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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조차 안된 영아…구멍 뚫린 복지
‘냉장고 영아 사망’으로 본 복지 실태
취학 전 아동 소재·안전만 확인
영·유아 조사 없어 주검 파악 못해
아동 방임 방치…돌봄정책 개선 시급
2020년 12월 01일(화) 22:15
여수에서 발생한 ‘냉장고 신생아 사망 사건’〈광주일보 11월30일 7면〉은 지역 사회의 무관심과 복지정책의 허점이 빚어낸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매년 100조가 넘는 복지비를 투입하고도,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에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1일 여수시와 여수경찰 등에 따르면 여수시 여촌동 모 아파트에서 발견된 생후 2개월 가량 된 신생아 시신은 무려 2년 넘게 냉장고에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엄마인 A(43)씨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자치단체측도 초등학교 취학 연령의 아이가 아닌, 유치원과 어린이집 대상 연령인 아이에 대한 조사를 해본 적이 없어 존재 사실조차 몰랐다. A씨가 일하러 나간 동안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데도, 돌봄의 손길은 받지 못했다.

아동보호체계의 대대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영·유아 전수조사는 시도조차 안해=정부와 교육청, 자치단체는 취학 연령인데도 학교에 오지 않는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를 매년 진행중이다.

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 대상 연령인 영·유아에 대한 조사는 시도조차 없었다.

출생신고만 있을 뿐 예방접종 등 의료 기록이 전무한 영·유아에 대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처럼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경우를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A씨는 미혼 상태로 아이를 낳았고 첫째만 출생신고를 했을 뿐 쌍둥이 남매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광주·전남지역 아동(0~17세)은 51만 8150명(광주 25만2846명, 전남 26만5304명). 이들 중 지난해 아동학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된 수치는 2890건(광주876건 전남2014건)에 이른다.

등록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인 만큼 A씨의 사례는 앞으로도 포함되지 않는다. 영·유아들이 초등학교 취학 연령의 아이보다도 약하고 대응력이 없어 학대나 방임의 피해를 입기 쉽다는 점에서 전수조사 및 조기 발견 시스템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돌봄 정책도 말 뿐=여수 냉장고 신생아 사망 사건은 돌봄 혜택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올해만 해도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 등을 우려, 대체인력을 투입해 맞벌이 부모를 비롯,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공복을 메우는 데 총력을 쏟아왔다.

하지만 A씨는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A씨의 아동 방임 실태는 ‘밤이면 다른 집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아이가 있다. 집에서 악취가 나는 등 아동방임이 의심된다’는 주민 신고로 드러났다. A씨의 큰 아들 B군은 밥을 먹지 못해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구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라면 형제’ 화재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9월 지역 내 위기아동 발굴을 위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지만 A씨 가정은 대상에서 빠졌다. A씨는 경찰에서 “새벽시간까지 일하고 돌아와 보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의 경우 36개월 미만 아이에 대한 돌봄 지원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아동 돌봄 공백을 메우는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올만하다.

◇정책 따로, 현장 행정 따로=탁상 행정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현장 조사 및 아동과 학대 행위자 분리조치 등을 민간 기관이 수행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 중심의 아동보호체계를 구축키로 했었다.

지자체가 보유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및 아동보호전담요원 인력으로 실질적인 학대 조사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실질적 구호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었다. 하지만 여수 사건에서는 전혀 가동되지 못했다.

정부 정책대로라면 지난 6일과 10일 주민 신고가 이뤄졌을 때 아동학대 조사, 상담 등을 위해 전국 시·군·구에 배치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현장을 가야 했지만 여수시에는 전담공무원이 한 명도 없다.

결국 동사무소 직원이 현장을 찾았지만 A씨 거부로 현장조사조차 못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야 여수시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인 전남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고 다시 10여일이 지난 20일에서야 고발로 경찰 조사가 이뤄졌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