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구루루’ 개성 넘치는 냥이들 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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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구루루’ 개성 넘치는 냥이들 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행복한 동행’ 반려동물과 함께하시개
<16> 고양이 카페 ‘떼구루루’
2020년 08월 14일(금) 00:00
스핑크스 요키.
반려동물의 대표주자 개의 아성을 위협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도도함과 애교를 넘나들며 밀고 당김의 정석을 보여주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성격이 까다로운 반면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 주인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최근 1~2인 가구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키우기 쉬운 고양이를 선호, 반려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와함께 고양이와 자유롭게 교감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고양이 카페도 인기다. 광주시 동구 동명동에 자리하고 있는 고양이 카페 ‘떼구루루’를 찾았다. 건물 2층에 위치한 이곳은 김예슬(26)·강민창(31)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입구에 있는 신발장을 지나 카페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 아래, 캣타워, 러그 위 등 카페 여기저기에서 18마리의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러시안블루 토토, 샴 땡글이, 렉돌 빽구리, 노르웨이숲 오곡·별, 터키시 앙고라 이비, 페르시안 친칠라 빨강·꼬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아메리칸 컬 맨유, 메인쿤 첼시, 스핑크스 요다·요키, 페르시안 익스트림 짱구, 아비시니안 아리, 코숏 지붕·천붕·만붕·먹붕 남매까지 모두 각양각색 매력 넘치는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성격도 생김새만큼이나 모두 다르다. 코숏 만붕이는 조그마한 체구와는 반대로 목소리가 크코 말이 많고, 눈이 크고 동그랗다고 해서 땡글이라는 이름을 얻은 녀석은 성격이 좋아 카페안에서 ‘인싸’로 통한다.

고양이카페 ‘떼구루루’를 운영중인 강민창(왼쪽)·김예슬 씨 부부.
김 씨 부부는 지난해 카페를 인수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에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이곳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김 씨는 카페를 인수해 운영해보면 어떻겠냐는 전 운영자의 제안을 받고 지난해 11월 카페를 인수, ‘떼구루루’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2년 6개월간 카페 매니저로 일하면서 전반적인 운영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것.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고양이 18마리를 보살피고, 카페 운영을 책임지기는 사실 버거울 수 밖에 없었다. 김 씨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과는 반대로 모든 일을 혼자 하려다보니 힘들었다”며 “그러던 중 남편이 하던 일을 접고 카페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원래 작곡, 인테리어 일을 했지만 지금은 모두 그만두고 ‘떼구루루’에서 함께 일하고 있어요. 남편도 저 만큼이나 고양이 사랑이 대단해요. 남편은 고양이도 보살피지만 주로 음료 만드는 일을 해요. 혼자 일할 때는 나이가 어린데다 여자이다 보니 제 말을 무시하거나 카페 수칙을 어기는 손님도 더러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카페에 출근하면서부터는 그런일이 없더라고요. 남편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어요.”

두 사람은 김 씨가 카페 매니저로 일할 때 처음 만났다. 김 씨가 일하던 곳에 남편이 고양이를 분양받으러 오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알고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 지난해 결혼을 했다.

남편 강 씨는 “살면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직업을 갖고 사회적으로 자리잡게 되면 고양이를 2마리 키우는 것”이었다면서 “고양이를 분양받으러 갔다가 운명적으로 와이프를 만났다”고 전했다.

오후 1시~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카페에는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한다. 김 씨는 “고양이 성격상 친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며 “그래서인지 고양이의 마음을 열고자 거의 매일 오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는 한번 마음의 문을 열면 깊은 유대감을 보여준다. 애교도 많아 최근 카페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카페는 휴가를 가거나 장시간 집을 비우는 반려인들을 위해 고양이를 맡아주는 고양이 호텔도 운영한다. 또 ‘노키즈존’으로 운영되지만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손님도 있고, 고양이를 강아지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자꾸 들어올리거나 괴롭히는 손님도 있어 곤란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마다 김 씨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의를 주지만 고양이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김 씨의 우려처럼 고양이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몇가지 있다. 카페이다보니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에 비해 사람들의 스킨십이 익숙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제로 만지는 것은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자제하도록 한다. 안아주고 만지더라도 오랜시간 붙잡고 있는 것도 삼가야 할 행동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는 행동도 금물이다.

18마리 고양이 모두가 소중하지만 유독 김 씨 부부의 보살핌을 한 몸에 받는 고양이가 있다. 바로 맨유다. 나이가 많아 ‘할아버지 고양이’라고 불리는 맨유는 구내염을 심하게 앓아 이가 다 빠지고 3개만 남았다. 사료를 씹지 못하기 때문에 습식캔을 챙겨준다.

김 씨는 “아픈 맨유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며 “매주 월요일 휴무지만 맨유 끼니를 챙겨주러 카페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맨유 밥은 하루 다섯번 정도 꼭 챙겨줘야해요. 덕분에 카페 쉬는 날이어도 저는 출근하죠(웃음). 반려동물들을 돌보는 일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예요. 아무리 독립적인 고양이라고 해도 사료 챙겨주고, 화장실 정리해주고 해야하니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많아요.”

특히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은 김 씨는 이곳을 맛있는 빵도 먹고 귀여운 고양이도 만날 수 있는 특색있는 카페로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일단 맛있는 빵을 만드는 법을 배울 생각입니다. 물론 고양이들은 늘 저희와 함께 할 거예요. 아이들과 떨어진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 없어요. 빵을 파는 카페에서도 18마리 아이들은 쭉 만날 수 있을겁니다. 고양이들이 나이가 들어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 저희는 함께 할 거예요.”(김예슬)

/글=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영상·사진=박유연 기자 flexibl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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