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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몰락
2020년 10월 19일(월) 00:00
존 F. 케네디 미국 35대 대통령이 1963년 11월 22일 암살된 이후 워싱턴에서 진행된 나흘간의 국장(國葬)은 당시 미국 사회의 통합과 공동체 재건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대 최고의 신화종교학자이자 비교신화학자로 당시 국장을 지켜봤던 조지프 캠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의 일원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의식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그때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캠벨은 “대통령의 암살로 미국 국민 모두가 충격적인 상실을 겪었다”며 “정치적인 견해와 입장이 무엇이든 대통령의 예기치 못한 죽음과 그로 인한 끔찍한 무질서 상태를 극복하고 국민을 결속하기 위해서는 보상적 의미의 의례(儀禮)가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케네디 대통령의 국장을 통해 국민은 드디어 국가의 삶과 운명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의 삶과 개성이 확대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 국민이 하나 되어 묵상에 잠긴 그 주말 동안 미국은 하나가 됐고, 국민 모두가 하나의 상징적 이벤트에 똑같이 참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의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캠벨의 통찰은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 이후 봉하마을과 경복궁 등 전국 각지에서 7일 동안 진행된 국민장을 통해 우리 국민은 모두가 하나 되는 ‘사회적 대통합’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됐다. 그리고 잊지 못할 그날의 감동과 에너지는 수년 후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혁명’이라는 ‘거대한 의례’를 탄생시켰고,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새로운 사회적 기준으로 정립시켰다.

한때 촛불 혁명의 현장으로, 온 국민이 하나 되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의지가 넘실대던 광화문광장은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의례의 장(場)’이 아닌 ‘갈등의 현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특정 이념으로 무장한 세력들이 광장을 사유화·정치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 혁명 당시 광화문 현장에서 느꼈던 뭉클한 감동과 부풀어 오르던 희망을 이제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광장의 몰락이 아쉽기만 하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