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복수’는 욕망이 더해지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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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복수’는 욕망이 더해지면 폭발한다
‘펜트하우스’ ‘복수해라’ 등
억울한 마음 신분 상승 욕구에
계략·선정적 연출로 정점 찍어
정의 구현보다 자극 치중 우려
2020년 11월 30일(월) 18:02
‘펜트하우스’
원초적 본능이지만 누구나 실현하기는 어려운 ‘복수’는 과거부터 드라마의 주요 소재였다.

최근 드라마에서는 억울한 마음에 신분 상승 등에 대한 욕망까지 더해지며 그 힘이 가공할 폭발력까지 얻었다.

대표 작품이 김순옥 작가의 SBS TV ‘펜트하우스’다. 작가의 많은 전작처럼 이번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에게 ‘복수는 나의 힘’이다.

프리마돈나를 꿈꿨던 오윤희(유진 분)는 자신보다 실력은 못 하지만 금수저인 천서진(김소연)에게 청아예술제 트로피를 빼앗겼다. 악(惡)으로 똘똘 뭉친 서진은 트로피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윤희의 목을 그어버려 윤희는 꿈 자체를 접어야 했다.

하지만 딸 배로나(김현수)가 엄마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덕분에 윤희에게 복수의 기회가 왔다. 서진의 딸 하은별(최예빈)도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재능은 로나에 영 못 미치자, 서진은 천성대로 사사건건 윤희 모녀를 방해한다.

매번 당하기만 하던 윤희 앞에 서진보다 뛰어난 배경을 지닌 펜트하우스 100층의 안주인 심수련(이지아)이 조력자로 등장한다. 그는 윤희가 펜트하우스에 입성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윤희의 욕망에도 불을 붙여 복수의 파괴력을 극대화한다.

복수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간 고성과 폭력 등 악이 난무하는 가운데 시청률은 16%대(닐슨코리아)를 넘어서며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자리를 굳혔다. SBS는 기세를 몰아 시즌2와 3도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TV조선 주말극 ‘복수해라’는 아예 제목부터 ‘복수’가 주제임을 확실히 했다.

잘나가는 인플루언서 강해라(김사랑)는 불륜 스캔들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뒤늦게 남편 이훈석(정욱)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고 리포터였던 이력을 활용해 복수에 나선다.

자신의 지위를 되찾으려는 욕망이 더해지며 복수는 초반부터 불이 붙었다. ‘고구마 전개’ 없이 해라가 구은혜(윤소이), 차민준(윤현민)과 함께 브이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복수하는 모습은 짜릿함을 안기며 시청률 3%대로 시작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종영한 MBN 월화극 ‘나의 위험한 아내’도 불륜을 저지른 남편 김윤철(최원영)을 응징하기 위해 갈 데까지 간 아내 심재경(김정은)의 이야기를 그렸다.

‘복수해라’와 ‘나의 위험한 아내’도 ‘펜트하우스’에는 못 미치지만 선정적인 연출과 전개가 눈에 띄었다. ‘복수극=자극적’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분위기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29일 “사랑, 도움 등 긍정적인 인간의 심리는 실행하기 쉽지만, 복수는 마음속에만 있는 감정이라 해소하고 싶은 욕망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드라마로 그리기 좋은 소재”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요즘 복수극들은 내 맘에 안 들면 다 복수 대상이라고 전제하고 달려드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주인공이 저러겠나’보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드니 공감도가 떨어진다”며 “복수 코드가 정의를 밝히는 차원이 아니라 자극적인 수단으로만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우려된다”고 짚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도 “원초적이고도 보편적 본능인 복수는 스테디셀러 요소”라면서도 “‘펜트하우스’ 등은 본능을 넘어서서 자극적이기만 한 전개가 불편함을 준다. 그렇다고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보기도 어려운 작품이라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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