있다. 지난 2017년 11월 개관한 ‘조훈현 바둑기념관’은 ‘바둑황제’로 불리는 조훈현 국수의 위업과 한국바둑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로 꾸며져 있다. 또한 기찬랜드 안에는 농업회사법인 (주)금농에서 건립한 ‘영암 곤충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죽정마을 돌담길.
◇수천년 영암역사의 나이테, 구림마을=영암의 문화는 구림의 문화라고 말한다. 비둘기 구(鳩)와 수풀 림(林)으로 표기하는 구림 지명은 도선국사(827~898) 탄생설화에서 유래했다.

영암 군립 하정웅미술관 옆에 자리한 죽림정(竹林亭) 입구에는 250년생 아름드리 팽나무 두 그루가 문지기처럼 우뚝 서있다. 죽림정과 군립 하정웅미술관 사이 골목길로 들어서면 국사암(國師巖)과 국암사(國巖祠)가 나온다. 국사암은 도선 국사가 버려졌다고 전해오는 바위이고, 국암사는 고려태사(太師) 민휴공(敏休公) 최지몽(907~987) 선생과 최안우·최진하·최몽암을 배향한 사당이다. 국사암의 본래 이름은 ‘거북바위’(龜巖)인데 바위에 아이 낳기를 기원하며 만든 성혈(聖穴)이 군데군데 뚫려있다.

구림을 여행하며 군립 하정웅미술관과 도기 박물관은 필수 코스다. 군립 하정웅미술관은 재일교포 동강 하정웅 선생이 평생 동안 모은 작품들을 메세나 정신으로 영암군에 기증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12년 9월 개관한 제1종 미술관이다. 특히 특별전은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이용해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이우환 작가의 ‘Dialogue 대화’(2013년 작)와 강운 작가의 ‘바람 놀다’ 사계 연작(2011년 작) 등 전시작품을 VR(가상현실)로 감상할 수 있다.

구림에서는 1200여 년 전 통일신라시대(8~9세기)부터 도기(陶器)가 생산되고 있었다. 구림도기는 우리나라 최초로 그릇 표면에 유약을 입혀 12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 시유(施釉) 도기이다. 요즘으로 치면 반도체 제조와 같은 하이테크 기술이 뒷받침돼야 했다. 도기박물관 2층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도림도기의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다. 소성과정에서 실패한 ‘목짧은 단지’에서 당시 도공의 숨결이 느껴진다.

영암군 군서면 도갑리 죽정마을은 구림마을과 지척이다. 군서천을 끼고 있는 집집마다 돌담이 쌓여있다. 옛 담장은 등록문화재 제368호로 지정돼 있다. 마을에는 흙을 채우지 않고 돌만 사용해 줄맞춤 없이 쌓은 ‘돌담’과 흙다짐에 돌을 박은 형식인 ‘토석담’이 섞여 있다.

왕인 박사를 그리워하며 제자들이 세웠다고 전해오는 ‘왕인 석상’.
죽정마을에서 ‘왕인 석상’을 찾아간다. 죽정마을에서 포장된 산길을 따라 걷다 문산재와 양산재를 거쳐 20여분 거리. 후세 사람들이 왕인박사를 기리기 위해 월출산 주지봉 아래에 세웠다는 높이 2.57m의 석상이다. 바로 옆에는 왕인박사가 홀로 공부했다는 천연 석굴인 ‘책굴’(길이 7m, 폭 2.5m)이 자리하고 있다.

영암은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영산강과 구림, 월출산에 흩어져 있는 역사의 파편들을 한 조각 한조각 붙여 스토리텔링화해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만들어보자. 무엇보다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리는 월출산 위로 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을 볼 수 있다면 ‘코로나 19’로 인한 ‘코로나 블루’ 정도는 봄눈 녹듯 풀릴 듯하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영암=문병선 기자 moon@·전봉현j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