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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아니라고? 재판장 “딱 보면 안다”
아이들 겁에 질린 표정 등…광주지법, 보육교사에 ‘유죄’
2020년 09월 14일(월) 00:00
“보면 안다.”

지난 1964년 음란물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언급하면서 미국 연방대법원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이 쓴 문구다. 그는 당시 “이른바 ‘하드코어 포르노’란 짤막한 수식에 부합하는 표현물이 어떤 것인지 정의하려는 시도까지는 하지 않겠다. 다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보니 “지역에 도움되는 지 보면 안다”, “공직에 적격인지 만나보면 안다”는 식으로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조계 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인용되고 있을 정도다.

광주지법 형사 3단독 김승휘 부장판사도 지난 9일 402호 법정에서 보육교사 A(여·55)씨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이 문구를 쓰며 재판을 진행했다. A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7월, 영광군 모 어린이집에서 음식 묻은 손으로 자신의 옷을 만졌다며 만 한 살짜리 아이 몸을 밀거나 때리는 등 32차례에 걸쳐 2살 미만 아이들 5명을 신체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동들에 대한 교육·지도의 하나로,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재판장은 ▲피해 아동 연령이 모두 2세 미만으로, A씨 행위 도중 아이들이 울거나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점 ▲A씨가 이같은 행위 당시 위압적이거나 짜증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으며 아이들에 대한 동작도 매우 크게 한 점 ▲해당 장소가 아이들과 A씨만 있는 장소에서 이같은 행위가 이뤄진데다,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이뤄진 점 등을 들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신체적 학대행위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김 판사는 이 과정에서 ‘보면 안다’는 문구를 언급하며 “어떻게 이걸 보고 학대가 아니라고 하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이 힘들어서 빚어진 것’이라는 A씨 주장에 대해서도 “아이들 키우는 게 어떻게 힘들지 않느냐”면서 “(보육교사를) 선택한 이상 극성스럽고 인내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판사는 이같은 점을 들어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씨에게는 2년 간 아동관련기관 취업 제한도 부과됐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