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2020년 07월 21일(화) 05:00
최미리솔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4·조대신문 기자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해지기 전, 한 학생의 거취를 두고 설전이 오간 일이 있었다. 그 학생은 트랜스젠더 A씨로, 남자로 태어나 여자가 되고자 성전환 수술을 감행했다. 법원에서 성별 정정 허가를 받은 여성이었지만 그가 여대에 진학하고자 했을 때 그것은 사건이 됐다. 그는 22살의 나이로 숙명여대 법학과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처음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그는 “저를 보면서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무색하게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은 어느새 논란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를 두고 숙명여대 내에서도 의견 대립이 있었다. 숙명여대와 더불어 서울권 여대 내 23개 여성단체는 “트랜스젠더가 여대를 자신의 성별 증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하며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 성명을 냈다. 반면 숙명여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은 제3자가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혐오”라고 지적했다.

커지는 논란에 A씨는 결국 신입생 등록금 납부 마지막 날, 입학 포기 의사를 전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도 다양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사회의 정치인으로서 미안하다”면서 “무엇보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부모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길 기원한다”라고 SNS에 글을 올렸다.

정의당도 당시 강민진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성소수자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혐오 표현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학내 괴롭힘으로 인해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는 경우도 다수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대학교가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은 교육에서 소외되어온 여성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트랜스젠더 여성인 A씨가 입학했다면 이는 숙명여대의 설립 목적에 하등의 어긋남 없는 일이었을 것이며, 성소수자 차별이 심각한 우리나라에 사회적 울림을 주는 사건이 되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일련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성소수자를 향한 악성 댓글을 읽을 때마다 나까지 상처를 입은 기분이다. 단순한 욕설이 아닌 응어리진 혐오의 언어화를 목격했다. 동시에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사회를 다시 돌아봤다. 세상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언제 어떤 식으로 그들과 마주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가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은 성소수자 차별에서 청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학이 아닌 우리가 속한 어느 사회에서라도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A씨는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제가 처음부터 여대라는 공간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를 굳게 가지고 모든 걸 주도면밀하게 일을 벌인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저는 점수대로 합격이 가능한 대학에 원서를 내고 공평하게 합격 과정을 거쳤는데, 그런 시선은 참 억울했어요”라고 밝혔다.

어디에나 있는 한 학생이 평범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는 정말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