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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마한문화권 설정 의미와 과제
역사문화권 특별법에 포함된 마한史 재정립해야
백제문화권과 구분되는 독자성 인정
지역 주민의 역사적 자긍심 함양
지역발전 이끌어 나갈 새로운 동력
2020년 12월 09일(수) 09:00
마한 옹관(나주 복암리고분군 전시관)
고고학자 임영진 교수가 본 마한

지난 4월 8일의 글 <7>‘마한문화권 설정의 당위성’에서는 광주·전남지역 마지막 마한 사회가 530년경까지 존속하였음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마한문화권 설정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5월 20일에 국회를 통과하였던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수정안)’은 2019년 4월 11일에 발의되었던 원안에 마한역사문화권과 탐라역사문화권이 추가되어 내년 6월 10일에 발효될 예정이다.

신라 왕경 정비복원 조감도,
동궁과 월지 정비복원 조감도
◇역사문화권의 설정 기준

한국은 역사, 문화, 언어 등 여러 면에서 높은 동질성을 가지고 있지만 삼국시대에는 국가별로 문화적 특성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서로 다른 고대문화권으로 구분되고 있다.

역사문화권으로도 불리는 고대문화권은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독립된 정치체가 그 주체가 된다. ‘사기’에는 조선열전이, ‘한서’에는 조선전이 있으며 ‘후한서’ 동이열전에는 부여국·파루·고구려·동옥저·예·한이 구분되어 있고 한은 다시 마한·진한·변한으로 세분되어 있다. 모두 고대문화권으로 구분될 수 있는 역사적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4개 문화권이 널리 인정된 것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따른 것이지만, 광주·전남지역은 ‘영산강유역고대문화권’으로 표현되어 왔을 뿐 역사적 주체가 명시된 바 없다. 통설에 따라 백제에 속한다고 하면서도 백제문화권과는 구분되기 때문에 지역 명칭을 쓴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명칭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한강유역고대문화권, 금강유역고대문화권, 낙동강유역고대문화권이라고 불리는 문화권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자명해 진다. 역사적 주체가 명시되지 않은 고대문화권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탐라는 고대 사서에 독립된 항목으로 소개된 바 없지만 고려 초기까지 중앙에서 통제하기 어려웠고 독자적 문화를 영위하였기 때문에 특별법에 독립된 문화권으로 설정되었다. 강원도를 중심으로한 예(동예)는 ‘후한서’에 독립된 항목으로 소개되어 있으므로 앞으로의 조사, 연구 성과에 따라 동예역사문화권이 설정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복원된 월정교 야경
◇마한역사문화권의 공간 범위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수정안)’에는 마한역사문화권의 범위가 ‘영산강유역을 중심으로 전남 일대 마한시대의 유적·유물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으로 규정되어 있다. 광주광역시는 영산강유역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마한에 해당하는 유적·유물이 다수 분포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마한문화권에 속하지만 행정적으로 전남과 구분되므로 나란히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전북지역도 마한역사문화권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현지 여론이 뜨겁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그와같은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겠지만 학계에서까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경기·충청·전라 지역에 걸쳐있었던 마한의 공간 범위 가운데 전북지역까지는 4세기까지 백제에 복속되었기 때문이다.

6세기 초까지 마지막 마한 사회를 이루고 있었던 지역은 영산강유역을 중심으로한 광주·전남지역이다. 전북 고창지역과 전남 남해안 지역도 마찬가지였으므로 마한역사문화권에 포함되도록 조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역사문화권은 역사적 주체가 분명해야 하므로 중복될 수 없다. 시기에 따라 역사적 주체가 바뀔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선택을 해야 한다. 전북은 서부와 동부로 나뉘어 각각 백제역사문화권과 가야역사문화권에 포함되어 있다. 전남 동부지역은 현재 가야역사문화권에 포함되어 있는데 조사, 연구 결과에 따라 바뀔 여지가 없지 않다.

일본 옹관(후쿠오카시립박물관)
베트남 옹관(호이안시박물관)
◇마한역사문화권의 과제

마한역사문화권이 특별법에 포함되었지만 앞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많다. 그 가운데서도 중요한 것은 학술적 연구, 교과서 반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정책 개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학술적 연구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꾸준히 밝혀 나가는 일이다. 계속 연구해 나갈 학문후속세대 육성도 게을리 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교과서 반영은 새로운 연구 성과를 교육하는 일이다. 이는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특히 광주·전남지역 학생들에게는 역사적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마한역사문화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이미 신라(2000년), 고구려(2004년), 백제(2015년) 문화유산이 등재된 바 있고, 조만간 가야 문화유산도 등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옹관묘로 대표되는 마한의 문화유산이 가진 평화로운 공동체 정신과 동아시아 해양교류사적 역할 등이 세계문화유산에서 요구되는 인류 발전에 기여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로 인정되기를 기대한다.

넷째, 정책 개발은 지역발전에 필요한 바람직한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마한역사문화권이 지정은 되었지만 적절한 주제를 선정하여 좋은 아이디어를 결합시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과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좋은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광주·전남지역 마한문화권 설정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백제가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니 백제문화권에 속하는 것이 더 좋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재고가 필요하다. 그 자체가 역사적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묻혀있던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고, 마한문화권의 설정은 그에 따른 결과이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삶과 미래의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는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향유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끝> /마한연구원장·前 전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