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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교육·조기전문화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데이비드 엡스타인 지음, 이한음 옮김
2020년 05월 29일(금) 00:00
아빠는 생후 7개월째 접어든 아들에게 골프채를 주었다. 아이는 늘 퍼터를 질질 끌면서 보행기를 타고 돌아다녔다. 두 살 때 아들은 전국 TV 방송에 출연했다. 자기 어깨만큼 오는 골프채로 공을 쳐 사회자인 밥 호프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해 아들은 골프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 10세 이하 부문에서 우승했다. 이후 그는 골프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고 골프황제가 되었다. 타이거 우즈 이야기다.

또 한 아이가 있다. 그는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 때부터 공을 차고 놀았다. 스쿼쉬도 하고, 야구, 탁구도 했다.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와 달리 아이의 장래 계획 같은 것은 전혀 세운 적이 없었던 부모는 그냥 아이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접해 보라고 북돋아 주었다. 10대에 들어서자 아이는 테니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가 마침내 축구를 포기하고 테니스에 집중하기로 했을 때 또래 선수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근력코치 등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볼 때 그의 발전에 지장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30대 중반에 그는 여전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로저 페더러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뛰어난 성공을 거두는 길은 단 하나 뿐이라고 믿어왔다. 일찍 시작해서 일찍부터 전공을 정하고, 그 일에만 집중하고, 능률을 극대화하라고 말이다.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데이비드 엡스타인이 쓴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전문화된 세상에서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성공하는 이유’는 조기 교육과 조기 전문화(협소하게 기술을 갈고 닦으며 가능한 일찍 시작하는 전문화 교육) 신화를 깨트리며 반론을 제기하는 책이다.

책은 ‘조기교육이라는 종교’, ‘전문성에 속다’, ‘경험 바깥의 세계’, ‘자신의 가능한 자아와 놀기’, ‘의도적인 아마추어’ 등 모두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각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들은 폭넓은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지닌 늦깎이 제너럴리스트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인생의 전반부를 여러 분야를 기웃거리며 보내다가 뒤늦게 한 곳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유추하고, 종합하는 데 탁월한, 바로 ‘늦깎이 천재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인생의 성공은 빠른 출발이 아니라 오히려 ‘샘플링 기간’(자신의 적성과 관심을 폭넓게 탐사하는 기간)의 유무로 좌우되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성과에 현혹되지 말라는 주문이다.

그가 말하는 조기 전문화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다는 데 있다. 전문가는 ‘경험을 통한 학습은 완벽하게 할 수 있지만, 경험한 세계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골프 처럼 정해진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친절한 세계가 아닌, 과제가 명확하지 않고 엄정한 규칙도 없는 사악한 세계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경험 이외에 다양한 사례를 엮고 새로운 개념을 연관지어 종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더 젊은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늘이 자신을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라. 사람은 저마다 발전 속도가 다르다. 그러니 누군가를 보면서 자신이 뒤쳐져 있다는 느낌을 받지 말라”고 말한다. <열린책들·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