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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간 AI…약인가 독인가
국방과학연구소 ‘지능형 전장인식 서비스’ 개발 착수
정보수집·전투능력 갖춘 AI 미래 전장 지배 예측
인간 통제 벗어나 적 판단·공격 ‘킬링 로봇’ 등장 우려
2020년 11월 17일(화) 17:11
항공모함에서 시험비행 중인 미국 X-47B 무인전투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켰지만, 한편으로 전투장비의 발달도 이끌고 있다.

첨단 AI 기술은 군(軍)에게도 오랜 꿈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격 효율을 높이는 AI 군사 기술은 걱정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꾸준히 발전, ‘알고리즘 전쟁’(Algorithmic Warfare·머신러닝, 데이터마이닝, 로봇공학 등을 활용한 군사작전·전략)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AI를 활용한 군사 전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 발을 디뎠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최근 ‘지능형 전장 인식 서비스 및 플랫폼·서비스 통합기술’ 과제를 진행, 한화시스템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정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지능형 전장 인식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수집한 전장 정보와 전술 데이터를 AI 학습 모델을 통해 분석한 뒤, 결과를 지휘관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다.

이번 과제를 완수하면 우리나라에서 AI를 군 지휘체계에 적용한 첫 사례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지휘 과정에 AI가 활용되는 ‘지능형 지휘결심 지원체계’를 완성하는 게 최종 목표다.

AI를 장착한 자동화 로봇이 직접 전장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무인항공기(UAV)부터 무인 함정·장갑차, 자동화 포탑 등 다양한 AI 무기가 개발됐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은 지난 8월 헤론시스템, 록히드마틴 등 8개 군수업체를 초청, 각 회사가 개발한 AI 프로그램들끼리 모의 공중전을 진행했다.

여기서 DARPA는 7개 AI를 꺾고 우승한 헤론시스템의 AI에게 현직 미 공군 F-16 전투기 조종사와 공중전을 붙어 볼 것을 제안했다.

결과는 AI의 5전 전승. AI가 전투기 5대를 격추시키는 데 쏜 탄환은 단 15발 뿐이었던 반면, 인간 조종사는 단 한 발도 쏘지 못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이미 지난 2016년에 AI가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를 꺾었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미국 사이버네틱스(Psibernetix)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ALPHA)가 활약했다. 알파는 미 공군에서 수천명의 조종사를 양성한 예비역 교관을 상대로 수 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패배를 내주지 않았다. 이처럼 정보 수집부터 전투 능력, 전황 예측 능력까지 갖춘 AI가 미래 전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도 힘을 받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적을 판단하고 공격하는 치명적인 자율 무기(LAWs), ‘킬링 로봇’의 등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2017년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유명 IT 업계인들이 UN을 향해 킬링 로봇 개발 금지 요구 서한을 내기도 했다.

이에 AI에 지나친 자율성을 주지 않고, 인간을 보조하는 정도로 역할을 제한하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최근 과제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DARPA 관계자는 모의 공중전 이후 AI가 발전해도 인간 조종사가 없어지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AI 역할을 미사일 조준·기체 조종 등에 한정하고, 인간 조종사와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