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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임의평가한 교사 고작 벌금형?
재판장 “고민 많았다”…일각선 “처벌 약해” 지적
2020년 09월 21일(월) 00:00
Image by F1 Digitals from Pixabay
“고민이 너무 많았습니다.”

광주지법 형사 6단독 윤봉학 판사는 지난 17일 404호 법정에서 A(44)씨 판결에 앞서 ‘어떻게 형량을 결정해야 하는 지’고민했음을 털어놨다.

A씨는 지난해 고려고 3학년 1학기 1차 지필고사 수학 시험과 관련, 수학동아리 학생들의 오답을 정답 처리해 추가 점수를 주는 등 학교의 공정한 학업 평가·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체적으로는 6점짜리 서술형 한 문제(3개 항) 중 1개 항을 틀려 5점을 받은 학생의 이의신청을 받자, 최종·중간 답안과 풀이과정이 모두 틀렸는데 정답으로 처리해 1점을 추가로 부여한 혐의를 받았다.

또 7점짜리 서술형 문제의 이중 근호를 풀지 못해 3점을 받은 학생이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정해진 절차나 합당한 근거 없이 정답 처리해 4점을 추가로 부여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A씨측은 재판 과정에서 ‘출제자의 출제 의도에 따른 재량권 행사’라며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업무방해’로 판단했다. 6점짜리 서술형 문제의 경우 “해당 학생이 채점기준표에 적힌 풀이과정 및 정답과 다른 답안을 기재해 만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받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7점짜리 서술형 문제는 이중근호를 풀어 답을 기재하는 것까지 정답으로, 정답을 쓴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답안지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장은 “학생이 이중근호를 풀지못한 답안을 적어넣었고 결국 정답을 쓰지 못했는데 만점에 해당하는 추가점수를 준 것 역시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재판장은 이어 “이의신청 절차도 지키지 않고 기준도 없이 형평에 어긋나는 추가점수를 부여한 행위는 ‘위계’에 해당한다”고 했다. “임의로 지필평가 서술형 문제에 대한 추가점수를 부여해 학교측의 학습 평가에 관항 공정성을 해친 것”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죄질이 무겁다는 얘기다.

다만, A씨가 해당 사건으로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은 점, A씨 행위로 초래된 업무수행의 지장·마비 정도가 경미하고 교과 학습 평가 등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재판장은 A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일각에서는 대입 수시 모집에 반영되는 내신 성적의 중요성과 성적 평가의 공정·형평성을 기대하는 학생들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인 점 등을 들어 처벌 수위가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