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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 끝나지 않는 고통
2020년 08월 18일(화) 00:00
조서희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2학년
50일 이상 이어졌던 장마가 드디어 끝났다. 이번 장마는 1973년 이래 가장 길었고, 내린 비의 양도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이처럼 장마가 유례없이 길게 지속된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 것을 넘어서 폭우와 같은 큰 피해로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장마 피해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막심했다. 농·축산업이 발달한 농촌에서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소와 돼지들이 떠내려가고 산사태로 인해 수많은 집이 무너지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수재민들은 집이 무너지고 자신들이 키웠던 가축들이 죽는 것을 마냥 지켜보며 통탄하고 있다. 대부분 고령이었던 수재민들은 자신의 몸을 건사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렇듯 폭우와 산사태, 강과 하천으로 인한 범람은 인간이 손을 쓸 수 없는 자연재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더 큰 피해가 일어나기 전에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댐을 방류하는 등의 부수적인 방도밖에 없다. 하지만 피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고도 손을 놓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서는 동영상과 함께 국민 청원에 참여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폭우로 인해 유골함 보관소이자 추모관이 침수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제목만 읽으면 폭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피해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글에 첨부돼있는 동영상에는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직원의 모습이 있었다. 동영상 속 피해자는 “미리 연락했으면 가족들이 나와 물을 퍼내거나 천장을 막았을 것”이라고 소리쳤다. 피해자들은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을 원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피해였다”는 추모관 측의 주장에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일 오전 춘천시에서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 보트와 춘천시청 환경 감시선, 경찰선 등 선박 세 척이 전복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들 배에 타고 있던 경찰, 춘천시청 공무원 등 8명 가운데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은 이 같은 비극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라고 호소했다. 이들이 고정하고자 했던 인공 수초섬은 수질 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춘천시에서 14억 원을 들여 만든 것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주무관의 가족은 사고 당일 블랙 박스에 녹음된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피해자가 누군가의 지시 때문에 현장에 나갔으며 절대 자의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수 춘천시장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시 자체적으로 어떤 법적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엄중하게 묻거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아무도 쓸려 내려간 집을 되돌릴 수 없으며, 떠내려간 가축들을 살릴 수 없다. 하지만 어느 곳이 피해 지역이 될지 예측하여 미리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필요한 물건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을 수는 있다. 수재민들을 위해 모금하고, 구호 물품을 보내 주는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이러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구축하여 사람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루빨리 복구가 마무리되어 수재민들이 평소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