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인류를 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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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인류를 구했나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감염의 전장에서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2020년 05월 29일(금) 00:00
토머스 헤이거는 저서 ‘감염의 전장에서’에서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는지 조명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80명대로 늘어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N차 감염을 비롯한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방역당국은 물론 나라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방역 모범 국가인 우리나라 사정이 이럴진대 다른 나라 사정은 두말할 나위 없다. 미국과 서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도 속수무책이다. 한마디로 지구촌의 동선을 멈춰 세운 코로나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과학 기술 문명이 발달한 2020년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세계가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에 세계는 과학과 사회의 정교한 시스템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바이러스 위력을 톡톡히 실감했다.

그나마 오늘의 상황은 더 나은 편이다. 1세기 전만 해도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미국의학협회 저널’ 필진이자 과학·의학 분야 저술가인 토머스 헤이거는 “우리 부모 세대는 어릴 적에 연쇄구균 인두염, 베인 상처의 감염, 성홍열, 수막염, 폐렴을 비롯한 수많은 감염병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으며 실제로 죽는 일도 많았다”고 회고한다. 그러면서 그는 “나와 친구들이 살아남은 것은 항생제 덕분”이라고 했다.

토머스 헤이거가 이번에 펴낸 ‘감염의 전장에서’는 바이러스 이전의 세균과의 전쟁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최초 항생제 설파제를 발명해 노벨상을 수상했던 게르하르트 도마크의 삶과 당시 세균 감염의 실상, 강대국들의 대처 방안 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특히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가 어떻게 발명됐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사실, 1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위협적이지 않는 감염병 때문에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었다. 일례로 1차 세계대전에서 상처 감염으로 죽은 병사가 수십만이었다. 이들 사망자는 적군의 총탄에 맞아 숨진 병사의 수보다 훨씬 많았다.

책의 주인공인 게르하르트 도마크(1895~1964)는 전장에서 세균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도마크는 실제 전투보다 무서운 것이 세균과의 사투였다고 고백한다. 그는 의대에 재학 중 독일군으로 1차대전에 참전해 부상병을 치료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그리고 감염 없이 해낸 환자가 상처 감염으로 죽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도마크의 설파제라는 항생제 발명과 아울러 주목할 것은 파스퇴르의 연구였다. 파스퇴르 덕분에 세균이 감염병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또한 세균학의 기초를 세운 코흐라는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각각 다른 세균이 디프테리아, 결핵, 탄저병, 폐렴, 파상풍, 콜레라 등을 발병케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질병이 세균에 의해 발현된다는 것과 세균을 박멸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마크가 발명한 설파제는 예상 밖의 효능을 발휘한다. 산욕열로 인한 산모 사망을 급격히 낮췄던 것이다. 산욕열이 무섭게 확산될 때는 산모의 25%가 생명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설파제는 산욕열 외에도 성홍열, 수막열, 중이염, 편도염 치료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당시로선 ‘기적의 약품’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후 유통, 특허권을 싸고 각 나라간 갈등이 발생했다. 제약회사, 연구소는 약의 상용화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설파제의 효능은 의사와 병원의 역할을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변모시켰다. 병원은 환자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됐고 왕진제도는 거의 사라졌다. 분만의 90% 이상이 병원에서 시술됐으며 대다수 의사들은 병원이나 관련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설파제 또는 항생제 발명과 함께 시작된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 19로 인류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로선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예방, 공중보건 강화, 방역은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됐다. 설파제가 감염과의 전투에서 인간을 ‘치료’한 최초 약물이었듯이, 코로나 19에 맞설 치료제 또한 언젠가는 발명될 것이다. 그 치료제는 훗날, 아니 1세기 후 ‘기적의 약’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동아시아·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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