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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소
2020년 11월 19일(목) 06:30
늦가을 정취가 깊게 배어 있는 도심 속 사찰 무각사에서 마음 따뜻해지는 ‘얼굴들’을 만났다. 거친 화강석으로 조각된 작은 인물상들은 보는 내내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한다. 온화한 미소에 푸근함이 느껴지는 ‘미소 나한’을 비롯해 넥타이를 매고 참선을 하고 있는 남자, 소박한 모습의 비천상과 부처상. 모두 ‘따뜻한 미소’로 삶에 지친 우리들의 등을 토닥이고 손을 잡아 주는 듯하다.

이 작품들은 석불 조각가 오채현의 ‘돌에 새긴 희망의 염화미소’전(2021년 10월31일까지)에서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까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한 오 작가는 석불 조각으로 이미 명성이 높다. 투박한 화강석을 쪼아 익살스러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해 내는 그의 대표작으로는 바티칸 한국대사관에 설치된 한복 입은 성모상 등을 들 수 있다.

석불의 미소를 보고 난 후 지난해 아는 이로부터 받은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전에 다녀온 그가 ‘너무 감동적인 전시’였다며 선물로 준, 박물관에서 발행한 150쪽 분량의 동명 책자다. 화제를 모았던 이 전시는 2001년 강원도 영월 창령사 터에서 발견된 나한상 88점을 선보이는 기획이었다.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부처의 가르침을 깨달은 성자를 말한다. 책에서 만나는 ‘얼굴’은 복을 구하고 안녕을 바라는 인간적인 모습에서부터 깨달음을 얻으려는 구도자의 성스러운 모습까지 다채로웠다. 무엇보다 웃고, 울고, 슬퍼하는 인간의 모습을 자연스레 담고 있는 평범한 얼굴들은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 때마다 깊은 감동을 주었다.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서는 작은 나한상을 비롯해 사면에 부처를 조각한 ‘사방불’과 오 작가가 즐겨 조각하는 해학 넘치는 호랑이 등 또 다른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휴대폰으로 찍어 온 ‘나한 미소’ 등의 작품을 들여다볼 때마다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그 소박한 조각들은 나의 얼굴이고 또 당신의 얼굴이기도 하다. 절집 경내를 거닐고, 북카페에 들러 대숲 일렁이는 카페 테라스에서 차 한 잔 마시며 ‘행복한 미소’들을 만나 보시길.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