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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통권 300호를 맞으며
2020년 10월 14일(수) 00:00
“올 들어 가장 기뻤던 일 중의 하나가 ‘예향’의 복간 소식이었다. 십일년 전 ‘예향’이 무기휴간된다는 소식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무기휴간이라는 것은 한낱 미명처럼 보였으며, 광주와 전라도의 문화예술이 자본의 논리 앞에서 영원히 사장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중략). 부디 ‘예향’이 그 맥을 이어가며 지역과 세계가 상생 보완하는 소통과 공감의 아카이브가 되길 기원한다”(소설가 이미란·전남대 교수)

지난 2013년 ‘예향’ 4월호의 ‘복간 기념 특별기획’에 실린 지역 명사들의 축하 메시지다. 2002년 209호를 끝으로 잠정 휴간됐던 예향이 다시 시민곁으로 돌아오자 지역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독자들은 지난 1984년 10월 창간호를 비롯해 17년간 함께 해온 예향의 제 맛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고 그간의 공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새로운 얼굴로 ‘컴백’한 예향에 대한 격려와 기대는 벅찼다.

“인터넷 시대를 설명하는 극명한 용어는 ‘이미지의 등극, 활자의 소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을 위한 정기간행물을 만드는 것은 모험심이 아니라 사명감일 것이다. ‘예향’은 광주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광주사람들의 가슴에 녹아 있는 체질적 언어이다. 그것을 간행물의 제목으로 하는 것은 단순히 ‘예향’잡지의 복간이 아니라 재창간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향은 광주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밋밋한 창구역할을 넘어서야 문화수도 광주를 선도하는 정신적 지주가 될 것이다.”(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대표)

광주일보가 발행하는 문화예술잡지 ‘예향’이 10월호로 통권 300호를 맞았다. IMF 경제 한파로 인해 발행을 중단했던 공백기 11년 2개월까지 포함하면 꼭 36년 만의 일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잡지로선 처음있는 일로, 문화수도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쾌거다.

사실, 이미지의 시대에 수십 년간 잡지를 발행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국내 잡지사에도 경영난을 이유로 사라진 매체들이 많다. 80~90년대 큰 인기를 모았던 ‘샘이 깊은 물’과 ‘뿌리 깊은 나무’ 등 유수의 잡지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폐간했다.

지난해엔 전국구 잡지인 월간 ‘샘터’가 12월 통권 598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을 선언했다가 국내외에서 밀려든 격려와 응원에 두손을 들었다. “내 곁의 다정한 동반자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고국의 소식을 전해주던 다정한 친구였는데 … .” “비록 갇혀있는 처지이지만 사회에 남아있는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겠다. 반드시 샘터를 계속 내달라.” 독일에서 보낸 파독 간호사 출신의 손편지에서 부터 교도소에 수감중인 재소자의 사연은 발행인의 통큰 ‘약속’을 이끌어냈다. “ 2020년, 50 년의 ‘샘터’는 휴간없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굳이 ‘샘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시대에 잡지를 발행한다는 건 간단치 않다. 더 이상 인쇄매체를 가까이 하지 않는 시대이지만, 종이잡지를 되살려내는 건 역설적으로 한명 한명의 독자들이다. ‘예향’ 역시 그러하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와 함께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