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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이 미술관을 자주 찾는 까닭은
2020년 09월 16일(수) 00:00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토비 맥과이어, 브래드 피트, 마돈나….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할리우드의 ‘인싸’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 미술매체 ‘아트넷’(Artnet)이 선정하는 ‘10인의 셀러브리티 컬렉션 명단’에 등장하는 단골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유명세와 재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거장은 물론 신진 아티스트의 작품을 자주 구입한다. 이들 가운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는 미국 미술시장에서 주목하는 ‘큰손’들이다.

특히 디카프리오는 마이애미 아트바젤과 뉴욕 첼시 화랑가를 수시로 드나드는 ‘찐’ 미술애호가다. 글로벌 화랑으로 꼽히는 가고시안 갤러리가 VIP로 대우하는 그는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거나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미술관이나 경매시장에 깜짝 등장한다. 그의 절친인 영화 ‘스파이더맨’의 토비 맥과이어 역시 ‘친구 따라 강남 간’ 케이스. 수년 전 뉴욕 최대 아트페어인 아모리쇼 등에 출몰해 LA에서 활동하는 일본작가 카즈 오시로의 작품을 구매해 화제를 모았다.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저는 ‘바람’을 좋아합니다.”

지난해 6월 BTS 랩몬스터 RM(본명 김남준·26)이 부산미술관 이우환 공간을 관람한 후 방명록에 남긴 문구다. 당시 부산 팬 미팅 공연을 앞두고 매니저 한 명과 조용히 이우환 공간을 찾은 RM은 미술관 관계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전시장을 둘러 보며 거장의 ‘바람 시리즈’를 감상했다. 미술관의 수석큐레이터는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처음에는 먼 발치에서 그의 뒤를 따르다, 필요하면 작품 설명에 도움을 드리겠다”며 말을 건넸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이미 그는 해박한 미술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RM이 다녀갔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우환공간은 예년 보다 관람객이 4배나 늘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문화계에서 RM은 이 화백의 열혈팬으로 유명하다. RM은 지난해 이우환 개인전이 열린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분관)를 가려다 이름이 헷갈려 파리 퐁피두센터로 갔을 정도다.

RM의 ‘미술관 투어’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인기몰이중인 그는 자신의 생일인 9월12일을 맞아 “미술책 읽는 문화가 확산하고 청소년들이 예술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국립현대미술관측에 1억원을 기부했다. 이 후원금은 다음달 부터 전국 공공도서관 400곳에 기증될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도록 등 총 4000권의 도서 구입비로 사용된다. 특히 올해 그는 바쁜 스케줄에도 국립현대미술관, 갤러리, 아트페어 등을 방문하며 SNS에 인증샷을 올렸다. 이후 그가 다녀간 전시는 핫이슈로 떠오르며 팬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등 ‘RM 효과’를 낳고 있다.

이처럼 RM의 전시장 나들이는 코로나로 침체된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점에서 반갑기 그지없다. 모쪼록 그의 선한 영향력이 팬덤을 넘어 얼어붙은 미술계를 녹이는 ‘해피 바이러스’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지역 명사들의 예술사랑도 릴레이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