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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된 공중목욕탕
2020년 05월 20일(수) 00:00
<제작국장·박진현 문화선임기자>
‘전방위 아트 워커’(Art Worker)로 불리는 사진작가 윤광준씨는 지난해 흥미로운 에세이를 출간해 뉴스메이커가 됐다. ‘내가 사랑한 공간들’(을유문화사 刊). 이미 ‘심미안 수업’ ‘윤광준의 생활명품’ 등으로 탄탄한 독자층을 거느린 그는 책에서 수년간 아름다운 공간을 순례한 대장정의 성과를 담았다. 그가 사랑한 공간의 ‘리스트’에는 박태후 한국화가의 나주 죽설헌을 포함해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부천아트벙커 B39 등 20여 곳이 등장한다. 책에 이름을 올린 일부 공간은 미적 안목을 높이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올 초 부터 광주일보에 ‘문화를 품은 건축물 열전’을 연재하는 덕분에 요즘 윤 작가 처럼 아름다운 공간을 찾아다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제주의 포도호텔을 시작으로 GS칼텍스 여수예울마루, 세종시 국립도서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 신안 압해읍 종합복지회관 등을 둘러봤다.

그중에서도 무주군과 신안군은 관공서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흥미로운 현장이었다. 인구 2만 4000명의 무주군은 군청 뒷편 지상 공간을 주차장이 아닌 주민들의 쉼터로 꾸몄고, 신안군은 복지회관 2층에 공중목욕탕을 설계해 지역민들의 사랑방으로 키우고 있다. 실제로 무주군청의 뒷편은 자동차들이 점령한 다른 관공서와 달리 화려한 꽃이 흐드러지게 핀 생태 공원이었다. 신안군의 압해읍 종합복지회관 역시 삭막함과는 거리가 먼 ‘열린 공간’이었다. ‘물, 중정, 명상’. 압해읍 복지회관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가 건물 2층 목욕탕을 설계할 당시 내건 핵심 콘셉트다. 온수가 잘 나오지 않는 섬 주민들에게 공중목욕탕은 개인적인 휴식처이자 이웃들과 안부를 주고 받는 소통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무주군은 공공건축 프로젝트 이후 ‘2016년 지속가능성 평가를 통한 도시대상’, 신안군은 2016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국토부장관상)을 각각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이들 프로젝트가 ‘햇빛’을 보기 까지에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1996년 무주군은 마을의 고유한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생태건축의 대가로 불리는 고 정기용 건축가에게 30여 곳의 공공시설을 맡기는 ‘통큰 결정’을 했다. 신안군은 수년간 충남 공주 일대에서 마을회관 프로젝트를 추진해 화제를 모은 유현준 건축가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2014년 박우량 군수가 러브콜을 보내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복지회관 건립예산인 27억 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안군과 군의회, 마을 주민들이 의기투합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 광주시가 지역에선 처음으로 건축분야의 중요정책을 심의하는 건축정책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함인선 한양대 특임교수를 초대 광주시 총괄건축가로 임명한 시는 건축정책위원회를 통해 양적공급 위주의 건축정책과 획일적 디자인의 공공건축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모쪼록, 건축심의 단계에서 부터 디자인, 조경까지 도시의 품격에 맞는 건축문화를 이끌어내는 구심체가 되길 바란다. 이제 건축은 도시를 빛내는 브랜드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