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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면피용 육성카드 … KIA, 돌고돌아 제자리
올 스토브리그 화두는 육성…왕조재건 ‘팀 2020비전’ 승계 실패
선수 출신 조계현 단장 부임 후 선수단·프런트 내부 소통 문제 심화
단장 주도 선수 육성 성과 못내고 올 시즌 트레이드 효과도 미미
2020년 11월 10일(화) 23:00
‘육성’이 만능 카드인가?

KIA 타이거즈의 스토브리그 화두는 ‘육성’이다. 조계현 단장의 지휘로 화제의 코치진 개편이 단행됐고, 이범호 총괄코치라는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그러면서 KIA는 다시 육성을 말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방향 잃은 구단의 변명이라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육성은 오랜 시간 KIA의 고민이자 숙제였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카드로도 쓰여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첫 선수출신 단장이 이끈 지난 3년의 성과를 봐도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해태 시절의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왕조재건에 실패한 KIA는 2015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허영택 단장의 주도로 중장기 발전 4대 전략을 준비해 ‘TEAM 2020 비전’을 선포했다. 어느 한쪽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단을 운영하면서 명문 구단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당시 KIA는 ▲Tomorrow(미래 성장 동력 창출) ▲Excellence(고객 행복 구현) ▲Ability(최고의 경기력 실현) ▲Management(구단 경영 능력 강화)를 언급하면서 조직의 변화를 꾀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100만 관중 돌파 ▲20% 이상의 구단 가치 상승 ▲3번 이상의 포스트시즌 진출 ▲문화를 통한 야구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구성원의 의식 강화 등을 이야기했다.

처음으로 구단이 비전을 제시하고 긴 안목에서 운영한 덕분에 결과로 이어졌다.

허영택 단장은 김선빈과 안치홍의 제대에 맞춰 전략적으로 최형우를 영입했다. 또 해외 진출 대신 KBO리그로 선회한 양현종까지 단년계약 방식으로 붙잡으면서 2017년 우승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시즌 중에는 김기태 감독과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이명기·김민식을 트레이드하면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해 KIA는 우리나라 제2 도시 부산에 이어 비수도권 구단 사상 두 번째로 100만 관중 목표를 달성했다. 147만 광주의 놀라운 100만 관중기록이었다. 광주를 웃게 했던 2017년, 허영택 단장은 우승 공로를 인정받아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그리고 그는 대표이사로 2018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경험하면서, 3회 이상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도 이루고 2019시즌 초반 팀을 떠났다.

‘TEAM 2020 비전’을 내세운 KIA가 명문 구단으로 도약하는 것 같았지만, 지난 2년 다시 뒷걸음질 쳤다.

선수 출신 단장 부임 이후 오히려 선수단 내부·선수단과 프런트·프런트와 프런트 사이 소통 문제가 노출됐고, 구단의 방향도 오락가락했다. 결국에는 다시 육성으로 회귀하면서 실패를 자인한 셈이 됐다.

KIA는 올 시즌 구단 사상 첫 외국인 감독 체제를 도입했다. 빅리그에서도 소문난 스타 출신 지도자를 영입했고, 윌리엄스 감독은 ‘성적’을 이야기했다. 조계현 단장도 성적에 방점을 두고 트레이드와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결과는 외국인 감독 첫해 첫 포스트시즌 실패이자 2년 연속 포스트시즌 관람이다.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하자 슬그머니 방향이 육성으로 바뀌었다. 앞서 구단의 방향이 주기적으로 육성으로 회귀하면서도 전면에 내세운 감독들만 독배를 들었다.

육성은 구단의 가장 큰 역할이자, 힘이다. 문제는 KIA에서는 방향 없이 실패의 책임을 돌리는 방식으로만 육성 카드를 사용해왔다는데 있다.

KIA의 앞선 육성 전략도 실패였다.

육성 강화를 외치며 신설했던 퓨처스 아카데미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프런트 개편을 하면서 육성총괄 파트를 신설하기도 했다. 육성을 강조하는 조계현 단장 역시 육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지난해 신입 입단식날 일부 취재진 앞에서 ‘단장픽’ 선수들을 소개하기도 했던 조계현 단장은 직접 현장까지 가서 이들을 개인 지도하기도 했다. 당연히 선수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구단 주도의 트레이드도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외국인 감독, 그것도 KBO리그 첫해를 보내는 사령탑을 대신해 조계현 단장이 트레이드 전면에 나섰지만 7.5경기 차로 5강 싸움에서 밀렸다.

구단 주도의 잇단 외부 영입에 육성의 중요한 요소인 경쟁은 오히려 약화했고, 교통정리라는 숙제가 남았다.

반대로 ‘우승’이라는 목표에 마음 급했던 NC입장에서는 수월했던 트레이드로 목표지점까지 무사히 골인했다.

KIA는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결과 없이 시간과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실패의 책임 규명, 확실한 방향 설정 없이는 KIA의 미래와 팬심도 잃게 될 것이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