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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가려진 농수로에 빠져 다쳤다면 누구 책임?
법원 “관리 책임 있는 농어촌 공사 30% 배상하라”
2020년 05월 14일(목) 00:00
용변을 보기 위해 논 사이를 따라 걷다가 수풀에 가려져 있는 농수로에 빠져 2달 넘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할까.

광주지법 민사 9단독 이수민 부장판사는 12일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수로에 빠져 병원 치료를 받은 A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9월 담양군 담양읍 도로에서 용변을 위해 차도 옆 농수로를 건너 인근 둔덕 쪽으로 걸어가던 중 개별 농경지로 흘러들어가는 농업용수가 모이는 공간(깊이 1.8m)에 빠져 인대 염좌 및 파열상 등으로 70일 넘는 입원 치료를 받게 되자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공간은 개별 경작지로 공급되는 농업용수 양을 적절히 조절하고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A씨는 무성한 수풀에 가려진 깊은 농수로와 해당 공간을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난 만큼 농어촌공사가 농수로 근처 수풀을 제거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농어촌공사측은 인근 농지 소유자에게 관리 의무가 있으며 사람 통행을 예측할 수 없는 장소인 점을 들어 인근 수풀 제거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장판사는 사고가 발생한 농수로는 농업생산기반시설에 포함돼 농어촌공사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1.8m 깊이의 공간도 추락해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시설물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농어촌공사가 위험 표지판이나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안전사고를 막을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고 발생 장소가 통행을 넉넉히 예측할 수 있는 곳이라며 농어촌공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수풀이 우거져 있더라도 발밑을 살피지 못한 A씨의 부주의가 중대한 원인이라며 농어촌공사 책임을 30%로 한정, 배상금을 1070여만원(위자료 300만원 포함)으로 정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