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태양광의 100억 배 빛으로 미세입자 관찰 ‘고부가 현미경’
■전남 나주 등 유치경쟁 불붙은 방사광가속기…어떤 시설 이길래
신소재·반도체·신약 등 원천기술 개발 필수 시설…6.7조원 경제효과
포항 2기론 첨단산업 R&D지원 수요 한계…2022년 사업 착수 예정
2020년 04월 29일(수) 00:00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설치된 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PAL-XFEL) 전경.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선정평가 대상이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 충북 청주 4곳으로 좁혀진 가운데 각 지자체가 유치를 호소하는 등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방사광가속기는 미세입자 구조를 관찰하기 위한 일종의 ‘현미경’이다. 단, 일반적인 현미경과 달리 전자가 일정한 과정을 거쳐 뿜어내는 빛(방사광)을 이용한다.

방사광가속기는 여러 파장의 빛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매우 정밀한 관찰이 가능해 신소재·바이오·생명과학·반도체·디스플레이·신약 등 원천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시설로 자리잡았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가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다. 타미플루는 미국 스탠퍼드대 방사광가속기(SSRL)로 바이러스 단백질 결합 구조를 밝혀내 개발됐다.

방사광가속기는 크게 가속기, 저장링, 빔라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자총에서 발사된 전자가 가속기를 지날 때, 고주파 발생장치를 이용해 전자를 가속시킨다. 이 때 전자는 30억~100억eV(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가진 채 저장링으로 이동한다.

도넛처럼 생긴 저장링에는 수십개의 전자석이 들어 있다. 저장링에 도달한 전자는 전자석 자기장에 영향을 받아 15도씩 방향을 바꾸는데, 이 때 적외선·자외선·X선·감마선 등 다양한 파장의 빛(방사광)이 발생한다.

전자는 저장링 원형 궤도를 10시간 이상 회전하며 방사광을 만든다. 방사광은 실험 목적에 알맞는 빛을 골라내 실험장치로 전달해주는 빔라인으로 향하고, 이곳에서 방사광을 활용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방사광가속기는 현재 4세대까지 개발됐다. 90년대 개발된 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태양광의 100억 배의 빛을 내며, 피코초(100억 분의 1초) 간격으로 빛을 보낼 수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이보다 훨씬 발전했다. 3세대보다 1억 배 강한 빛을 펨토초 (1000조 분의 1초) 간격으로 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수㎚(나노미터) 공간에서 일어나는 화학촉매 반응, 분자결합 반응, 생체 반응 같은 초고속 자연현상을 펨토초 수준 과정별로 관측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방사광가속기 2기가 설치돼 있으며, 모두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있다. 각각 3세대 방사광가속기 ‘PLS-Ⅱ’와 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 ‘PAL-XFEL’이다.

PLS-Ⅱ는 지난 1995년부터 이용자 지원을 시작했으며, PAL-XFEL은 2017년부터 이용자 지원을 개시했다. 이 중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이용자 지원을 시작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 35개, 4세대 3개 빔라인에서 연간 1600회가 넘는 연구에 활용되고 있으나, 수도권과 중부권에 집중된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과기부는 지난 3월 27일 신규 방사광가속기 구축 공고를 냈다. 현재의 한정된 인프라로는 첨단산업 분야 R&D지원 수요를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했을 때 지역에 6조 70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2조 4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13만 7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기부는 유치 사업을 늦어도 2022년 내로 착수할 예정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