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작품 번호 몰라도 그저 느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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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작품 번호 몰라도 그저 느끼면 돼”
광주문예회관 음악회 진행 아나운서 이상협
마지막주 수요일 ‘11시 음악산책’ 맡아
27일 두번째 공연 윤한 ‘그대를 그리다’클래식 FM ‘당신의 밤과 음악’ DJ
2010년 가수 데뷔, 2012년 시인 등단
낭독·기타 연주 음반, 에세이도 준비중
2020년 05월 25일(월) 00:00
올 한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11시 음악산책’의 사회자로 나선 KBS 이상협 아나운서.
이야기와 연주가 함께하는 광주문화예술회관 기획공연 ‘11시 음악산책’ 첫 무대 ‘유영욱의 베토베니즘’이 지난달 29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이 열린 문예회관 소극장 관객석은 비어있었지만 생중계를 위해 카메라, 음향 스텝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생방송이 시작되기 전 고요함 속 긴장감도 느껴졌다. 시계바늘이 11시를 가리키자 이상협 아나운서의 차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공연의 시작을 알렸고 유영욱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비창’, ‘월광’ 등은 공연장을 넘어 카메라를 통해 유튜브 채널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이 씨는 공연 중간중간 곡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함께 유 씨와 대화를 이끌었고 유튜브 채널 채팅창을 살피며 관객들의 반응을 전달하기도 했다.

KBS 이상협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은 광주문화예술회관 기획공연 ‘11시 음악산책’ 첫 공연 ‘유영욱의 베토베니즘’이 지난달 29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KBS 클래식FM ‘당신의 밤과 음악’(매일 밤10시~12시) DJ를 맡고 있는 이상협 아나운서가 올 한햇동안 ‘11시 음악산책’의 사회자로 나선다. ‘11시 음악산책’은 매회 색다른 주제와 선곡으로 클래식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 장르 감상의 길잡이가 되어 줄 문예회관의 기획프로그램으로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열린다. 이 씨는 한 달에 한번 광주를 찾아 연주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음악가의 삶과 음악세계를 들여다보고 다양한 음악 이야기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공연이 끝나고 문예회관 대극장 안에 있는 카페에서 이 씨를 만났다. 그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 대해 “무관중 공연인데다 생중계로 바로 송출되는 점에서 청취자가 특정되지 않는 매력이 있다”며 “그런 부분이 라디오와 공통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 연주된 베토벤의 ‘월광’에 대해 흔히 들을 수 있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곡이지만 악보를 보거나 실제 연주하는 것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정말 어려운 작품입니다. 이렇게 귀에는 익숙한 곡이어도 ‘클래식’하면 ‘어렵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알레그로 등의 용어를 비롯해 작품번호가 몇번인지, 몇악장인지는 몰라도 돼요. 그저 몸으로 느끼면 되는 것입니다.”

그는 아나운서이자, 시인이고, 가수이기도 하다. ‘역사저널, 그날’, ‘다큐 3일’, ‘명견만리’ 등의 내레이터로 활약했고 2018년 5월부터 ‘당신의 밤과 음악’의 진행 맡고 있는 그는 1997년 ‘제9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푸른 새’로 동상을 수상했다. 2010년 음반 ‘에고트립’을 내면서 가수로 데뷔했고 2002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2012년에는 시인으로 등단했다.

라디오 방송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덕분에 주변사람들로부터 “종합예술인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대학교 1학년 때 기타를 처음 배우면서 음악을 시작했고 2학년이 되고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타면서 ‘나는 음악을 해야지’생각했다.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는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반을 냈어요. 그러다 회사가 파업에 들어가자 시를 쓰기 시작했죠. 안좋은 마음을 풀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시를 쓴지는 오래됐는데 게으른 탓에 2년 전 첫 시집을 냈습니다.”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시 ‘너머’ 등 5편으로 현대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받은 그는 2018년 첫 시집 ‘사람은 모두 울고 난 얼굴(민음사)’을 발간했다.

그는 비교적 자기 시간이 많은 직업을 가진 덕분에 주로 사무실에서 짬을 내 시를 쓴다며 이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날, 어느 순간 갑자기 어떤 문장이 찾아오고 그 문장이 다음 문장을 만들고 그것이 내용이 되기도 하고 문장 자체로 남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막혀서 실패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는 것.

“시를 쓴다는 것이 ‘자! 이제 시를 써야지. 주제는 뭐?’ 이게 아니거든요. ‘시를 받는다’, ‘시마가 찾아온다’는 표현을 하는데요. 그런 순간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때가 삶에서 자주 찾아오는 건 아니고, 대신 자주 찾아오지 않지만 그런 순간을 놓치지 말고 메모를 하고 쓰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해야 되는 것 같아요. 노트북으로 시를 쓰다보면 이해안되는 부분도 종이로 프린트 해서 보면 이해가 되는 순간이 많아요. 그래서 시 한편 쓰면 100번정도 뽑아서 봅니다.”

지난해에는 산문집 ‘내 목소리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해줄래’를 출간했다. 20여년 동안 체험한 낭독의 세계를 쉽고 진지하면서 때론 유머러스하게 풀었다.

이 씨는 “낭독에 관한 이야기인데 참 묘한 책이다”며 “일반인들이 쉽게 낭독을 접할 수 있도록 낭독이 주는 즐거움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도 꾸준히 하고 있다. 2010년 첫 음반 ‘Shanty Boogie’ 발매에 이어 ‘Viva La Musica’(2012), ‘Egotrip’(2018)을 제작했고 2018년 가을에는 박은영 아나운서가 부른 ‘여의도엘레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 씨는 그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에피소드, 음악관련 이야기 등을 담은 에세이를 준비중이다. 제목은 ‘라디오데이즈’. 또 기타 연주곡을 담은 음반도 낼 예정이다.

“음반을 언제 낼지 확실한 기약은 없지만 왠지 내야만 할 것 같아요.(웃음) 음악에 가까운 낭독을 담은 낭독을 담은 음반도 낼 생각이고요. 아, 그리고 다음번 광주에 올 때는 하룻밤 자고 갈 계획이예요. 5·18 민주묘지 등 광주 곳곳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한편, 기획공연 ‘11시 음악산책’ 두번째 순서인 윤한의 ‘그대를 그리다’는 오는 27일 오전 11시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공연은 거리두기 좌석제로 운영되며 문예회관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또 문예회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생방송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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