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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일 도맡는 소중한 일꾼인데…‘눈물의 타국살이’
[광주·전남 외국인노동자 5만명...우리의 ‘이웃’ 맞습니까]
<상> 외국인 없인 산업현장 스톱
2020년 06월 30일(화) 00:00
광주·전남 외국인 노동자는 5만명을 넘는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는 지역 산업현장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젊은층 유출과 고령화가 심각한 전남지역의 농·산·어촌 현장은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 대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웠고 국내 인력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점점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그들은 이제 지역 산업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이웃’이며 ‘동료’,‘가족’이기도 하지만 이들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광주일보는 외국인 노동자를 우리의 ‘사회적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공존하기 위한 ‘광주전남 외국인 노동자 5만명 시대. 이웃 맞습니까’ 시리즈를 3차례에 걸쳐 싣는다.

광주·전남지역 외국인 노동자가 5만명에 이르고 전국적으로도 100만명에 달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지역 농·수·축산업과 제조업 현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다.

29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외국인 노동자는 각각 7515명, 1만9095명으로 2만661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주노동자 인권운동가들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 수는 훨씬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불법체류상태로 머무르는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할 경우 5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얘기다.

광주·전남지역 고용보험 가입자가 68만여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산업현장의 6% 가량을 이들 외국인 노동자가 떠맡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국내 인력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중은 훨씬 높다는 게 이주노동자 인권운동가들 설명이다.

당장, 광주·전남지역 농·수·축산업 등 주요 업종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조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화순지역 방울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20명 중 13명이 캄보디아 노동자들로, 이들이 없으면 사실상 손을 놔야 한다는 게 농장주 설명이다. 화순 도곡산단 일대 재생타이어 공장이나 파프리카 농장 등에서 일하는 화순지역 외국인 노동자도 400명이 넘는다.

완도에서는 다시마·전복양식 어민들이 올 초 법무부에 신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95명)들의 입국이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지면서 하루 7~8만원 수준인 인건비가 11만원까지 치솟았다.

농·수·축산업 뿐 아니다. 제조업계도 마찬가지다. 광주 하남산단 내 금형제작 공장은 전체 노동자 3분의 1인 인도네시아와 네팔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도로 포장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일곡지구 공사 현장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는 빠지지 않는다. 광주지역 외국인 노동자 7515명 중 5702명이 광산구에 몰려 살고 특정 지역은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외국인들 밀집 지역으로 꼽힌다.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지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국인 노동자 수는 급격히 늘었다.

광주의 경우 지난 2011년 6021명이던 외국인 노동자는 올해 7515명으로 20% 늘었다. 1만1000명(2011년)이던 전남지역 외국인 노동자는 올해 1만 9095명으로 43% 급증했다.

반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존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내 인력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의 빈자리를 채워주면서 산업 현장의 한 축을 떠맡고 있지만 이들과의 공존하고 공감하는데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수의 이방인으로 취급, 차별과 멸시의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인권침해 행태도 끊이질 않으면서 기본적 인권 보장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시민단체인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광주지역 이주노동자 3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실태조사서는 지역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조사서는 근무 중 폭언,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이주노동자가 201명으로 전체의 54.5%에 달했다.

이들과 매일 부대끼는 한국인 사업장 동료(35.3%), 사업주(17.9%), 사업주 가족(10%) 등이 가해자였다. 이들에게 도움을 받고 함께 생활하면서 언어폭력(52.2%), 신체적 폭행(10.9%), 성희롱(5.5%), 성추행(2.5%) 등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아 지난해 3월 입국한 인도네시아인 아리핀(21·가명)씨는 해남지역 김양식 어가에 취업했다가 2달도 못돼 쫓겨났다. 양식장에서 일한 지 한 달 가량 지났을 때 정박하는 배와 배 사이에 손가락이 끼이면서 새끼손가락을 잃었는데, 사장은 한국어도 서툴고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들어진 아리핀씨를 계속 채용하지 못하겠다며 내보냈다.

아리핀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인 탓에 산업 재해 승인도 받지 못하고 양식장을 떠나야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따른 대책도 미흡하다.

농·어업 현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아 사업주와 의사소통문제 등으로 부작용이 잇따르는 실정이지만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지역 노동계 시각이다.

광주민중의집 김춘호 변호사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언어적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 등이 맞물려 인권침해를 호소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면서 “특히 외진 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고 관련 증거 등도 확보하기 쉽지 않는 등 농·어업분야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